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 무지막지한 재앙에

입벌려

빈소리를 낸단 말인가

어떻게 저 눈앞 캄캄한 파국에

입다물고

고개돌린단 말인가

이도 저도 아닌 속수무책으로 실시간의 화면을 본다

 

몇 천일지

몇 만일지 모를 일상의 착한 목숨들

이제 살아오지 못한다

어머니도

아기도

할아버지도 휩쓸려갔다

아버지도

누나도 친구들도 어느 시궁창 더미에 파묻혔다

그리도 알뜰한 당신들의 집

다  떠내려갔다

배들이 뭍으로 와 뒤집혔고

차들이 장난감으로 떠내려갔다 우유도 물도 없다

 

인간의 안락이란 얼마나 불운인가

인간의 문명이란 얼마나 무명인가

인간의 장소란 얼마나 허망한가

저 탕산 저 인도네시아

저 아이티

저 뉴질랜드

오늘 다시 일본의 사변에서

인류는 인류의 불행으로 자신을 깨닫는다

 

그러나 일본은 새삼 아름답다

결코 이 불행의 극한에 침몰하지 않고

범죄도

사재기도

혼란도 없이

너를 나로

나를 너로 하여

이 극한을 견디어내고 기어이 이겨낸다

오늘의 일본은

다시 내일의 일본이다

 

내 이웃 일본의 고통이여 고통 그 다음이여

오늘의 일본으로

이후의 일본 반드시 세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