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에 온 다음날 저녁,

무조건 집을 벗어나 거리로 나가 보았습니다.

아차, 사진기를 안 들고 나왔네.

해가 지고 있는 하늘이 저리도 아름다운 데 놓칠 수야 없지, 하고 

아직 블로그 기자 정신이 박히지 않은 것을 탓하며(ㅎㅎ)

사진기를 부리나케 들고 나왔어요..그 새 진짜 좋은 것은 놓쳤더라구요.

 

무르익은 여름이지만 저녁의 보스톤 거리를 걷는 것은 시원하게 느껴졌어요.

가로등이 켜지고 아파트에 불이 하나씩 밝혀지는 시간

나그네는 완전 이국에라도 온 듯

마음이 설렜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도시의 밤 길이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어요.

 

저 길로 주욱 가면 챨스 강이 나온다던데

한번 가 보자 하고 떠났습니다.

 

해가 너무 빨리 지고 있어서 지는 해의 속도를 맞춰 부지런히 걸었죠.

큰 도시, 다운타운 근방이라도 거리는 한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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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건물들과 어울리는 나이 많은 나무들이 울창하여

낮에도 그늘을 제공해주는 소도로들과 뒷골목의 풍경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아주 많은 거리들.

보기만 해도 오랜 전통을 말해주는 고색창연한 교회들이 거리마다 그렇게 많이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건국의 조상들이 청교도 신앙을 품고 들어와 세운 첫 도시여서 그럴까요?

미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1630년 시작)로서의 면모는 그렇게 교회들이 뒷받침 해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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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에서 주로 보는 보도 블럭은 벽돌이 아주 많았습니다.

집을 짓다가 너무 많이 남아서 그렇게 많은 도로를 벽돌로 채웠는지...

거리에서 보이는 건물들도 아리조나와는 전혀 다른 벽돌집 일색입니다.

백년이상 더 된 집들이지만 벽돌이 잘 변하지 않아서 그런지

가치가 오른 집들이라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그리 낡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옛날 누군가가 벽돌을 몹시 좋아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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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가면 다운타운에서도 제일 번잡한 거리가 나오는데 뒷골목은 여유가 아주 많습니다.

놀란 것은 도심지에 그렇게나 많은 공지, 공원, 녹지,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있는 점입니다.

고층 건물사이 옥상에도 잔디밭과 꽃밭을 만들 만큼

보스톤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인조이를 많이 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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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조금만 더 가면 푸르덴샬 센터가 나옵니다. 

보스톤 길은 아주 복잡하게 설크러져 있어요.

아리조나의 현대적이고 사방팔방 반듯한 길에 익숙해진 눈에 조금 설었어요.

 

프루덴샬 센터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사방으로 건물마다 연결되어

샤핑도 하고 길도 건널수 있는 화려하고 재미있는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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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낯선 도시에서 점점 해가 지는 바람에

삼십분 가까이 걸어야 된다는 강 가 가는 것은 포기하고 혹 길을 잃을사 돌아 왔습니다.

보세요, 다음 사진처럼 이런 길이 바로 그 큰 길에서 두 세블럭만 걸으면 나온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런 녹지가 곳곳에 길게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곳에는 수많은 꽃들과 새들이 그날의 합창을 마치고 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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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와 보면 너무 이쁠 것 같아 다음날 이른 아침 가보니
그렇게 좋은 산보길에 걷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워낙 이런 곳이 많으니까 그런 모양이에요.
그런데 남편이 혼자 며칠 후 가 본 찰스 강변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뛰더랍니다.
 
보스톤 다운타운 근처에 사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시카고에서 태어나서 30년 이상 시카고 밖에 모르던 아들이 이곳에 오더니
대번에 이곳에다 만족한 터전을 잡고, 평생 살겠다던 시카고를 배반 했으니까요.ㅎㅎㅎ
 
정작 와서 며칠 살아보니 걸어서 중요한 곳에 다 갈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 교회, 미술관, 온갖 레스트랑들, 문화생활이 기다리고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이 쉬워서 개인 자동차 없이도 생활을 할수 있는
도시 생활이 알수록 썩 흥미로워 집니다.
누군가 그랬지요. 늙을수록 다운타운에서 살아야 한다고..그런지도 모르지요?
 
집에 거의 다 돌아 갔을 때 우리는 아주 재미있는 일을 만났습니다.
아기를 산보시키는 젊은 부부와 노 부부를 만났는데
바로 아틀란타에 사시는 한국 분들이 갓난 손자를 보러 오셨더라구요.
우리랑 연배나 사정이 비슷한 분들이었어요.
우리 아들 사는 집의 길 건너에 그 집 아들이 산대요. 
 
조금만 이야기 하면 이렇게 저렇게 다 연결되어
우리가 아는 분들을 서너명 아시는 것도 신기하고, 대화가 아주 잘 통하였구요.  
이 하늘 아래 넓으나 넓은 미국땅 한 구석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끼리 그러기가 어디 쉽나요?
 
더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날 아침 그분들이 가고자 하던 교회가
바로 우리가 가고자 한 교회이기도 해서  
그분들 차를 타고 같이 갔다는 것!
생판 아무도 모르는 도시에서 천사를 또 만났던 셈인가요?
조금만 마음을 열면 여행은 새로운 친구도 쉽게 만들어 주는 것!
 
이 도시에서 나그네 생활이 길어 질 것인데
아마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기분 좋은 저녁이었답니다.
소극적으로 시간 때우기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자! 하고 마음으로 다짐하였고요. (2011년 8월)
 

음악은 둥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