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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덥던 여름이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데 그냥 물러서기가 서운했는지 오늘은 한껏 성난 태풍을 몰고 뉴욕을 통과 한단다.  미디어가 수선을 피운다 싶을 만큼 방송 내용은 며칠 전부터 응급 대피 대책 방송으로 가득 차 있다.  허긴 요즘 날씨가 예측을 불허 하기에 이런 대책 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며칠 전에는 난 생 처음으로 지진도 느꼈으니까.  내가 살고 있는 베이사이드라는 동네도 해안이 가깝게 있어 낮 12시를 기해서 도로가 통제 되었다.  그 뿐아니라 모든 다리들과 대중교통도 묶여진 상태이다.  30년 넘게 뉴욕에 살면서 이런 비상사태는 내 기억으로 이 번이 두 번 째인 것 같다.  

이런 때는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그것도 노인환자들이 제일 어려움을 겪는다.  거동이 불편하여 간병인 서비스를 받아야 사는 독거노인들은 어찌할꼬?  다행히 각 기관에서는 간병인이 24시간 이상 머물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그 조차도 여의치 않으면 쉘터로 이동시켜야 한다.  어제 조사해 보니 우리 기관에서 돌보는 환자들 중에는 쉘터로 이동해야 될만큼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는 없다.  그래도 어제 퇴근 후부터 지금까지 비상 전화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이 번 태풍의 이름이 "아이린", 바로 내 딸의 영어 이름과 동일하다.  자고로 태풍의 이름은 순하고 예쁜 여성 이름을 붙여 준다고 했다.   이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하여 맨하탄에서 집으로 온 딸아이는 웃으면서 말한다.
"이 번 허리케인이 험악하게 상처를 남기면 나의 이미지도 달라질 것 같아, 엄마. ㅎㅎㅎ"
"아무렴 얌전하게 지나가 줘야지.  '아이린'이란 이름의 의미가 '피-스'란다. 그래서 내가 네 이름을 '아이린'으로 지었지." 

지금 창 밖은 무섭도록 고요하다.  낮 1시 17 분인데 거리는 한적하다.  폭풍전야는 아니지만 폭풍전주랄까?  하여간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실감하고 있다.   남부에 위치한 노스 캐롤라이나를 휩쓸고 기세 당당하게 뉴욕을 향해 질주하는 아이린에게 부탁해 본다.  제발 평화로움을 회복하여  너그런 심성으로 뉴욕을 통과하여 떠나라고....  이름 값을 해야 하느니!  

태그방에 들려 코스모스가 정겨운 사진을 퍼다 올렸다.  허리케인 아이린이 지나간 들판의 평화로운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마도 아이린을 기다리는 내 속 마음도 많이 불안한 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