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숯이 적은 난 바람 많은 봄을 유독 싫어했다.

학창시절을 포함 지금까지 모자를 거의 쓰지 않는 이유도

속알머리 없는 핸디켑 때문이다.

 

여자들은 봄바람 난다는데

난 낙엽 뒹구는 스산한 가을이 좋았다.

첫사랑 생각도 나구

티비 화면마다 붉게 물든 가을 절경을 소개할 때면

미처버릴 거 같은 강한 열병을 앓기도 했다.

 

그런데 2011년 4월

잔인한 4월이라고 여겼던 내 관념을

뒤집어 버리는 사건이 생겼다.

 

인일 50주년 행사를 시작으로

어제는 봄날 100번째 수다방 정모에 초대되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의 바운드리를 넘어

또 다시 외출을 감행했다.

스카프 날리며 걸어가는 내를

쏟아지는 햇살이 따사롭게 감싸안았다..

 

둔해진 50줄의 여인의 살갗을 자극하는

봄바람이 싫지 않은 걸 보니

내가 봄바람이 나긴 났는가보다.

 

두근반 세근반

첫날 부터 지각을 했다.

 

인생 후반을 멋지게 달려가고 있는

선배님들의 포스에 기죽어

얼어버린 얼굴로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인사를 했다.

 

복잡한 정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 모임이 맘에 들었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게에

임금님 수라상보다 더 화려한 산해진미를 맛보며

돌아올 때는 선배님들이 준비한

김,미역, 떡, 이뻐지라고 고급 화장품까지

글구 주향이가 준비한 손수건에

 

한 보따리씩 들고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서는 아줌씨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난 감사하고도 영광스럽게

정보위원장 전영희 선배님의 차로

못 다한 데이트의 여운을 풀 수 있었다.

 

애인과 헤어지고 돌아온 설램 처럼

이렇게 긴 여운이 이어지다니...

 

내가 바람이 난 것이 확실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