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한 주를 출발하는 월요일이 우리에겐 휴일이다.

하지만 개척목회자 부부에겐 휴일이 따로 없다.

쉼에 익숙치 못하고 달려온 길

 

늦게 부름받은 남편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단 강박증이 있다.

난 때때로 유유자적하고 픈 욕망이 있건만

남편과 보폭을 같이 하노라면

헉헉 숨이 찰 때가 있다.

 

그러던 그가 왠일인지

뜬금없이 봄 나물을 캐러 가잔다.

우리가 힘 쓰고 애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계절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이렇게 아름다운 봄을 주셨는데

우리가 맘껏 누리고 찬양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하여 썬크림 바르고

비닐봉지 두개 과도 두개 물 한병 들고

차에 올랐다.

 

실내에서는 스산함을 느꼈는데

차창 안으로 쏟아지는 봄볕이 뜨겁기까지 하다.

 

가까운 그린벨트지역 야산가의 밭둑에

프릇파릇 올라온 쑥잎을 칼로 도렸다.

아직 파종하지 않은 밭고랑에 냉이도 많이 있다.

 

어릴적 서곳이 고향인 나는

쑥보다는 냉이를 많이 캐러 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쑥보다는 냉이에 필이 꽂혔다.

 

바구니가 아닌 비닐봉지에 가득찬 나물을 들고

집으로 와서 신문지 깔아놓고 쏟아놓으니

왜 이리 흐믓한지...

방바닥에 마주앉아 두개의 바구니에 쑥과 냉이를 다듬어서 골라 넣으니

마치 큰 일을 이룬 사람처럼 괜한 성취감이

배부르게 날 만족시켰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아낙네와 사는 내 남편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런지...

 

돈 많이 벌어오지 않는다는 투정도

넓은 집 좋은 옷 사달라고 닥달하지도 않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여자가 아닐까

 

울 엄마가 했던 것처럼

쌀뜨물에 된장 풀고 멸치 넣고 쑥국을 끓였다.

끓는 물에 데친 냉이를 꼭 짜서 고추장에 갖은 양념으로 무침을 하고

냉장고에 있던 여러 야채들을 꺼내어 비빔밥을 해서

오붓한 저녁상을 차렸다.

 

봄 향기가 그득한 만찬으로

우리의 봄나들이는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