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1926)

 

herbst 1.JPG
 (2011년10월 4일 알프스 초입  Buckligewelt에서 )

 

 

 

가을철에 많이 읽혀지는 전세계인의 이 애송시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독일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대표시중의 하나이다.

 

그는 가을날에 느끼는 인간의  고독과,가을의 자연적  서정성 을 조화하여

인간실존과  신의 섭리를,인간 근원적 고독으로 자신을 성찰하며

자연앞에 인간의 한계성을 인지하고  신에게 간구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 시의 구성과 시인의 표현성;

이 시는  간단하게 삼연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연과 연의 관계를 가을날의  세모습으로  보여준다.

 

1연은 해시계위의 그림자라는 시어로 계절중 가을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가을의 시작되었음을 일컫는다.

         Es ist Zeit. 원어 독일어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시점을 나타낼 때 표현하는 문구이다.

2연은 모든 만물의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

        인간의 노력으로는 한계성이 있는 우주를 다스리는 자연의 축복을

        남국의 뜨거운 태양빛으로 상징하며 신에게 경건히 기원한다.

3연은 가을의 삼단계인  쓸쓸한 모습을 그리며   근원적 인간고독의 자아를 표현했다.

         그러나 신에게 들려주는 시어법에서 시인, 즉 인간이  신에게 기원하는 구원의 기도가 내재되어있다고 본다.

 

고독:

 

릴케는   "예술가에게는 깊은 외로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릴케의 작품에는 고독을 노래한 시가 많다.

이시가 쓰여진 시대는 1902년으로서 시인의 나이 27였을 때였다.

그가 뮨헨지방에서 만난 러시아의 연상 연인 루우 살로메의 영향을 받아  파리로 이주하여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지내던 시절이다. 

이 시절 릴케는 파리의 개방된 문화 속에서 조각가 로댕을 통하여  사물을 통찰하여 보는 눈과 자세에 대하여  배우게 된다.

바로 이를  자신의 시 창작에 응용한 작품으로 사물을 명확하게 꿰뚫어 보려는 노력과

현실 세계를 진지하게 살아가려는 결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가을의 계절 감각을 전체 인생과 연결시킴으로써, 고독의 깊은 의미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의 변화 앞에서 무구한 감회를 가지게 되는 시인의 성찰이 두드러진 역할을 하는 시로서 

자못 종교적  경건한 분위기가 시 전편에 흐른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이중성, 즉 풍성한 수확함과  자연의 휴식기에 속하는 황폐함을

외적 세계와 내적 세계에 대비대조시켜 우수와 고독을 표현하였다.

인간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 흘린 노력에 대비하여 무수한 능력을 지닌 신의 권능을 생각하고 있다.

 

얼마전 부터  도시를 떠나 자연에 나와 지낸다.

하루 하루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자신이  자연속에 융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 설레이는 소망이 담긴 느낌을 릴케의 시에 융화 시키며 이 가을날들을 지켜 본다.

 

2011년 10월 8일 

 

동 알프스 부클리게벨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