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내가 사는 아리조나엔 일찍 봄이 찾아 온다.
이른 봄도 좋고 따뜻한 것도 참 좋지만
반기지 않는 잡초도 함께 찾아와서 봄부터 여름 가을 내내 잡초 등쌀에 괴로움도 시작하는 것이다.
아니, 실은 재 작년까지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몸이 딱딱해져서 굽히지를 못한다나 어쩐다나, 말도 안되는 구실을 붙여 엄살피는 남편의 도움 없이도
나 혼자 틈틈히 뽑아주면 그럭 저럭 감당할만 했고 창피를 면할 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한번 우리 뒷뜰이 완전 잡초 밭으로 변했던 일이 있고나서 문제가 보통 심각해 지지 았았다.
게으른 남편이 구부리기 싫다고 잡초를 뽑지 않고 제초제를 사서 뿌려주는 것만으로 해결하려다가
최악의 상태가 되도록 망쳐 버렸던 것이다.
내가 딸 집에 가서 없던 그 육개월 동안 잔소리 하는 사람도, 거드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번 그렇게 성했던 잡초는 부지런히 기하급수적으로 씨를 퍼쳐서
내가 와서 일망 소탕 작전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가을에 잡초에게 우리가 먹힌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뽑아도, 제초제를 뿌려도 해결이 안되어 그 무성한 생명력에 기가 질려 버리고 말았다.
블란서 친구는 우리에게 충고하기를 가을에 제초제를 열심히 주면 봄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사람 말이 이번에는 안 맞았다. 그 모든 것을 제초제로 죽이려면 돈도 많이 들어서
한통에 20불이나 하는 제초제를 들여 붓듯 뿌린다 한들 살짝 기절했다가 뿌리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기가 질리고 징그럽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겨울에 추워지니 잠시 잡초 걱정을 잊었었는데 지난 이월 초부터 다시 잡초가 우리를 향해 전쟁을 선포해 왔다.
그렇게나 빼곡하게 머리를 들고 일어 나다니, 도저히 근지럽고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나 신기한 방법인가! 돈도 하나도 안들고 너무도 쉬운 비결을 배웠으니!
마침 이월 말에 한국에서 오신 우리 이모가 시원한 해결책을 내 놓으신 것이다.
아직 어린 새 잡초들은 젓가락으로 뿌리를 헤쳐 놓기만 해도 다 타 죽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 이모는 세상살이에 빠삭하신 분이고 왕년에 시골에서 농사도 지은 적이 있으시니까 ...
반신반의 하면서 보여주신 대로 그렇게 해 보았다.
뽑지 않고 그냥 나무 젓가락으로 휘젖는다니 너무도 쉬운 일이었는데,
믿을 수 없게도 하얗게 내리던 뿌리들이 말라 붙으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초제를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런 놀라운 효과를 얻으려면 천불을 써도 안 되었으리라.
남편과 함께 아침녘에 2-30분씩 그렇게 한지 두세 주 안되어 그 기승부리던 잡초들이 기세가 꺽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 아예 눈에 띄이지 않게 되었다.
요새는 눈에 불을 켜고 샅샅이 살펴보아야 간혹 하나씩 둘씩 비실대며 자갈 속에 숨어있을 뿐이다..
땡땡땡! 잡초와의 전쟁은 완전 우리편 승리!ㅎㅎㅎ 덕분에 남편과도 화기애애! ㅎㅎㅎ
그러다보니 정원 돌보는 일이 재미나고 행복해져서 요즈음은 아침마다 공연히 삼십분쯤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잡초뿐 아니라 꽃들도 더 정리가 되고, 관심을 가져주니 나무들도 알아보게 기름져 진다.
이런 상황에 얼마나 안도감이 느껴지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는 오렌지도 많이 수확할 것 같고 석류도 새에게 빼앗기지 않고 수확할 자신이 생긴다.
심지어 평생 성공 못해 본 터밭 가꾸기에도 도전장을 내볼까 생각 중이다.
잡초와 싸움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날마다 조금씩 무언가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 하는 것!
사람의 손은 참 무섭다는 생각도 해 본다. 절대로 잡초가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
이렇게 자라기도 전에 뒤집어 놓으면 아무리 끈질긴 잡초라도 뿌리 내릴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잡초를 뿁으면 꼭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마치 잡초가 없어지면 내 마음도 깨끗해 지는 것만 같은 것!
"잡초야 너는 우리 집에 못 산다!" 라고 의기 양양하면서
내 마음 속에 쉴새 없이 일어나던 마음의 잡초들도 깨끗하게 될수 있다는 희망까지
덤으로 얻은 것 같아 자축하는 아침이다.
(2011년 4월)
인선아~
아직 피닉스 집에 있는 겨....?
보스톤에 가 있는 줄 알았는데.....
잡초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 축하 해. ㅎㅎ...
이제 너도 나도 마음의 잡초만 뿌리채 뽑아버리면 되겠지...?
그래,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모든 게 사념의 소재로 사람답게 살라는 청각 시각, 촉각의 울림인데.
내 자신이 닫혀 있으면 오히려 해가 될 소지가 많은 거 같애.
요즈음 신영복 옥중 서간인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접하고 있어.
영욕의 몸이지만 사상이 어찌 깊고 높은지
'내가 오히려 굴레속에 밖혀 있는가 싶어 두번 째 씹어가며 읽고 있단다.
빌린 책이라 줄도 치지 못해, 한국 나가면 사갖고 올 도서 목록에 집어 놓았단다.
?나도 요즘 농장의 잡초 제거에 피땀을 쏟는 중이라 이해가 쉽게 된다
아들과 서투른 나무심기로 모자의 돈독한 협동심을 새밭에 심었어
이렇게 지겨운 마음으로 뽑아내는 잡초가 되어선 안될 인생을 체험한 봄 인선아 조곤조곤 써놓은 잡초이야기
참으로 좋고도 좋다
사람답게 살라는 시청각의 주변소재를 자신의 닫힌 마음이 느끼지 못한다는 정례의 말도 좋지?
오늘도 인일여고가 내 일상을 활기차게 하네
생활 속의 철학이 씹을수록 쫀득하고 고소한 향이 난단다 ㅎㅎㅎㅎ
인선아~
우리도 이곳 일산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단독 주택에서 오래 살았어.
봄이면 잡초 뽑는 일로 아침을 시작했는데~ 벌써 그 때가 까마득하네.
전문가를 불러 잔듸를 불로 살짝 그을린 적도 있었어.
허리는 아파도 잡념도 없어지고 다 뽑고 나면 성취감도 생기고 지금 생각함 그것도 좋은 추억이었다.
넌 언제나 일상의 일을 아주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표현하는구나.
건강하게 잘 지내고 글 자주 올려라.
용선아
나도 요즈음 텃밭 가꾸기로 아침 , 저녁
몸과 마음이 가있어
열무 씨앗을 뿌렸는데 어찌나 많이 뾰족 뾰족 흙덩이를 들치고
솟아 나온 모습이 경이로운지...
용선이가 보았으면 시 한구절 나왔을꺼야
21일 목요일날 약속 못 지킬 것 같애
어머니들과 평생교육으로 2시부터 빵만들기 시간인데
네가 갑자기 만나자는 전화에 좋아서 약속하고 끊고나니
겹치기 약속이 된거야 미안해
요즈음 은성이하고 재미난 시간이 생겼는데
마당에 연하게 자라난 부추 베어다
부추전 부쳐서 막걸리 한 잔 마시는거야
너무 먹으면 간과 난소에 낭종이 생긴 사람도 있다는데...
우리는 아직 한 병 밖에 안 먹었어
아무튼 즐거운 봄날 보내기를...
아름다운 봄날에 우리 친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닌 잡초하곤 먼이야기 같지만 잡초 비스므리한 것이 돋아서...ㅎㅎㅎ
지난 늦가을까지 들여가지 않는 화분들이 아파트 화단에 세개가 있더라.
주인이 있을테니 들여 가겠지 했지만 첫눈이 오는데도 안들여가는거야.
얼마나 추워 보였는지 잠이 안올정도라....
관음죽하고.군자란하고,또 뭰가 삐죽한것이 있었는데
관음죽은 추위를 많이 타서 내가 할수없이 안고
오면서 경비 아자씨한테 야그했지.
주인이 찾으면 나에게 오라고,
며칠후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삐죽이 두잎을 늘어뜨린
군자란이 너무 가엾은거야.
너무 안되서 그것도 안고 들어오면서 주인오면 나에게 오라고 했단다.
군자란은 겉이 얼어 잎이 다 죽어가더라고,
다른 하나는 너무추워 벌써 갔고,
내집 햇볕잘드는 베란다에 놔두고 삼일에 한번씩 쌀뜨믈을 주며 얘기 했단다.
아가들아 ~!
기운내서 살아나라.
우리 같이 다시 봄을 맞이 해야지?
갸들은 잎을 퍼뜨리고 울울창창 자라서 원래 있던
30년 이상된 우리집 화분들을 밀어내려고 하더라.ㅎㅎ
그러면서 그속에서 잡초가 자라나네 그랴.
잡초까지도 이쁜거 있지?
고 잡초가 크로바였어.
안뽑고 기냥 놔뒀지.
죽죽 늘어뜨리며 퍼져 나가더라.
탄천에 나가면 아줌니들이 업드려 쑥을 뜯고 냉이를 캔단다.
난 고것들도 이쁜데 말야 ~~~
순호야
얼어죽기전 화분들을 구사일생 회복하게 한
정성 갸륵하네.
잘 살아난 것들을 볼때마다 참 기쁘겠다.
나는 꽃을 잘 살리지 못해서 잘 키우는 사람이 존경스럽더라.
근데 잡초들도 이쁜 것은 감당할 만한 그릇 싸이즈 때문이 아닌가 싶어.
필요없는데서 한도 없이 퍼치는 것을 보면 나는 울고 싶어~ㅎㅎㅎ
?땅이 밀어 올린 새싹 모두가 영양 식자재로 보이는 내 눈엔 질경이가 아주 사랑스럽네
애쑥의 뿌리가 얼마나 질기고 곁 뿌리까지도 튼튼히 자리 잡아 땅속 깊이 묻혔는지ㅡㅡ
뿌리째 뽑아다가 황토 흙을 털어 내고 그냥 푹 삶아 들여 마쎴어
아 글쌔 변비가 확 뚫려 1kg 체중 감량의 효과를 체험했단다
잡다한 잡초가 때론 몸을 살리는 약재가 되어 주기도 하는가?
대추와 매실을 500주 듬성 듬성 심어 놓고 잡초 걱정이 불면을 부른단다
톱날보다 날카로운 무성한 풀잎 줄기가 떠오르면 잠이 확 깬다구
자고나면 번져가고 커가는 잡초의 성장은 인간의 인내심을 저울 질 하는 악마초다
올해는 모든 잡풀과의 전쟁에서 인선이 처럼 생활철학인이 되어 보고싶구나
사람은 사랑하고 잡초는 몰살 시킬 결심이야
영규야 화백은 과로사는 물론이고 펑크란 별칭도 순식간에 잡초처럼 퍼져 갈 수 있으니 ㅡㅡㅡㅡ
정다운 벗들의 만남에 종종 겹치기 욕심도 내보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매일을 살아 가야 하리라
우리가 곧 70을 바라보는 나이 아니냐?
고희란 어떤 모습의 삶이라도 기쁜 맘 환한 얼굴로 맞아야 한다는 구먼
생의 존재가치 만 으로도 칭송 받을 수 있다는데?
우리의 기쁜 삶이 건강에서 오나니 우리 벗들아 모두 새봄에 새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자꾸나
인선이의 살살 풀어내는 사는 예기가 누룩이 되었네.
가끔 너무 깔끔한 파란 잔디를 보면, 얼마나 많은 제초제를 뿌렸을까 싶어 마음이 그다지 기쁘진 않던 생각이 떠오르네.
잡초라는 이름도 나에게 도움이 안되면 붙여진 이름인 거 같애서.
잡초 --- 그것만으로도 인선이 말마따나 철학의 소재로 이렇게 활발한 나눔의 장이 되다니
멋지다, 잡초야.
인선아~~~~~
오랫만이다.
잡초와의 일상에서 이겨냈다는 쾌거 한마디가 들리는 듯 하다.
깨끗해서 보는이의 마음까지 시원하네.
난 한달전 쯤 텃밭에 손녀와 열심히 감자를 묻었는데 이틀전 주말에 가보니
고란이란 놈들이 대부분 파먹고 30%정도만 싹이 나왔더라구.
요즘 시골엔 고란이가 어찌 많은지 줄을 띄워서 담을 만드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대낮에도 껑충껑충 몰려 다니고 있어.
과일을 어떻게 가꾸면 새에게 뺏기지 않을까?
맛있는 과일은 새들이 먼저 쪼아 버려서 아깝더라구.
비법이라도 있으면 알려주렴.
인선아!
나 이번 주말에 2기 언니들과 미국에 간다.
수인이는 만날것 같고
미국에서 하지못한 회갑파티도 2기언니들과 함께 할것같고.
오늘 가방을 꺼내놓았으니 슬슬 떠날 준비한단다.
네가 멀리있다니 다음에 동부쪽에 갈때 다시 연락할께.
순희야 시골에서 사니까 들짐승과 나눠먹어야 되는구나.
나는 작년까지 몇해동안이나 석류를 새들에게 빼앗겼는데
올해는 이모의 아이디어로 커버를 다 씌워보려고 하는거야.
벌써 이곳에 왔을까 궁금하다.
한두시간 거리면 가볼텐데 참 미안해.
사실 그리 멀지 않은데 (6시간 운전) 일이 겹치면 가기가 쉽지는 않아.
여행하는 사람이 시간 넉넉히 가지고 와서 들러야 더 쉬운일이야.
다음에는 그렇게 하기를...
미국여행이 아주 즐거운 것이 되기를 바란다.
네 어린아이같이 밝은 웃음이 생각난다.
인선아,
아들 집에서 집으로 돌아온거니?
아님, 그곳에서 짬짬히 글을 쓴거니?
하여튼 젓가락 하나만으로... 신기하네.
이모의 지혜가 놀랍다.
근데, 아리조나 작열 때문에 잡초 뿌리가 타버리는게
여기 뉴욕서도 적용할 수 있는거니?
여기 날씬 아리조나처럼 뜨겁지 않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