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의 둘째 아들 샘이

영국계 회사 피얼슨 한국지사에 근무하던 중

출장지인 인도네시아에서 2인조 오토바이 강도들에 의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날벼락같은 변을 당했다.

말레이시아 일을 끝내고 인도네시아 공항에 내린지 얼마 안된 시간 공항 근처에서 벌어진 사건은

미국 시민권자이기기에 미국대사에 즉시 통보가 되고 그리고 덴버에 있는 집으로 연락이 왔단다.

 

9개월 전에 결혼을 올린 샘은 아직 신혼으로

한국에서는 새색시가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피아노를 전공해 교회에서 반주를 하던 아가씨와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을 했다는  그들의 작년 결혼식 모습이 떠 오른다.

이제 겨우 28살, 29살이라는데.....

 

신속하게 시신이 돌아오고

영자부부도 오고

시신을 확인한 영자는 평소의 모습이 아닌 아들의 모습에 엄청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장면을 허공에 대고 이야기 하듯 하고 또 한다.

어릴 적 애칭이 "돌이"였다는 아들에 대해

자라면서 한번도 음식투정 안한 착하고 상냥하고 반듯한 우리 돌이였는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한다.  

그런 시어머니를 며느리는 걱정을 하고 또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통 못 먹는 며느리를 위해 "승미야, 죽이라도 먹으라고 시켰다"

"네, 어머니. 어머니도 드시면 저도 먹을께요"

오로지 뜨겁게 사랑한 기억만을  남긴 채 남편은 어디로 갔을까 자꾸만 두리번거린다.

 

입관 예배중

"이 세상 괴로움과 수고를 모두 끝내고 하느님의 나라 천국으로 돌아갔으므로 샘은 이제 진실로 행복합니다."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과연 그런 설교가 귀에 들어올까?

사랑하는 사람을 이제는 보지도 만지지도 못 한다는데 짧은 사랑에 회한은 또 얼마나 클까?

국화향 은은한 속에 웃고있는 사진 속의 샘의 모습이 안개속에 저 멀리 사라진다.

 

황망한 중에 알리지도 않았건만

아름아름 찾아온 친구들은 할 말을 잃고 영자를 붙들고 울음부터 터뜨린다.

아주 오랫동안 못 보았던 손금자와 지명제도 울고

여고시절부터 절친이었다는 박혜인도 운다.

밖에는 을씨년스러운  차가운 겨울비가 하염없이 슬프게 내리는데......

어느덧 시간은 5시가 가까와 오고

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교통체증에 걸릴까 봐, 서둘러 그만 가 보겠다는 우리를 배웅나온 영자가 느닷없이 내손을 잡고 말했다.

"산학아, 날 위해 기도해 줘"

"나, 너무 힘들어"

그 말에 내가 또 울었다.

얼마나 힘들면 목사인 영자가 보잘것 없는 내게 이런 부탁을 할까?

 

내가 알기로는

영자같은 목사님이 우리나라에는 과연 몇이나 있을까?

어느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영혼의 소유자인 내친구 영자........  

분명 영자에게 이런 큰 시련이 주어진 것은 견디고 견뎌 더 큰 인물로 쓰려고 하는 어떤 절대자의 계시때문은 아닐까?

 

지금 고통속에 있는 영자야!

하늘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으니 너는 당연히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단다.

이 글을 읽는 우리 친구 모두도

너를 위해 샘을 위해 당연히 기도할게야.

 

영자야!

너는 아직 모르지?

울 날이 두고두고 얼마나 많은지를.......힘 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