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일이 밀려오듯 했던 3, 4월이 지났다.
난 이번에 특별활동부라는 부서를 맡았는데 이게 완전히 뭐 쇼 비지니스 노가다 비스무리한 거라서
맨 공연, 발표, 시사회, 무슨 무슨 체험..., 체육대회, 손님 맞기...... 거기에 봉사활동, 동아리 계발활동에 무용반 운영에......
내 원 참!
3월 초에 중국 연변에서 장애인 학생들 220명이 우리 학교에 왔고, 그들을 맞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정신이 없었지.
걔네들이 버스 네 대에서 내려 강당으로 들어오는데 무슨 6.25때 그 무엇이냐 인해전술인가?
뭐 그런 거 생각나더라.
우리 말로 하면 그걸 중국말로 번역하고 번역된 중국말을 중국 수화로 바꾸고, 한쪽에서는 한국 수화하고.... 애들이 한국 수화 하면 두 나라 수화 다 아는 통역인이 다시 중국 수화로 번역하고....
완전 정신 없더라. 엠비씨에서 했다두만. 못 봤어.
같은 장애인들이라선지 서로 아주 금방 친해지더라구.
그거 끝나니까 나눔 엠비씨에서 또 점프 공연에 초대한다다.
그거 준비하느라 또!
그거 끝나자마자 무슨 장애 이해 영화 시사회를 한다고 쌩필름을 갖고 와서는 보고 간담회를 몇 차례나 하고 날 잡아서 학생들과 시사회를 가졌지.
배우들 오고, 참! 정선경이라는 여자가 왔는데 배우는 배우더라. 굉장히 예쁘더라구.
주인공 했던 여자 배우가 성형수술한다고(내 원 참! 수술하는 걸 무슨 시장 간 것처럼 심드렁하게 얘기하더라구;;) 오지 않아서 애들이 실망했는데 정선경을 보더니 아주 좋아하더라구.
화면에는 적당히 나이들어 보이는데 실제로 보니 참 앳되고 예쁘더라.
얼굴도 조막만하고.
그거 끝나자마자 서울시 특수학교 체육대회가 열려서 또 매일 배구 연습하고, 선수들 먹을 것 준비하고 그랬다는 거 아니냐.
체육대회날 먹을 음식 준비하고 기안하고 기안하고 기안하고....... 틀려서 다시 하고 바뀌어서 다시 하고 으이구~~~
다음 주 10일에는(남들 다 노는, 기막힌 황금 연휴 마지막 날! 게다가 우리는 9일도 휴일이란다) 또 1회 미스 농아선발대회라는 게 있어서 우리학교 무용반 애들 데리고 가서 찬조출연한다는 것 아니냐~
난 가방 들고 가는 역할이고.
그거 하고 나면 1학기 큰 행사는 얼추 끝난 것 같은데 또 어떤 복병이 숨어있다가 튀어나올지 모르겠다. 아! 맞다. 다음 주에는 학생 체육대회가 또 있지.
2학기에는 예술제가 기다리고 있고.
머리 아파서 도망 가고 싶더라.
너무나 바쁘니까 갑자기 울화통이 터지고 머리도 정지되는 것 같고.
아! 어떡하지 하면서 마음이 아주 이상해지더라구.
그런데 날 젤 힘들게 하는 게 따로 있어.
올해 담임을 안 맡았기 때문에 학년을 고를 수가 없었어.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가 같이 있는데, 난 늘 고등학교 학생들만 가르쳤거든.
올해는 국어 선생들이 거의 고등학교 담임들이라 내가 중 1을 맡게 되었어.
미치겠어ㅠㅠ
소위 -사람도 아닌 것이 짐승도 아닌 것이-인 시기의 그 아이들.
게다가 얼마나 귀엽고 기가 막힌지 뭐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다 따로 놀고, 다 자기 생각만 하고, 다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맨날 싸워.
쳐다본다고 싸우고, 안 쳐다봤다고 싸우고, 이르고, 일렀다고 싸우고, 안 일렀다고 싸우고.
책상 밑으로 기어나오는 놈, 부러진 안경다리만 한 시간 내내 만지는 놈(집중력 짱!), 내가 쟤 안경 깨뜨리지 않았다고 하루종일 징징대는 놈(누가 물어 봤냐고?), 퀴즈만 하자고 소리지르는 놈, 하다못해 자기 손톱이라도 부러뜨려가며 노는 놈에, 놀 것 없으면 사팔뜨기 노릇도 해요.
한 반에 여섯 명이나 일곱 명(이면 어머나 애개개..... 하지요? 아니거든요) 인데 도무지 도저히 수업을 할 수가 없어.
옛날에 봉숭아 학당이라는 개그 프로 있었지? 지금도 있나? 딱 그거 곱하기 7하면 돼.
어떻게 말로 할 수가 없는 시기야.
완전 애기야, 무슨 강아지 새끼들 모아 놓은 것 같아.
1교시에만 좀 얌전해. 잠이 덜 깼거든.
3교시만 되면 날뛰는데 완전 불감당이야.
그래서 할 수 없이 전부 칠판 앞으로 나오게 해서 내 앞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지지 못하게 하고 눈동자 잡아 끌어가며 수업한다는 거 아니냐.
문제는 너무 귀엽다는 거야. 젖냄새 폴폴 풍기고.
혈압 솟구치고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도무지 웃음이 나서.
이러니 내가 미치지 않겠니?
웃지 마, 나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거니까!
언제 쥐구멍에 볕 들려나~~~~~
정말 큰일났어~
애들 사진 올리고 소개 좀 할게.
이 ㅅㅋ들!
옥규야 안녕?
나 그럭저럭 잘지내..
작년 한해는 병치레하는 해였지만
올해는 살만해..병에 적응 이되는 거지 모.
너 참 대단하다..
요런 부산한 녀석들 데리고 수업하기가 쉽지않을 텐데.
그래도 요런녀석들을 귀여운 눈으로 바라다보는 너이기에
가능한 일일꺼야~
나도 홧팅 해줄께~
아~~~~~~~~~
선배님이 왜 그리고 맑은 유리창을
첫 만남에서 생각하게 하셨는지를 알겠네요.
이쁜 꽂을 보아야만 향기를 느끼는것도,
좋은 일만 있어야 가슴이 무너질 듯
기쁜것도 아니구나 싶은
감흥에 젖는 날이 꽤 되더라구요,
힘들다 픈 날에는 더 .
저도 화이팅이요
옥규야!
어쩜 그리도 글을 잘쓰니
아이들과의 네생활이 그대로 그려지네.
역시 국어선생님은 표현하는게 다르네 하면서도
글 자체가 아니라
진짜는
그 속에는 너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따뜻함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겠지.
사진속의 아이들!
너무 귀엽고 정말 사랑스럽다.
그 아이들을 보니
20대 때 인천남중에서 담임맡았던
1학년 까까머리 아이들이 생각나네.
지금은 40대 중년이 되어
중고등 학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고 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다수의 아이들!
그런데 사실 난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잣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해 상처도 많이 주었던것 같애.
나 나름대로는 그게 아이들을 위하는 바른 교육이라 생각하고
도리어 지금 나이드니
아이들이 훨씬 예쁘고 귀여운데
내가 지도하는 고2, 고2 아이들 입시에 치여
마음껏 귀여워해줄 시간도 여력도 없는 것같아 마음 아프다.
지금 고 3아이들
3월은 활기차고 명랑하더니
4월은 기가 빠지고
5월되니 첫날 부터 벌써 피곤에 절어
조는애 깨우는게 일상이 되버려
한편으론 안타깝고, 안스럽고
한편으론 경쟁에 밀린다고 야단을 처야하니
이게 우리 인문계 학교의 실상이란다.
이제 막 1교시 끝나는 종이 울렸네
2교시 우리 아이들 보러 수업 들어가야지
애들아(우리 친구들아!)
항상 건강하고 조만간 얼굴들 보자
(연옥아! 장모님 재미에 푹빠져 있나보네. 친구들 얼굴 한번 봐야지!)
ㅎㅎㅎ 읽다 죽네,
1) 정선경 별명은....<엉덩이가 예쁜 여자> 그리고 출세대표작은 <파랑새는 없다>라고 아주 존 드라마였다오.
2) 수고많은 교육현장 느껴집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