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우리 7기가 환갑이라고 미국동문들의 초청으로 미국여행을 다녀온 후

내 친구  명제가 들떠서 내게 한 말이 있습니다.

"6기의 김춘자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더라.

그냥 저대로 묻히기엔 타고난 자질이 너무 안타까워.

만약 대학로 근처의 소극장 하나를 빌려서 선배님의 리싸이틀을 열면 좋지 않을까?" 라고요.

물론 저도 적극 찬성을 했습니다.

"그래 너랑 나랑 해 보자.

소극장 빌리고, 선배님 왕복비행기권하고 체재비 그리고 인쇄물 정도면 충분 하겠지."

그래서 리싸이틀이 열리면 인일 동문들이 함께 즐길 수 있고 얼마나 멋질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우리는 그 때 순수한 그런 꿈을 꾸며 행복했습니다.

 

장면2

 

2기의 김은희 선배님께서 친구분들과 미국여행을 다녀오시드니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50년지기 이옥녀의 부군이 작곡가겸 지휘자인데 이번 칠순기념으로 제자들이 한국에서 연주회를 열어드린다고

10월에 올 예정이라니 그 때는 꼭 참석해야한다"고요.

평생을 음악만을 알고 음악속에서 산 분이라 아마도 제자들이 그런 자리를 마련한 모양입니다.

김은희 선배님께서는

그당시 노봉식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선생님의 지도아래 노래를 취입한 것을 우리에게 들려주기까지  했습니다.

실상은 그런 김은희 선배님이 늘 부러웠습니다.

부군인 김정웅 시인때문에 늘 예술가들 속에서 살고 계시니 선배님의 생활이 곧 예술이었으니까요.

미당 서정주 시인이 돌아가시자마자

제자들이 앞다투어 친일을 했다고 몰아세울 때는 세상이 야속해 많이 울었다는 선배님과 미당과의 인연...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님과 시인인 부인 김초혜님과의 결혼전 러브 스토리등등

그것도 모자라 친구의 부군까지 작곡가라니......

나도 김은희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장면3

 

2011년 10월 4일

드디어 그 날입니다.

부평아트센타 해누리극장에서 작곡가 노봉식(인중9회, 제고6회)선생님께서

미국 LA에서 재미교포들로 구성된 30여명의 인랜드 한인 여성합창단을 이끌고 무대에 서는 날입니다.

물론 그 곁에는 그림자처럼 2기의 이옥녀 선배님이 계십니다.

 노봉식 선배님은 흔히들 모짜르트의 천재성과 슈베르트의 순수함을 두루 갖춘 절대음감을 지닌

음악감독및 지휘자로 많은 가곡과 성가곡을 작곡 편곡해 왔으며

특히 한국의 정서가 깃든  멜로디만을 고집해

한국의 얼을 한시라도 잊지않은 그의 음악세계는 특히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연주가 기대되는 가운데 

김은희 선배님께서는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며 명마가든으로 10명을 초대했습니다.

유정희 선생님과의 만남 이후 처음인데

빠진 분이 3기의 김혜경 선배님과 5기의 유명옥 선배님이시네요.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두 선배님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아라 하셨을까요?

 

장면4

 

해누리극장 ...

여기는 인천 향우회를 방불케합니다.

인일 제고 커플의 연주회이니만큼 여기저기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특히 노봉식 선생님의 제자인 15기의 윤경희 소프라노가 특별히 선생님을 위해 마련한 잔치이니 만큼

15기들이 많이 참석했고

은희선배님의 연락을 받고 2기 선배님들도 대거 참석하셨습니다.

최희순 선배님, 이춘희 선배님, 배정희 선배님, 조영선 선배님

그리고 부부동반 골프모임때문에 부부가 함께 오신 윤순영 선배님.....

그 외에 제가 성함을 모르지만 친구의 일이라면 만사 제치고 달려오는 2기 선배님들의 의리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리고 노봉식선생님의 동기인 제고 6회 선배님들과

소프라노  윤경희의 언니가 몰고온 인천여고 친구들.....

 

실상 고백을 하면

저는 음악회에 가면 졸기 일쑤인 음악의 문외한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서울시향의 지휘자인 함신익님이 들려준 말이 생각납니다.

클라식이 얼마나 마음의 평화를 주면 잠이 오겠는냐고요

그래서 클라식이 훌륭한 것이라고요.

그 분의 말 한마디에 힘을 백배 얻은 나지만

이번엔 절대로 졸지를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아는 곡이 많았고 특히 마지막 앵콜곡 중에 좋아하는 조두남 작사 작곡의 "그리움"때문이었답니다.

 

에필로그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이번 음악회를 보고 많이 부러웠습니다.

내 친구 명제가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순수한 마음 하나만으로 김춘자 선배님을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어했듯

우리도 언젠가는 이런 일을 해 낼 수 있을까요?

12기의 김혜숙 후배는 매번 작은 음악회를 열어 그 불을 지피고 있는데 말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차가운 밤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낙엽 쓸려가는 소리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쉬이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인천이 낳은

그래서 인천의 앞바다가 물씬 풍기는 노봉식 선생님, 이옥녀 선배님!

인천을 하나로 묶어 놓으신 선생님이 보여주신  음악의 힘에 다시 한번 힘찬 박수갈채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