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볓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겨울보다 더 시리게 옷 속을 파고들어 가슴팍를 애리게 한다.

 

인일 5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동춘역에서 지하철을 바꿔타고 인천대입구역에서 내렸다

한껏 멋을 낸 적당히 서리가 내려앉은 퍼머머리의 여인들이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또 더러는 아직은 여인의 냄새를 내고싶어 하는 오십줄 넘어보이는 여인네들이 한꺼번에

두리번 두리번 출구를 찾는 폼이 모두 목적지가 같은가보다.

속으로 나도 그 곳에 가는데...

 

우리 기수의 대장 주향이의 노력으로 첨으로 17기 모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진학반 취업반이란 이분법으로

모처럼만의 만남을 하나로 엮어내는데는 실패를 했다.

 

여린 감성을 지녔던 그 시절 그런 나눔의 방법이

그녀들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았는갑보다.

 

나도 그랬었다.

가장 즐겁고 행복했어야할 시절 많은 그늘을 스스로 만들며 살었더랬다.

그러나 목회자의 아내란 새로운 이름을 얻으며

그런 잡동사니 감정들을 하나하나 걷어내며

새로운 가치들로 새로운 집을 지어갔다.

그 집에 이제는 누구라도 초대할 수 있을 거같다.

 

그래서 과감하게 주향이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인일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이 모임의 날을 손 꼽아 기다렸다.

이 거 입을까 저 거 입을까 머리는 어떻게 할까...

오랬만에 힐을 꺼내 신고

광택나는 검은 팬츠와 망사레이스로 치장한 조금은 화려한 셔츠위에 빨간 자켓으로 마무리를 했다.

숯이 적은 머리를 왁스로 띠우고 송도의 바닷바람을 생각해서 스프레이로 고정을 시켰다.

옅은 그린색 스카프를 두르고 막내딸이 어버이날 선물한 금속 장식이 달린 빅빽을 둘러메고

허리를 곧게 펴고 또박또박 힐의 굽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마치 아가씨가 된 듯하다.

 

도도한 인일 선배님들의 자태는 세월의 흐름이 무상하다.

옛 은사님들의 검버섯 핀 얼굴과 등 굽은 허리가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다시 자각케 한다.

 

무대까지 올라 정렬적으로 춤을 추는 그녀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새까만 후배인 나는 벌써 갱년기가 온다고 추웠다 더웠다 엄살을 피우고 있는데...

 

그동안 간간이 홈피에 들어왔지만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주저했었다.

내 친구 주향이가 소모임에 들어가 글도 좀 남기고 하란 말을 했다.

아직 이 모임의 성격을 확실하게 모르겠다.

 

좀 전에 순호 선배님의 손자 돌보는 애환을 담은 글을 읽으며 많이 웃었다.

머지 않은 나의 미래인데 손자 돌볼 체력이나 되려는지

진짜루 딸년들은 다 도둑년이라는데 당연하게 날 부려먹으면 어쩌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