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회 - 아이러브스쿨 게시판담당 : 김영자
정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곳 시간으로 새벽 4시라고 했다. 며칠 전 정숙에게 전화했더니 자동응답기 영어가 흘러나오는데 당황해서 얼른 끊어버리고 말았었는데.
회갑 여행 후 일이 손에 안 잡혔다고 한다. 마음에 봄바람이 가득하다고.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기도 하단다. 그래서 낭군님과 함께 한국에 온단다. 4월 8-10일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써 놓고 올리지 않던 글 정숙이 전화 받고 올린다. 정숙에게 배운 것
정숙이를 생각하면 천경자 그림 속의 꽃 같은 여인들이 떠오른다.
정숙이야말로 남성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할머니가 되도록 함께 살아도 늘 그리운 연인 같은 여성이기 때문이리라.
정숙이는 나의 크루즈 룸메였다.
가이드님이 안내한 대로 우리는 짝이 되어 크루즈에 올랐다.
함께 하고 싶던 친구와 한 방이 되지 않은 건 섭섭했지만 미국 사는 친구가 짝이 된 건 그 중 행운으로 생각되었다. 어느 커플보다도 우리는 먼저 크루즈에 올랐다.
과연 크루즈는 함께 간 친구들조차도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룸메끼리 그리고 이웃에 방이 배정된 친구끼리 가깝게 생활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정숙이는 손과 마음이 곱고 부드러운 친구였다. 함께 있는 것이 편안했다. 그 까닭은 아마도 정숙이가 양보를 잘하는 친구였기 때문이리라.
그 고운 짝을 혼자 있게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게 미안해서 내가, 보고 싶어 하는 단짝 친구가 왔다고 고백했다. 정숙이가 내 친구와 나를 함께 있게 하기 위해 단짝 친구의 룸메에게 방을 바꿔주자고 제안했었다는 건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서 되었다. 내가 초등동창끼리 얘기를 하느라 밤이 새는 것도 모르던 날, 나를 걱정해 잠도 잘 못 잤다는 것도. 그러고도 정숙이는 내게 그런 내색도 하지 않았었다.
정숙이는 아주 멋쟁이였다.
그림쟁이다웠다.
자기가 손수 만든 액세서리 같은 것들이 그녀를 화려하게 하는 소재들이었다. 스카프 한 장 만으로도 그녀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그런 그녀는 집안에서도 그렇게 화사한 모습으로 생활한다고 했다. 늘 아름다운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은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아내가 아름다운 건 외모뿐이 아니었다. 남편이 원하는 일이라면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남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남편 또한 아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준다고 했다.
정숙의 이야기들을 듣는 동안 연인 같은 부부의 평화롭고 따스한 일상이 수채화처럼 떠올랐다. 그 사랑을 이야기하는 동안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부부가 저렇게 한 평생 살아갈 수도 있는 거구나 감동하였다.
홈피에서도 만날 수 없는 정숙이가 가끔 생각났다.
지난 일요일 저녁, 집에 왔다가 일터로 돌아가는 남편과 함께 청주행 버스에 타고 있을 때였다.
두 시간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잠들지 않고 가기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야기 몇 마디 하고는 침묵이었다. 그 때 문득 정숙이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남편에게 용기를 내어, 손을 잡고 가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그러면 불편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팔걸이에 자기 손을 얹어 두었다. 남편 손 위에 거친 내 손을 올려놓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물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며 한 번도 잠들지 않고 청주까지 갔다.
그렇게 오래도록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 손을 잡고 있기는 오랜 만이었다.
정숙이 덕분이었다.
영수의 얘기를 읽고 나니....왠지 신이 난다. 뿌듯하다.
모든게 잘 될거야~ 생각된다.
(그나저나, 제주도 여행에 시애틀 정숙이가 다니러 온다면...........정숙아, 그림 좀 들고 오려므나! =난 2점 call 했다이.
우리과 대실험실에 네 그림 걸으려고, 사재를 털어(?!) 실험실을 모던하게 인테리어 고치고 있어.)
=고칠 때도 되었고.... 학과를 만든 사람으로서 기념으로, 모던하게 고쳐주고 정년하려고...........
김영수 쌤이 그러던데, 자긴 드레스 사진도 없더라, 뭐도 없다.............그러던데, 난 모으는 사진들 정리하면서
사진 밑에 개인들 이름을 써두었거든. 영수는 사진 참 많던데.... 왜 자길 못찾나 했지. (사실 맨 입에 주지 말라는거 아냐, 사진 화일
준 사람이!.................. 김영수 쌤~ 나 맛난거 한번 사줘야 해) .........올릴까말까? Answer me.
또 마나요~~
답글이 올라와야.... 그담 걸작사진은 올려드림다. (여기 올리지 않으면 화일 드리지도 못함)
영수야,
네 글이 자주 올라오니 방가워.
그대도 한사람 한사람을 꽃으로 피우련?
난, 친구들을 한사람씩 불러세워 영웅전을 엮고 싶다우.
회갑까지 살아낸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 안에서 모두 모두 영웅들이니까!
쓸만한 사진들이 올라와 있구먼. 갈색 드레스가 사진으로 보니 네게 썩 어울린다.
올려진 사진 중 명제 옆에 보여지는 팔 한짝은 내 팔인 것 같구려. ㅎㅎㅎ
정숙아,
영수 글 읽으면서 네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끼(예술 혼)가 발산하는 너의 모습!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예술가를 존경한다. 그들의 습작 시절을 가늠해 보면 고개가 숙여지지...
좋은 작품 많이 그리고 개인전 할 때는 꼭 연락해 줘, 오케이?
영수야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청주에서 인천까지 왔다고........?
미국여행하고 오더니 회춘까지 했네
멋지다.
얼마전 고영자가 한국에 왔을 때, 너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더라.
아직도 때가 묻지않은 순수한 친구라고......
그날 남편과 함께 삭막한 우리집에 빨간색의 예쁜 화분을 사들고 왔는데 그 모습이 한쌍의 원앙이더라고.
그래서
영수도 너희처럼 원앙이라고 말했지.
얼마전 너희 부부가 나와 우연히 맞딱뜨렸을 때의 첫인상이 그랬다고.
영수야
아름답게 사는 모습이 아직도 너는 소녀다.
그러면 다음은 평상복 차림으로 멕시코 크루즈 중에 Empress Deck 에서 룸메랑 찍은 사진, 올립니다.
(사진이 이렇게 좋은 것은... 워낙 정갑순쌤 사진 화일이 크기 때문 ㅎㅎ)
희자야,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정숙에게 열정적인 면 있을 것 같았어.
네 글 읽고 내가 쓴 글 중에서 한 단어 고쳤어. '연인 같은 '으로.
그게 한결 더 적절한 것 같아.
네 말 새겨들을게. 고마워.
순애야,
늦어서 미안해.
어제(주일), 오전에 미사 다녀와서 집에 들를 새 없이 초등학교 동창 딸 결혼식에 갔다가 와서 잠깐 홈피 들러 보기만 하고는 한 시간 동안 부엌 정리 및 몇 가지 반찬 거리 챙겨서 남편과 함께 청주행 버스를 탔어. 청주에서 여유있게 다시 보고 답글 쓰려고. 청주 가서 저녁 먹고 잠시 잠들었다가 컴퓨터를 켜니까 이상한 영어만 나오고 켜지지를 않는거야. 우리집에 있던 낡은 컴퓨터를 가져갔더니 문제가 생겼나봐.
오늘도 청주에 있어야 하는 날인데 잊은 게 있어서 잠시 인천 온 거야. 조금 후에 다시 갈 거구.
나는 바보인가봐. 왜 그런 사진들을 못 봤지?
혹 그 사진들 홈피에 있었던 게 아니고 네가 메일로 받은 사진들이 아니었을까?
여하튼 사진들 보니까 좋네.
고마워.(맛난 건 네가 아니라 내가 사줘야지.)
찍어준 친구들도 고마워. 복 많이들 받으세요.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늘 낯설어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있는 사진들을 보니까 좋구나.
다른 친구들과도 많이 찍을 걸 그랬어....
명제야
너도 주말에 많이 바빴구나.
사진 보니까 그 때 모습이 생각나네.
너 여행기를 좀 더 천천히 조금씩 쓰면 좋았을 걸 그랬어.
나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도
꽃으로 피우는 너는 정말 특별하거든.
신으로부터 받은 너의 그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기원한다.
호숙아, 그리고 모든 친구들아!
영웅전 공감해. 영웅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면 그냥 전기라도 좋겠지.
전기는 보통 눈에 띄게 없적을 남긴 사람들의 것을 쓰지만,
네 말대로 우리 보통으로 보이는 모두의 전기가 씌어지면 좋겠어.
그런 생각도 여러 날 해 봤단다.
우리 40주년 기념으로 45주년까지 5년 사이에 전기 모음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자서전도 좋고 친구가 써주는 전기도 좋겠지.
자주 볼 수 없는 친구들도 찾아서 꽃으로 혹은 영웅으로 이름부르는 거야.
우리 뒤에 살게될 후배들 혹은 자녀들을 위해서도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혹시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을 읽었니?
아들이 보내줘서 읽었는데 재미있었어.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대상집단의 삶을 연구해서 찾아낸 인간 행복의 조건.
나는 그걸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살면 좋을까 혹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로 보았어.
인일여고 7기들의 전기 모음은 행복의 조건'에 나온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연구 결과와는 또 다른 의미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고 친구들의 삶에서 좋은 것들을 배우며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겠지.
표현이 좀 그런데 시신기증 처럼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네가 다른 방에서 쓴 어머님 이야기 읽으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생은 그것이 표면적으로 어떻게 보이든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내 생각이 너무 비현실적인가? 아님 해 볼만한 일인가?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영수야,
정숙이는 아직도 소녀 같고 그러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여자가 정숙이야.
정숙이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 한테도
이번 여행에서 나도 많은것을 배우고 느끼고 왔지
그리고 손을 잡고 가자고 제안 했다고?
영수가 너무 점잖은것 아니니?
어떻게 보면 영수는 아직도 소녀처럼 청순한가 보다.
손만 얹지말고 더 적극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