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장대비가 내리니 특별한 약속이 아니면 집 안에 머무르며 이일저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컴퓨터도 사람을 닮아가는지 삐그덕거리며 부팅이 안되어 복구 하는데 또 여러시간을 소모하는 일도 있었다.

비도 오고하여

컴퓨터 복구 기념으로 , 지난 달 있었던 일 중 하나를 써보려한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 영화학당으로 1892년 선교사 존스여사에 설립되어

내년 2012년 개교 120주년을 맞는 인천 창영동에 위치한 영화학교가 행사 준비를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여러학제로 개편을 거듭하다 현재는 초등과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학 졸업후 감리교 사립재단에서 교편을 잡았던 인연으로 전직교사들이 초대받아 행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영화학교와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사홍보를 겸한 초대목적도 포함되었겠지만

창영동 옛 자리에 신축건물을 지어 교감의 안내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철없던 교사시절을 회상하는 것도 감회가 깊었다.

각종 최신 기자재와 시설물들을 보며

선풍기도 없던 교실에서

70명씩 앉혀놓고 한여름 뜨거운 열기 속에 강의하고 나면

등에선 땀이 아닌 물이 흥건했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따라 삼천리에 나올 법한 추억이 되었다.

 

이야기하고자하는 내용은 영화학교 이야기가 주가 아니다.

 

당시 같이 근무했던 교사 몇명이 초대되어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11시 30분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각자 역활을 분담하였다.

오전에 다른 일을 보고 조금 일찍 창영동 부근에 도착하여 개발이 안된 창영동 옛길을 슬슬 구경하다가

다른 교사들이 어디쯤 왔나~ A교사에세 전화를 하니

화분 준비했냐고 묻는다.

 

내가 듣기론 A가 화분을 맡기로 했다 알고 있는데 이게 웬 말인가 싶었다.

A말로는 B가 준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엥?

B에게서 마침 전화가 이 말을 하니 A가 맡았다고 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러나........... 아무래도 뭔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된 것같았으나

니가 틀리네 내가 옳네 하고 선후를 따지기엔 시간이 20여분 밖에 남지 않았다.

 

마침 일찍 도착한 나에게 지령(?^^) 이 떨어졌다.

꽃집을 신포동이고 동인천이고 찾아 보란다.

퇴임하고 흘러간 세월이 삼십년인데 낯선 창영동, 동인천 동네에 어디 가서 꽃집을 찾는단 말인가.

길이나 좋나,

가는 곳마다 차량으로 뒤덮힌 좁은 일방통행길 이여서 거꾸로 간 적이 어디 한두번인가 말이다.

 

궁즉 통이련가~

아~ 스마트폰!!이 있었지.

 

인터넷을 실행하고 " 꽃집 인천시 동구" 검색어를 입력하니 여러개 결과가 나왔다.

그 중 금곡동, 창영동에 위치한 곳을 발견하곤 전화를 걸어 여차저차 주문을 넣었다.

학교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그 또한 다행이었다.

 

다른 교사들은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도착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교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꽃집 차가 도착했고 화분은 학교의 여러관계자들에게

초대해준 감사의 뜻으로 전달이 되었다.

11시 35분이었다.

휴우~

 

하마터면 빈손으로 갈 뻔했던 것을

스마트폰으로 위기를 피해갔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요즘 나오는 신형들은 화면도 넓고 자판크기도 커서 참 좋더라.

1년 반 넘게 스마트폰을 사용해 왔지만

초기에 구입한 것이라 좁은 화면에 자판도 작을지라도

가장 요긴하게 활용했던 첫번 사례가 된 것이다.

 

그것도 먼저 사용한 사람이라고

스마트폰 개인지도 요청이 들어와 강의안을 만들다 보면

내가 몰랐던 부분도 많았고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터득했다.

 

세상은 이렇게 나의 의지하고는 무관하게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고 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