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 게시판담당 :강정원
어린이 날은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거늘 어른들이 더 들떠서 난리법석들이다.
그동안 미뤄 왔던 어른 노릇 하고 싶어서일까?
어린이 없는 우리 집에선 서로의 얼굴만 쳐다 보면서 오늘 하루를 어찌 보낼꺼나 난감해했다.
그리고 16살 먹은 막내를 앉혀 놓고 케익 먹이며 어린이 노릇 하라고 윽박 지르고.
제대로 봄꽃 구경 못한 억울함을 한꺼번에 메워 보자고 남아 있는 여자들(나, 큰애 그리고 막내)끼리 차려 입고
삼청동 나들이를 갔다.
예전의 허름하고 스산했던 낡은 동네가 어느새 저렇게 단장하고 들어선걸까.
한평도 안되 보이는 작은 가게들마다 예쁘고 젊은 아가씨들이 솜씨내서 만들어 놓은 물건들로 가득했고
거기를 비집고 들어 가서 구경하는 사람들이란 ...
어느 슬픈 정치가분께서 즐겨 다니셨다는 수제비 집이며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와플집이며 어느 하나
빈곳이 없는 공간에서 우리 세 여자는 비집고 들어 갈곳을 찾지 못해 오히려 여기 저기 눈요기 하며 또다른 생기를
찾아 다녔다. 남편이 그토록 거만하게 목젖 울리며 자랑하던 고등학교도 예전의 오만함을 다 벗어 던지고 이제는
공공 도서관으로 바뀌어 오고 가는 학생들과 구경꾼들의 쉼터로 변하여 쇄락한 왕조의 궁터처럼 처량해보였고
엇장수 아저씨들이나 뻥튀기 영감들의 가위질 소리는 비좁은 골목에서 되려 큰소리치는 치한같은 자동차 크락숀
소리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여기는 경복궁이고 바로 저쪽이 청와대야. 이쪽으로 가면 삼청공원이고...
막내에게 그런 소리가 귀에 들어 갈까.
지나 가는 예쁜 아가씨의 날씬한 다리만 부러워하고 그옆의 남자가 키가 어쩌네 저쩌네 ...
예전의 삼청동을 그리워 하지만 지금의 이곳이 더 생기 있다는 생각으로 딸아이의 재잘거리는 병아리 부리 같은
입만 물끄러미 바라 본다.
아!
그래도 예쁜 내 아이들과 이런 한가로움을 즐길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아직 어린이날의 대접을 받으려고 떼쓰는 딸이 아닌
어린이 노릇 하라고 욱박지르는 어른이라
참 우스운 광경이네
난 어른 대접 받으러고 어버이날 기다리고 있는디...
딸 둔 엄니들만 누릴 수 있는 건 이렇게
손 잡고 아이쇼핑 다니는 게 아닐까?
주향이가 또 부럽다 하려나?
암튼 햇살 좋은 어린이날 오후
고풍스런 삼청동을 거니는 세 모녀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난 그날 아이이길 거부하고 어른 흉내내는
우리 막내딸 데이트 가는데
도시락 준비하느라 바빴단다.
이제는 내 품에서 떠나려 하는구나 흑흑흑
행복을 치려는데 이렇게 나오는거야. godqhr
god 께서 인간에게 내리신 선물인지 말이다.
프랑스 간 딸이 잠시 왔나보네.
오늘 뉴스에 유럽 최고 여행지가 프랑스 파리, 그리고 이태리 로마라는데
최고 여행지에서 공부하고 관광하고...
정원이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잘 만나서 좋겠다.
세 여인이 나들이 가는 풍경이 한 폭의 유화를 연상케 한다.
딸들과 그런 시간 갖는 횟수가 얼마나 많을까?
시집가면 남의 집 며느리요, 남의 부인이요, 남의 엄마가 되는 거 같다.
내 가정 꾸려나가기 바빠 부모생각은 마음에만 있고 ...
시집 장가 보내기 전에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 나중에 결혼식장에서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이모티콘도 잘 넣어서 딸들과의 삼청동행을 그려 놓았네
글로다 이쁘게.
나는 초등학교 마지막 어린이날이라고 의미를 따지는
막내를, 너처럼 큰애랑 동행하지도 않고,
큰애 혼자서 프로그램 짜서 외출하게 하고 두 번을
낮잠을 잤다, 어린이날에. ㅎ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