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괜찮아 아버지
쓸쓸한 늦가을 저녁
단풍이 내다 보이는 창가
호스피스 병상에서
사투(死鬪)를 하고 계신 아버지.
그래도 아버지 입에는
아무런 불평도 불만도 없으시다.
90 평생 그러셨던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셔서 '아프세요?' 여쭈면
괜찮아, 괜찮아 하신다.
지난 사흘간 백 번도 더 듣는 단어,
나는 괜찮아.
환자복 속으로 손을 움직이시니
아버지 가려우셔요?
좀 긁어드릴까 했더니
아냐, 괜찮아.
물도 미음도 거의 안 드신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온갖 어려운 병증이 다 달려들어 괴롭히는
90 세 아버지의 애처로운 몸은
삶과 죽음이 비꺽대는 교차로.
멀리서 온 손녀 딸을 보고 허허허허
안 와도 되는데 왜 왔어~ 하시고
아침 저녁 들여다 보는 아들, 며느리를 보고 허허허허
새 부인을 보시고 허허허허
바다 건너 온 며느리 전화 목소리에 허허허허
안 나오는 소리로 허허허허
발음도 잘 안 되어 입만으로 의사 표시를 하지만
우리는 다 알았다.
아버지는 몹시 미안해 하시면서
여럿에게 누가 될까봐
아무 것도 안 잡숫고 속히 세상을 뜨고 싶으신 것.
음식을 삼킬 수 없으니 배에 구멍을 뚫어
음식을 좀 넣어 드릴까요?
동생이 여쭈었더니 아니야..괜찮아.
그럼 금방 가실텐데... 아세요?
알아.
그럼 준비 되셨어요?
으응, 난 괜찮아.
그렇게 분명한 의사를 두번이나 밝히신 지 이틀
어제 밤에 들어온 호스피스 병동에서
머리에다 왼팔을 올려 놓으시고 가끔 찡그리며
조용히 주무시기만 하시는데
부은 뇌 속 압력이 높아져서 고통스럽지만
통증약 조차 참고 싶으신 아버지
이렇게 되실 줄 아셨을까?
병원에 들어오시기 한달 전
연말로 정해진 급한 손자 결혼 소식에
축하금을 주시고 싶었던 아버지
고민하다가 천불은 적은 것 같아 하시며
천 오백불을 챙겨 주셨다지.
그보다도 더 많이 주고 싶으셨던 마음..
차곡차곡 용돈 모아서
정성스런 봉투에 담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시마다 때마다 건네 주시던 아버지의 일생
회상해 볼수록 너무 귀하고 아름다워
감사의 눈물이 절로 흐른다.
병상 옆에 하루 밤을 지켜 드리려고
이렇게 앉아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물 짓는 것 뿐.
조금의 아픔도 나누어 드릴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죄송하다.
사랑하는 아버지 마지막 길
손 붙잡아 주십사, 고통을 감해 주십사
주님께 기도드리는 것 밖에
죽음도 괜찮은 아버지께
해드릴 것이 없네.
(2011년 11월)

화림아
아버지는 일곱남매, 일곱 배우자, 18명의 손자 손녀,
8명의 증손자를 사랑해 주셨는데
우리 그 모두는 아버지 한분을 깊이 아껴드리지 못했다는 결론이야.
가끔 어려운 일이 있어야 조금, 아주 조금밖에 신경쓰지 못하고
대부분 평안하게 사시거니.. 불평 할줄 모르는 아버지께
너무나 불효를 한 것 같아.
이제 돌려 보내 드려야 할 때가 닥쳐 오네.
니 말대로 자식들을 위해서의 십분의 일도 못한다는 것 맞아.
나의 경우 100분지 일쯤...
귀한 아버지를 우리에게 주셨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진심으로 찬양을 드리고 싶어. 위로 고맙다.
인선아~
너 벌써부터 그렇게 상심하니 돌아가심 어떨지 걱정되네.
자식들은 다 그래~ 내리 사랑이니 어쩌겠니~
나도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나니 노상 하시는 말씀이라도 한번도 성의껏 들어주지 못한것이 그렇게 걸리더라.
잘 보내드려~ 가까우면 가볼텐데~좋은곳으로 가시기 기도드릴께.
인선아.
너희 가족 이야기를 읽으면 언제나 반성이 된단다.
진실한 믿음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깊이있게 하는구나 싶어.
너무 세상적인 이야기지만 너희 새어머니를 받아들이는 자식들도 그렇고
결국 아버지도 자식들도 단순히 남은 생의 행복보다는 그 분을 구제하시고 싶은 사랑이었쟎아?
인선아.
너무 슬퍼하지마.
아버지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보다 자식들에게 100배나 잘 하셨을 꺼라고 생각해.
아무리 잘 해드렸다고 한들 슬프지 않을 수가 있겠니?
인선이도 화림이도 아직까지 엄마 모시고 사는 순호도 다들 효녀, 효부들이야.
나도 평강이 있기를 기도할께!
명옥아 고마워.
아버지는 그분에게 해드릴 것이 다 끝이 나셨어.
이렇게 가시려고 그랬는지 수속이 일사천리로 잘 되어
벌써 영주권 다 나왔지.
그 분은 아버지랑 잠깐이라도 재미있게 지내셔서 참 고맙게 여기고 있어.
아침에 일 나가시면 그렇게 물어보셨대.
오늘은 언제 들어와?
왜 그러세요? 오늘도 열시에 오지요
으응 보고 싶어서 그러지...
무언가 음식을 해서 드리면
요 안에 무엇이 들었는데 이렇게 맛있어?
정말 맛있네..
내 맘에 꼭 드는 사람이야..
그렇게 주고 받은 말씀들이
젊은이들 보다 더 표현을 잘 하셔서
뚱한 남자들 다 와서 배우라고 그러시는 거야
여기까지만 쓸께. 고마워. 기도해주는 것.
인선아~
누구나 언젠간 떠나야만 하는 길이건만
그 마감의 고통이 너무 힘들고 안쓰럽다.
괜찮아~ 짧은 한마디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깊은사랑이 모두 함축된 배려네.
아버지의 말씀대로 육신의 고통이 모두 괜찮아 지셔서
떠나는 마음도 보내는 마음도 평안하게 고운 길 가시길 기도할께.
?눈물이 줄줄 흐른다
괞챦아 나는 괜챦다
그말씀의 뜻을 애절하게 절감하는 우리 모두의 나이인것은 동창의 마음야
진정 바라만 봐 주어도 좋을 인연을 새로 맺으셨으니 이승의 배려와 봉사도 좀더 받으시길 기도할께
보내는 마음은 최선을 다 할 시간을 가능한한 많이 가져야 받은 사랑의 보답을 조금이나마 돌려 드렸다는 생각이 들꺼야
아버님께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곡기를 끊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간을 허락 받은 것도 가시는 길의 축복이야
믿음의 딸이 기도로 올린 모든 선한 바램을 주님은 우리보다 먼저 아신다
보내 드리고 3년은 정말 후회로 힘든데 그나마 입맛 잃을 연세에 미각을 살려 맛난 사랑을 하신 행복한 아버지의 가시는 길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소중한 인연 맺고 잘 살다 가신다고 자식들과 주변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게 잘 살게 해 달라고 기도 하며 떠나 실꺼야
인선아 삶의 길을 이리도 실감나는 호스피스로 올려주는 것이 눈물겹게 고마워
우리가 가야 할 그길을 인선네 가족처럼 지혜와 사랑으로 갈 수 있도록 다시한번 진지하게 남은 날을 설계 해 봐야겠어
고통없이 광명의 나라 주님의 품에 드시길 기도 올릴께
?다시 또 봐도 눈물이 난다
인선아 힘내야해
나도 아들5에 딸하나로 자라면서 아버지 사랑에 행복했던 만큼 길고 깊게 힘들었어
미리 내놓으신 쌈지돈은 손자에게 알배기 돈이 될꺼야
오래도록 좋은 기억을 선물로 남기신 그 맘을 소중한 유산으로 기억하며 살아 갈 가족애를 교훈으로 두고 가시네
허허허허 그속에 실이 있으시니 ㅡㅡㅡㅡ자꾸 눈물이난다
손을 많이 잡아드려라 가시면 못하는 것 아쉼없이 네 온기를 전해드려
주님안에 고통없는 평온을 기도드리자
인선아,
나 오늘 아침에야 알았잖아!
틈 내볼게. 미안해,
그동안 홈피 열어보질 못했어.
네 아버님 얼굴도 생생한데...
힘내.
아버님이 네가 옆에 있어주어 고마와 하실거야.
예들아,
방금 전, 인선이가 전화했어.
아버님이 오늘 새벽 돌아가셨다고. (한국 시간으론 11월 22일, 화용일, 저녁 8-9시경이 되겠지)
인선이가 그동안 부모님에 대한 글을 여러번 올려주었잖니.
특히 아버님의 온화하시면서도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눈물겹게 들어났었는데...
다행히 인선네 식구들은 아버님을 보살피는 정성이 지극해서, 하늘나라에서도 아버님은 기뻐하실거야.
인선이를 위로해 줄 수 있도록 따로 방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더니 새로 방 여는 법도 잊어버렸네.
네가 도와줄 수 있겠니?
인선이 마음이 바쁠 거 같아, 장례 등에 대해선 자세히 묻지 못했어.
목요일이 이곳 추수감사절이라서, 3일장이라고 하면 금요일 쯤에 장례식을 치를 거 같은데...
알아지는데로 알려줄게.
난 어제야 홈피 들어와 놀라 통화하고, 달려가고 싶다만,
어제 운전 못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할아버지가 계신 병원을 갈 약속을 한 상태였고, 저녁 땐, 모임...
강림절 첫주일과 청지기 캠페인 마무리인 다음 주일 준비가 하도 많아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왠만큼 준비해 놓고
수요일인 내일, 추수감사절을 지내러 딸네 갈 때 삼각형으로 돌아서 가면 인선이랑 아버지를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른들은 편찮으시면, 얼른 찾아뵈야 되는 걸 알면서도 생전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 못했구나 싶으니
왜 이리 미안한지 모르겠다.
추운 날씨는 어른들에겐 참 견디기 어려운가봐.
어제도, 그제도, 갑자기 병원에 실려간 어른들을 병문안 다녔는데, 오가는 내 마음이 왜 이리 쓸쓸했던지.
특히 이곳선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서 참 외로워들 하시거던.
특히 독거 노인들의 경우,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은 그런데로 도움을 받으시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참 힘들어들 하셔.
예들아,
우리도 60이 넘었잖니.
건강에 유의하자꾸나.
정례야~
그 동안 여기 저기 방에 불이 꺼졌는데 애들이 너무 안들어오니까 나도 에구~ 모르겠다 하고 좀 쉬었어 ㅎㅎ
맘 내키면 또 들어오겠지 ~ 하고.
우리 나이도 계절로 치면 가을이고 왠지 쓸쓸한 계절이고 보니 여간해선 별로 신명이 안나는거 같아.
나도 북치고 장구 치고 하다가 별 반응 없음 그냥 좀 쉬기도 하고 그러는거지 뭐~
너도 바빴구나.
그럴테지~ 사목일이 보람은 있어도 좀 힘들겠어?
암튼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
인선이 아버님 별세 소식 올렸어.
참 인자하신 분 같던데~
인선이가 한동안 힘들겠다.
인선아~
아무리 천국은 좋은곳이라지만 가시는 길은 슬프다.
우리는 자식에게 해주는 몇분의 일을 부모에게 해드리는 걸까?
십분의 일도 못하는거 같아.
아버지 곁에서 좋은 곳으로 가신다는 확신을 주고 기도 많이 해드려라.
너무 상심하지말고 너의 건강도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