이 체칠리아에게

 

참석자 모두에게 네 책 ‘다시, 카라의 찻집’을 준다는 동창회 연말 모임의 알림에

소식 어두운 난 또 어리석게도 거기 가면 네 얼굴을 볼 수 있는 줄 알았지 뭐냐.

얼굴 대신 받아든 네 수필집에는 그러나

네 아들의 그림 색깔처럼 시퍼런 피멍과 선명한 붉은 빛 아픔이

아름다워서 슬프고, 슬퍼서 아름다운 꽃빛으로 적혔더구나.

옷깃에 흙이 묻었다면 빨아 지우려 할테고

거름이 행여 묻었다면 더더욱 서둘러 질겁을 할 우리지만

색색의 꽃들은 바로 그 흙 그 거름에서 피어나듯이

네 글 역시 그 흙 그 거름에서 꽃들처럼 피어났더구나.

가슴의 숨막히는 통증과 피말리는 말고르기의 씨름으로

숱한 밤을 새워 피워낸 너의 스물 여섯 송이 글들을

어쩌니, 나는 그만

하룻밤새 다 읽어 버리고 말았구나.

낼모레 만날, 책을 받지 못한 친구에게

읽어보라 주고 싶어 그리했다 변명할께.

너도 거기 썼듯

엊그제 추워진다고 시어머님 들여 놓으신

군자란 화분 속에

마침 진분홍빛으로 차분히 올라오는 그 꽃대 속에

네 얼굴이 담겼구나.

꽃으로 세상을 읽고

꽃으로 네 맘을 피워내는 고운 친구야

비행기가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날아올라

더없이 청명하게 푸른 또다른 하늘을 가르며 날듯

그렇게 너

아프고 시린 세월 힘겹게 차고 올라

이제 명징한 꽃잎 색깔로

고요하여 은은한 꽃향기로

그래서 더 아름다움으로

훨훨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