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장 인옥아
나 왔어.
아늑한 내집을 비워두고 대처로 싸질러 댕김서
쌈박질을 일 삼다가 인제서 왔어야.(무신 야긴지 니는 알제?)
인자부텀은 집짓는 공사판에 꼭 백혀서 테모도나 참허게 헐려구 허네.
집 짓는 일이야 나몰라라 해두 되는데 그 잘난 농사는 내 책임이거든.
집 둘레 오백평 건사하기가 예삿일이 아녀. 느그들 필요하믄 좀 떼어가.
여기 저기다 옥수수도 심구, 호박모종은 스므구뎅이는 되는가봐. 토마토 몇그루, 작물은 달랑 세가지.
지금 호박넝쿨이 여기 저기 넘실 넘실 뻗어나가고 있어.
거기서 솜털하나 다치지 않은 애호박을 ' 똑' 하고 딸 걸 생각하믄 흐믓해 죽것다.
내가 저번참에 그전 꺼 뭐 하나 찾다가 네가 올린 거 재미난 얘기를 보고
혼자 한참 낄낄거리고 웃었네.
그때도 ' 검열 '이라는게 있었는지 살짝 테스트를 해본 후 올린 건 아예 애교다.
요새처럼 우리 홈페이지가 뒤숭숭한 때는 그런 우스갯소리가 오히려 신선헌디
그거 다시 끄잡어다 놓구 같이 웃을까 거시기허믄 말구. 50페이지 734번인디.
찬정아 오랜만이다.
네가 보내준 유자차 아직까정 곱게 모셔두고 있다.
네 정성이 아까워서 남들까진 못 주겠고
혼자 기분이 꿀꿀할때
우아하게 한잔 타서 코끝으로 펀지는 유자향기 맡으며
상념에 잠겨보곤 한단다.
서울쪽에 올라오면 꼭 연락해라.
번개한면 크게 치자.
인옥아 ' 다방면에 능한게 아니구
이것 저것 할 일이 무지하게 많은데 제대로 하는건 없어.
남의 집 밭의 옥수수는 대가 굵직하고 키가 훌쩍 큰데
우리밭 옥수수는 왜 저리 비리 비리한지 원.
게시판지기 하느라 고생이 많다.
혜숙아
거제도는 유자도 많이 나지만 요즘은 매실이 많이 나와.
일년 두고 먹을 만큼 매실청을 만들었는데 유자차 만드는거에 비하면
매실청 만드는건 일도 아니네.
그래. 서울가면 한번 보자
역시, 찬정이구나..벌써 얼굴 본지가 다섯 해를 넘긴 것 같지?
구수한 입담하며 맛깔나는 글솜씨는 여전하고..
조용한 울 방을 찬정이가 환하게 열어주어 나까지 기분 업되는구나~~!!
언제나 투박한 듯하나 삶의 진솔함이 진하게 묻어있고 예리함까지 갖췄으니 늘 날 미소짓게 하네..
어쩜 그리 에너지가 느껴지는지.....네가 가꾼 채소들은 안봐도 비디오일 것 같은 예감..
널 닮아 튼실히 잘 자랄 듯...( 외모 절대 아님^^*)
잘 지내지?..덥고 습한 요즘같은 날 울 꾸리꾸리하게 살지말고 뭔가 기운내 보자~~!!
어 ! 오랫만에 인숙이 이름도 보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집을 짓고 있는 터엘 가려면 재 하나를 넘어간다.
요즘처럼 안개가 잦은 때는 맨 꼭대기에 올라가면 온통 안개에 묻혀버리지.
근데 며칠전 낮에 해가 쨍쨍하던 그날. 어둑 어둑할 때 그 길을 넘어오는데
앞산 능선에 초승달이 앙징맞게 엊혀져 있더라. 가에 차를 세우고 구경했어.
어젠 비가오지만 현장엘 갔다가 그 근처 남의 밭을 한바퀴 돌며
서리해온 푸성귀들을 썰어 넣고 부침개를 해 먹었다.
봉희네 밭에서 풋고추 몇개 따고,
용경씨네 밭에서 깻잎,
개인택시 아저씨네 밭에서 부추 조금 뜯어,
양파 넣고 애호박 넣고, 얼려놓은 바지락조개를 넣고 부첬지.
아직은 시골의 푸성귀 인심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우리 식구가 둘뿐이라니 먹은들 얼마나 먹으랴 싶어서 우리더러
맘 놓고 따다 먹으라고는 했어도 막상 남의 걸 따려니
가슴이 두근 두근했었는데 집에 와서 부침개를 해 먹으니 맛은 좋더라.
찬정아~~~!
잘지내고 있구나~!
집도 짓고, 농사도?
다방면에 능하구나!!
끄집어 오지그랬어 재미 난 야그~~
내가 가져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