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그제
일본의 대지진땜에 전에 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어.
친구, 친척, 선배, 지인
일본에 있는 식구들땜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냐는 다 같은 얘기지.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지, 일본을 세로로 반 갈라 동쪽은 다 지진 피해권에 있는가봐.
지진나고 바로는 전화통화도 안되더니 이젠 잘 되네.
수시로 출장을 다니는 남편은 오늘 돌아올테구
남아 있는 아들(도쿄 북서부)은 피난가방 하나 꾸려 옆에 두고 사는 생활을 당분간 하겠지만
내일이면 또 전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해 저물면 돌아오는 그 땅의 일원으로 일상을 살겠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우짜겠어. 그렇다고 다 작파하고 올 수도 없는거고
그만 그만하길 바래야지.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가면서도
참혹한 재앙에 생떼같은 목숨이 부지기수로 수장된 그 언저리만 벗어나면
받아 논 잔치는 해야하고,
세상에 허구많은 웃음꺼리, 볼꺼리에 배을 쥐고 웃느라 정신을 팔겠지.
사람 사는 건 다 그런거니까.
여지껏 일본이 좀 티껍게 굴긴 했어.
그렇다고 '응징' 이라고 입방정을 떠는 사람도 제 악업을 짓는 일이고.
우리나라라고 자연 재해가 영영 없다고 볼 수 있나.
이번에 확실하게 알려준 건 하나 있지.
밉든 곱든 그래도 한반도 동남쪽에 일본열도가 버티고 있어야 하는 이유.
그 물이 다 우리나라를 덥쳤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우짜든 당한 일은 당한 일이고
이번엔 일본이 쫌 겸손하게 남이 도와준달때 뿌리치지않으면 좋을텐데
고베지진때는 스위스에서 보낸 구조견은 검역을 해야한다고 일주일 잡아놓고,
어디서 온다는 의사는 일본 의사 면허가 없다해서 오지말라 했다네. 이런 ~
그전에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났을 때
일본에서 무지하게 많은 수의 전문가들이 와서 꽁짜로 꼼꼼하게 공부를 하고 갔다대.
일본이라고 그런 사고 나지말란 법 없으니까 '이때다' 싶었겠지.
일본이 그 좋은(?)기회를 놓칠리 있나.
전차와 지하철이 대다수 국민의 발이고, 그런 사고를 가상해서도 종종 훈련을 하는데.
우리도 크-단 점보기로 한 대 실어다 부려놓고
이것 저것 공부 좀 하고 오라하면 좋을텐데.
공부도 다 때가 있단 말 이럴때 쓰는 거 아닌가.
무셔워서 못 가겠다는 넘은 요 기회에 짜르면 되고.
내가 이런 소리 안 해도 오죽 잘 알아서 하려구.
건 그렇구
나 우리 게시판에 작년 4월에 귀국했다고 들어오고 첨인것 같다.
이번에 친구들이 전화를 했는데
왜 넌 우리 게시판은 안 들어오고' 봄날' 에만 드나드냐고 하네.
' 글쎄말이야. 그랬네 '
응. 자주 들어오기도 하고
동기 모임에 얼굴도 내밀고 해야 하는데
일본에 있을 때나 거제도에 있어도 여전히 '님은 먼 곳에' 이구나.
남편은 이미 예약한 비행기 티켓대로 한 시간가량 늦기는 했어도 오늘 잘 왔어.
나리타 공항은 피난민 수용소같더라나.
족히 만명은 되겠던데 거기서 발이 묶여 보루바꼬를 깔고 누운 사람에, 앉은 사람에.
이틀간 결항했어도 천재지변이니 항공사에서 변상하거나 특별기를 띄워야 할 의무도 없고
어제나 그제 비행기를 탔어야 할 사람이 그저 빈자리가 나기만 바라고 있으니 엄청 답답허것지.
세상 살다보면 내 의지와 암 상관읎이 불이익를 보는 경우도 있어. 그지?
힘든 일 겪고 나면 사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겠지?
힘 없이 생명줄 놓은 사람들로 인해 살아 있음이 얼마나 덧없는가도 느껴 보고
욕심 부리며 아웅다웅하던 마음도 잠시 내려 놓을 수 있게 하고.....
산다는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거겠지?
난 오늘 계양산을 갔다 왔다.
엄청난 재앙이 눈 앞에 없으니 네 말대로 우리의 일상이다.
웃고 떠들고...
내가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산행에 못오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키 작은 친구가 자기는 허리가 없어 허리가 안아프다는군~~~!ㅋㅋㅋㅎㅎㅎㅎ
몇년전 겨울에 친구들과 센다이 공항을 거쳐
일본동부를 여행한적이 있는데...
조그만 통통배를타고 항구도 돌았던 것 같애.
기억속의 도시가 하루아침에 일상의 생활에서
재앙으로 뒤엎어 없어졌다니 끔찍하다.
울큰애 일본 여친도 무사하지만 여진으로 무척 불안해한다고...
인옥인 계양산에 다녀왔네.
난 어제 영종도에서 배타고 장봉도 국사봉에 다녀왔다.
인천 앞바다에 작은 섬들이 많이 있는데
시간나는대로 둘러볼 계획.
돌아오는 길에 영종 잠전도 근처에서 해물칼국수 쥑이더라.
휴~ 다행이다.
가족들이 무사하다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네.
그렇잖아도 찬정이 아들이 도쿄에 있을텐데 하고 몇 친구가 걱정했다.
일본에 사는 친지를 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던데 안부 묻기도 두렵더라.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다. 더 이상의 피해는 없어야 할 터인데 ......
인옥이는 나를 하두 오랫만에 게시판에서 만나니 서먹한가 '찬정씨 ' 가 뭐야. 미안시럽게.
작년 총무 맡아 수고해준 경자한텐 인사도 한번 못했네. 종종 만나자.
봉연아 다들 잘 지내지?
주위에서 일본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 걱정을 많이 해주니 고마워.
우리 아이가 있는 곳은 이번에 지진이 난 곳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괜찮았어.
지진난 다음날(토요일) 父子간이 집근처 커다란 슈퍼에 가서 비상식량이 될 만한 걸
사고, 끈과 테이프를 사다가 떨어지거나 쓰러질만한 건 다 고정시켜 놓는 작업을 했대.
다행히 일요일에 돌아오는 왕복티켓을 가지고 있는 아빠가 나리타 공항행 스카이라이나
타는 닛뽀리역까지 배웅하는 아들에게 부디 몸 조심하라고 하는 아빠는 아빠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기분이 좀 그렀더라나.
찬정씨~~!!
반가워용~~!!
가족이 무사하다니 천만다행이다.
너도 일본에 있지 않고 한국에 있어 다행이고~!!
자주 들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