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일의 고운 아씨들께

 

먼 옛날 나는 동화처럼 인일의 예쁜 딸들을 가르쳤답니다.

별 같이, 꽃 같이 예쁜 소녀들이었지요.

 

머리들이 좋아서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들이었지만,

종례 시간에는 노래를 하고, 아카시아꽃이 피는 계절이면

시도 한 줄 쓸 줄 아는 문학소녀들이었지요.

 

그 소녀들이 벌써 중년의 아씨들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이 아씨들의 마음은 아직도 소녀들이랍니다.

인일의 홈피에는 이들의 속살들이 속삭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그 소녀들에게 국어를 열심히 가르쳤던 나도

어쩜 그 옛날 그 생각 그대로랍니다.

오늘 정년퇴임식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단상에 앉아 훈장도 받고 꽃다발도 축하도 받았지만,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나 봅니다.

수많은 하객들 가운데 오은순, 조인숙, 허인애을 보니,

더욱 옛날 추억에 잠기는 일은 이제 병인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인일의 예쁜 소녀들, 아니 고운 아씨들 ---.

 

(즈믄해를 외오곰 녀신달 신잇단 그츠리잇가 나난)

 - 천년을 떨어져 살아도 그 정은 영원하리라 -

다시 서경별곡을 강의하고 싶은 밤입니다. 

 

이 밤이 지나면 사랑처럼 가을이 더 깊어지겠지요?

 

2011. 8. 30. 깊은 밤

 

                   여러분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던

                                                        김진규 드림

 

 

*** 김진규선생님께서 비번이 생각이 안나셔서  전하고 싶으신 마음을 제가 살짝 친구들께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