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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하고 뛰어서 뛰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정말 구사 일생으로!

남편이 또 걷자고 하길래 7시 15분경에 나갔거든요.
나갈 때는 멀쩡했던 하늘이 이 동네 골프장을 한바퀴를 돌고 보니 먹구름 같은 것이
몰려 드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소낙 비가 오려고 구름이 몰려오는가?
그런데 왜 저런 색갈이지?
아주 이상하게 기분나쁜 색갈..회색과 갈색으로 뭉게구름을 치면서 집들 위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반바지 입은 미국 남자가 길에서 겅중겅중 뛰면서 우리를 보고 히히 웃길래
비가 오려고 먹구름이 몰려 오는 것이지? 하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아니라고 하며 빨리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비가 오는 게 아니라 흙먼지 폭풍이라는 것이었어요.
이제 곧 이곳을 지나가게 된다고 빨리 뛰라고 해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는데
집까지 10 분을 남겨놓고 먼지 폭풍에 갇혀 먼지를 뒤집어 쓰게 되었습니다.
 
금방 입안에는 모래가 지금지금 대고, 눈 속에도 먼지가 슴뻑대서,
시속 60 마일 이상으로 휙휙 쳐들어 온 황사때문에 눈도 못 뜨고 입도 꽉 다물고
숨도 못 쉬고 뛰었습니다.
일 미터 앞도 아무것도 볼수 없는데 숨도 안 쉬며 길을 뛰어가자니
난생 처음 당한 이런 일에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릅니다.
 
한국에 황사가 이런 것일까?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당해보지 않아서 모르죠.
맨 살에 모래가 휩때리고 가는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아니고 숨을 마음놓고 못 쉬자니 보통 고통이 아니더라구요.
아마도 삼십분만 더 그런 상태로 더 걸었다면 꼭 죽을 것 같았어요.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숨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그러나 집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악착같이 뛰어 가는데 그 십분 거리가 한 시간도 더 걸린 것 같았습니다.
잠간이었지만 세상 끝날 하나님의 진노가 퍼부어지는 날에 닥치는 환란을 맛 보는 것 같았습니다.
 
8시 되어 집에 간신히 들어와서 거울을 보니 머리는 산발에 발끝까지 흙을 뒤집어 쓴
패잔병들 같이 보였습니다. 잠간 사이에 그렇게 변할 수가!
이제 막 샤워를 하고 앉았는데 밖에서는 아직도 무서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집을 무너뜨릴 것 같이
울어대고 흔들어 댑니다. 분명코 이 태풍에 시시하게 지은 집이나 가 건물 같은 것은 날아가지 싶습니다.
아, 이제 빗방울도 시작하는 군요.
 
오늘밤 8시 45분까지 visibilty가 제로가 된다는 군요. 
미국 뉴스에 보니 50 마일 넓게 퍼진 흙바람이 피닉스를 강타했는데
운전하기 힘든 위험상황이니 프리웨이에서 사이드 길로 나가서 불을 끄고 서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투산으로부터 불어온 거대한 흙바람 태풍에 휩싸인 피닉스의 위급상황을 보고 드렸습니다.
이런 일은 이곳에 이사와 7 년만에 처음, 아니 일생 중 처음이었습니다.(2011년 7월5일 밤 8시 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