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회 - 게시판담당 : 윤순영
?지난 2월 내린 눈속에 우리집 울안 남쪽 으로 난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
.........?겨울나무의 노래.................
?사람이 그리울 때는
겨울나무를 생각한다.
오, 상쾌한 바람의 채찍
맨살에 떨리는 찬 바람소리를 듣는다.
친구여, 지금 가슴에
주렁주렁 매달린 계절의 이름들 나뭇잎들
우수수 떨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우리 서로 낯모르는 얼굴로
어두운 뒷담에 홀로 숨어서
가다듬을 목청도 없는 음치의 노래
부끄럽게 부끄럽게 흐느끼다가
처음만나던 그때 그 목소리
아직도 남았을까
친구여 나는
사람이 그리울 때면
찬 바람 몰리는 겨울나무
수식없는 노랠 듣는다.
?....................春望........................
???눈이 내린다
이밤을 야합하는 서울이여
그대의 자식들에게 울음을 울게 하라
울음을 아끼기 위하여
울게 하라
보라, 25도 짜리 막소주 빛깔로
얼어붙은 우리의 발길에
미친듯이 눈발이 흩날리는 것을.
비로소 희미한 발자국도 일어서고
소리없는 울음이 빛나지만
그리하여 밤이 깊도록
인적 없는 우리의 창들은
그 얼마나 허허로우냐
눈이 내린다, 그리고
엊그제는 우수 경칩
저기 남대문 꽃시장에는
한겨우내 피흘리던 겨울의 끝도 보이는데
이를테면 반도의 깊은 잠 위에는
눈이 내린다?
소리없이 내린다.
?은숙아~
산이 할아버지 글 읽어주니 고맙고
간결하게 소감 말해주니 또 기쁘고
나이먹어 가는일에 익숙해 지려고 항상 무언가를 찾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거든........더 노력해야 하겠지.....
??
은희야~~
너 요즘 푸~욱 빠졌구나!!~~~좋은 연주자 찾아서 그 속에 우릴 함몰시키려고~~~!!
어쩜 이리도 부드러울까!! 보드라운 선율에 우리 함께 들어가서 맘껏 ??취해 보자꾸나!!
수고 만땅이다.............!!!
??와아~...........희순아........
같은 곡이라도..........이렇게 또 연주방법에 따라서..........네말대로 보드랍게 감싸안고 달래주네그려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네.........
이곳에 베르네의 곡으로 올리려고 수고 만땅혔네.
오늘 또 몇시간 평화속에 행복하게 잠겨있다가 잠들것같구나
?............몸살...................
내 일상의 허기진 눈길 속에
기어드는 하루살이떼처럼
어지러이 신열이 오른다.
?나보다 앞서 떠난
길들 모여 술렁이는 벼랑 위에서
거센 물결 일렁이는 큰 물구비 앞에서
되돌아보면 되돌아보면
한 마당 따라서 불던
힘겨운 께끼춤의 반나절이 보인다.
흔들리는 발목이 빙빙 도는 하늘이
한 줄기 여린 바람 속에서도
부끄럽게 뒤엉키는 길들이
아아, 귀막고 소리치는 내 살들이.???
........가을에...........
열심히 쓰러지는군.
저 가을 논배미들
또 한 해 이마 위에 찬 이슬
더부룩히 자란 붉은 수염 속에
넉넉히 받은 얼굴들, 지금은 한 아름씩
묵묵히 쓰러지는 저 논배미들 아름답군.
이 가을에 헛되이 남은 것은
내 기다리지 않은 것들
쭉정이같은 것들은 쭉정이같은 것들은
찬 바람 몰리는 빈 들과 함께
겨우내 더 소리쳐 울게 하고
이 가을에 내가 할일은
기다리던 것들 한 아름씩 쓰러뜨리는 일
눈물겹게 눈물겹게 쓰러뜨리는 일.
......橋脚을 세우며..........
요즘 나는 한 사내를 만났다.
관악산밑 화롯불 깊이 덮어두고
불빛 흐린 모래내 혹은 영등포
소주집의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가로 생선회집으로
소주같은 불같은 생선같은,
마셔도 마셔도 백지처럼 넉넉한,
불 담은 얼음같은 한 사내를.
때때로 질그릇 속에 담긴
온화한 불씨들이 그립기도 했지만
나는 안다,
아직은 멈추어 서있을 수 없는 젊음을.
겨울 벌판은 멀고 밤은 깊어
찬 바람 휘몰리는 소리, 소리, 소리,
소리보다 마음 더 시린 두 손 비비며
나의 한 작은 출발을
내가 만난 한 빙판의 반을
가로지르는 가늘고 긴 교각의 허리에
쇠못 하나 다시 지른다.
????
.........밥방죽 길...............
밥방죽 만든 밥이 밥방죽 봇둑만큼 삭아진 들
판이라서 밥방죽이라 이른다고 웃으시던 할아버
지---
몇 마지기 논배미에 등이 삭은
할아버지 웃음의 언저리에 언제나
억척스레 밀려드는 물길을 쓸며
사발밥 보퉁이의 마른 싹을 틔던
까맣게 불타버린 그 울음의
골 깊은 손금들이 가물거리고
봇둑을 자꾸 자꾸 무너뜨리던
탁탁한 강화 앞바다처럼
아무리 웃어도 웃음은 항시
한 뼘의 그 지평과 하늘 못가리는
부끄러운 안개와 그림자들로 넘치던 둑길
밥이 삭아 흙이 됐거나
목숨이 삭아 흙이 됐거나
간 봄 수릿날은 논두렁 풀숲
청청한 창포줄기도 길길이 자라고
서북이나 남도 사투리도 바삐 오가는 길.????
..............?김포가도에서...........
우리들은 때로
사랑 이야기에 밤을 지새우지만
소나기같이
섭섭한 여름 소나기같이
한숨이나 눈물로 홍수질 일은 아닐지 몰라
저기 저기 다소곳이 머리 숙이는 들판이나
또 몇 포기의 싱싱한 아침을 기르는 것은
한탄강이나 임진강 갈밭 굽이를 휩쓸고
서해 바다로
서해 바다로
유행처럼 수런거리며 몰려 내려 간
성급한 빗발이나 천둥보담은
한나절만 살아도 늘어나는
히끗한 귀밑머리 항아짐장수
오면 가면 숨돌리는 길자락이나
그 비슷한 길섶들의 끈적한 추녀끝에
아직도 맺혀 남은 몇 방울의 낙수를
비 개인 날 저녁녘 붉은 노을 속
타는듯이 맺혀 있는 그 사랑,
전신으로 떨어져서 흔적없이 스며드는,
들찔레 뿌리같이 질긴 눈물일지 몰라
저기 저기 다소곳이 머리 숙이는 들판이나
또 몇 포기의 아침을 기르는 것은.????
.......드롭커어튼............
드롭커어튼 한 자락
힘겨운 어깨 춤추듯
바람에 펄럭인다.
自字에서 至字로 가는
길 점점 흐려지고
수상한 홋수의 활자들이
절벽타듯
아슬아슬하게 기어가고 있다.
빗물 스며 얼룩진 실내엔
탈색된 흰 종이벽들 서쪽으로 기울고
낡은 훈장처럼 흔들리는
괘종시계 몇 점
드롭커어튼 한 자락
누가 괴롭게 매달렸다 내려진
이 자리 잠시 떠맡아
힘겨운 어깨 춤추듯
남은 기간을 펄럭이고 있나.
????
???
..........장날...................
장이 선다고
사람들은 모두들
올망졸망 보따리
이고 지고 싸들고
날샐녘부터 떠들썩
법석들을 떠는데
어이 할까나
어차피 산다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거라지만
노래기 간 서말을 먹어야
장사꾼이 된다는데
香娘閣氏 잔치상을
풍문으로 배불리고
어이 할까나
사람들은 장터얘기로 꽃피우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나는데
장터 백리 밖에서
어이 할까나
두어 됫박
겉보리를 퍼내볼까나.
........새벽..........
안경을 닦는다.
아무리 닦아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몇 개의 얼룩이 남는다.
네게로 나를 이끌고 흐르던 긴 물소리
불현듯 돌아선다.
모든 길들을 덮고
길들은 더 큰 어둠으로
헤쳐가는 물길 천리
그 길의 한 끝에서
문득, 나는 안경 너머로
새 한 마리 울지 않는 새벽이
푸른 박제처럼
창에 걸려 있는 것을
본다.????
???
.........日常事.............
바람이 분다.
풀잎들이 자지러지게 몸을 흔들며
한 곳으로 쏠린다. 서로
쏠리면서 눈을 흘긴다.
바람이 불어서 풀잎들은
한 곳으로 쏠릴 뿐인데,
미워하는 자도 미움 받는 자도
바람에 쓰러질 뿐인데,
풀잎들이 자지러지게 몸을 흔들며
한 곳으로 쓰러진다,
미워할 것도 미움받을 것도 없는데,
서로가 서로를 눈을 흘긴다,
어차피 바람이 불면
모두가 한 곳으로 쓰러지는 것을.
???
..........떼기러기 울음소리...........
누구냐,
누이는 내 열 한 살적
문빗장 굳게 걸어 잠그고
나 몰래 새벽길
홀로 떠나갔느니
누구냐,
저 녹슨 대문
활짝 열어젖히는 소리로
나를 빈 들판 위에
발 벗게 하는 너는,
들판을 날아가고
거기 남은 빈 자리
下弦달만 휘영청 줄달음치는
섣달 寒天 아래 나를 이끌고
외줄기 긴 목소리
九泉으로 내리뻗는.
???
...........운동장 素描 I.............
여름이 기다란 몸뚱어릴
뒤틀고 누운 긴 校庭,
방학을 한 아이들
어지러진 발자국만 남아
귓가에 찰랑거리는 記憶들을 손짓한다.
땀 흘리며 물구나무 선 하늘에
기다랗게 줄서는 幼年,
내 부끄러운 아이들이
부딪끼는 바람 속에서 끄슬리며
하나씩 까맣게 쓰러지고,
쓰러져도 일어서는 아이들을
다시 덮는 海溢 한 자락,
波濤 위에 둥둥 떠가는
몇 개의 어린 허깨비들.
???
.........운동장 素描 II..............
鍾이 울린다.
종소리는 소리만을 위해
해묵은 느름나무 둘러선
짙은 어스름 위에 겹쳐 내린다.
종이 울릴 때마다
한 여름의 깊은 罪
더 茂盛하고
바람부는 날 나뭇가지들은
일제히 몸을 흔들어
팔 저리도록 겹친 그늘을
제 발치 아래 떨어버린다.
운동장 여기저기 휩쓸리는 그늘들
끼리끼리 몰리며
다시 몇 개의 洞窟을 파고
그 검은 언저리를 더듬는
어린 손들을 말없이 나꿔챈다.
종이 울린다
무수한 어린 잎들이 떨며
가을처럼 쏟아지고
낙엽처럼 흩어져서 흩어진 것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
.........丹楓...............
온 밤 사윈 별빛으로
燈 밝히고
봉선화 꽃잎보다 더 붉은
그리움을 줄줄이 실타래 풀어
내 꿈 속 그대 하늘 나르는
한 마리 작은 새 그리었더니
서릿바람 차운 별밭 사잇길
구비구비 핏빛으로 울며 찾아가더니
눈 뜨면 밝은 날은
울음만 남아
온 산을 더 붉게 물들입니다.
???
.......歲暮의 바닷가에서.........
?1971년 겨울
?三冬 언 하늘
부슬부슬 진눈깨비 내리네
눈물에 씻기운 해와 달무리
자잘한 조약돌들 별빛마저
부스러져 내리네 내리네.
눈 감는 세월 어스름을
진눈깨비 내리고 江이 흐르고
온 바다가 둘러서서 맨살로 우는데
하늬바람이나 朔風 불 때
목 매달아 죽은 노을빛으로
메마른 풀잎들 어지러지고
키 큰 뻥쑥대만 잉잉거리는 저 봇둑
痛哭의 바다 가로 막으며
어둠 속 저리도 멀리 뻗어 있네.
둑길 따라 이리저리 몰리며
마음 찢기는 바람 한 자락
뒤따라서 다시 그저 가라 함인가.
???
..........묘원에서............
??..............故 宋雲龍 兄을 추모하며.........
?그대 눈썹 무겁게 누운 잠이여
어제 불던 꽃샘바람 꽃눈 말리고
우리 밤새워 마음 지핀 잿불들
한 바가지의 이슬에 다시 젖네
인제는 옛이야기라 소리없이 고이는
찬술 한 잔에 돌아서는 이 언덕
바람 한 줄기 내 시린 빈 손에
몇 마디 말 없이 떨구고 가네
살아서도 풍문으로 떠도는 사람들
먼 발치로 가리키며 지나가네.
(제주에 있는 중문과 교수인 조카의 아버지인 내 큰형부가 젊은 나이
사십에 돌아가셨을때 친형님 같이 따르던 동서형을 잃고 제일로
슬퍼했었지요...........고인의 영정 사진을 보면 너무 애 띠어서...)
???
..........薔薇(장미)..................
오월 햇빛은 다시
네 푸른 소매 끝에 불타고
가시 끝에 찔린 마음이여
그리움은 강물이어도
燃獄 속에 타는 꽃
뜨거운 呻吟 소리 묶이어
육신에 가시로 돋았구나.
바람 몹시 불면 입술 더 새파랗게
匕首 비껴물고 칼춤 춤추고
춤추다 춤추다가 제 가슴 찌르면
이윽고 겨울 밑바닥 갈라지는
鈍한 소리
차라리 꿈결로 돌려놓고
血管 속에 가라앉은 寶石 몇 개
다시 흐른다.
장미꽃 핀다,
바람 몹시 부는 날
제 가슴 찔러 피로 피는 꽃.
시집 "배우일지" 올리고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시집속에 시간들이
젊다고 하기보다 어리디 어린 애잔한 나이의 미숙함이 보여지던 때가 아니였나싶다
나름대로 그때는 힘들고 버거운 삶이라고 여겨졌던 나날 이였었지만
그러나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생기있고 아름다운 우리의 꽃피는 시절 이였었으니
그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의 현재의 우리가 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우연히 주위에 권고로 올리게 되었으나 오히려 내가 새삼스레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시 귀절 귀절에 빠져서 지내면서 행복했었다
시를 읽으면서 잊고있던 귀중한 회상의 시간이였음을 말하고싶다.
종종 전화주고 연락주는 동기친구들 후배들의 따듯한 관심이 고마웠다.
흔적없이 읽기만 하는 그 사랑스런 눈길에 많은 고마움을 전한다.
???
??..........??悲歌..........
서른 세 살이 되어서
문득, 나는
팔과 어깨만 자랐구나.
온 봄내 여위도록 몸 바칠 꽃대 하나
한 송아리의 찬란한 피의 터침
애기씨 열매 한 알의 풋풋함 같은 것들
한 줌의 비밀한 뜨거움도 없이
바람 불면 서로 안스럽게 쓸어안는
다만 마른 풀밭에 풀잎 스미는 소리
저 무성한 팔과 어깨뿐이다.
그대여 멀리 있는 그대여
사랑하는 법을 알기보다
뼈으스러지게 포옹하는 시늉만을 배웠구나
바람에 불리면 바람에 불리는 소리
바람에 뿌리 뽑혀 쓰러진대도
제 껴안은 어깨 풀고는 눈 못감는
두려움만 기다리어 호롱불
켜들고 섰는 커다란 눈망울들
마주 바래고 살아왔구나.
그대여 불현듯 달려온다 해도
그대 따로이 입맞출 꽃 한 송이
내게 없느니
저 마른 풀밭에 풀잎 스미는 소리
아직은 무성한 팔과 어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