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진짜로 엄청 운 좋았던 이야기랍니다.
결혼 때에 반지도 하고 시계도 하고 그러쟎아요?
전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런 장신구에 도통 관심이 없는데 암튼 어른들이 이것 저것 해주셨어요.
평생 그 반지와 그 시계 차 본 적도 별로 없는데 그게 또 사연이 있답니다.
일단 제 시계가 꽤 고급이었던 모양인데( 전 그런 거 잘 모르거든요) 모양은 참 예뻤어요.
문제는 차보니까 그게 안전장치가 없더라구요.
어쩌다 정신없이 다니면 그냥 떨어져 버리는 거에요.
일본 갈 때도 일단 결혼 시계고 지금처럼 싼 물건들이 있던 것도 아니고 해서 가지고 가서 차고 다녔어요.
민단 사무실에서 방도 제공한다고 해서 방세도 절약할 겸 한두달 살았는데
도무지 사생활 보장이 안되서 그냥 근처에 싼 방을 얻었지요.
우리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전철 역이 있고 집에서 사무실로 가려면 그 전차에서 내린 사람들하고 섞이게 되거든요.
출퇴근 시간대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그런 길이에요.
그 날도 출근한다고 집에서 나와서 좀 걷다보니 갑자기 손목이 허전 한 거에요.
보니 시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더라구요.
깜짝 놀라서 근처를 다 찾다가 하수구에 빠졌나 들여다도 보고
급한 마음에 일본어 전혀 못한다는 사실도 잊고 바로 앞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서 손짓발짓 다하고
혹시 싶어서 다시 집으로 가서는 쓰레기통 다 뒤졌지만 나올 턱이 없는 거에요.
암튼 그러고 좀 시간이 흘렀는데 한달 쯤 됬나?
그 사무실에는 할아버지 아저씨들만 오시는 게 아니고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자주 오시거든요.
부녀회라는 게 있어서 행사 때마다 음식 장만부터 뭐 살림을 다 그 분들이 하셔요.
한 할머니께서 놀러 오셔서는 저하고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됬어요.
그런데 그 할머니 손목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것과 똑 같은 시계가 차여 있는 거에요.
"할머니 참 예쁜 시계 차셨네요" 했더니 "응 예쁘나?" 그러시대요.
"네! 제 꺼 하고 똑같네요." 하니까 "응 새 댁도 똑같은 거 있나? "그러시는 거에요.
"네! 근데 그거 잃어버렸어요." 했더니 잠시 생각 하시더니만
"어디서 잃었는데?" 하시면서 자세히 물으시고는 그 날은 그대로 가시대요.
전 그 일은 일단 잊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다시 그 할머니가 사무실로 오셨어요.
"실은 그 시계 우리 손자가 길에서 주웠다고 갖다 줬는데
내가 새 댁 말 듣고 손자한테 확인해볼라고 그 날은 아무말 안했데이."
하시면서
"물어보니까 그 역 근처에서 주웠다카더라.
이 거 새 댁 꺼이 맞구마.
우리 아이들이
"작은 거 하나 잃어도 속이 상하는 게 여자 맴인데 새 댁이 결혼 시계 잃어 버리고 을매나 마음 끓이겠냐"
고 갖다 주라카더라" 하시는 거에요.
시상에나 이런 우연이!!!!!!!!!!!!!!!!!!!!!!!!!!!!!!!!!
남편에게 가서 말했더니
"당신 대단한 운을 가진 사람인가보다. 그게 어떻게 다시 당신 손에 들어왔냐?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꼭 붙어 있어라" 고 그러데요.
(요 사람은 아마 자기가 그런 말 한 것 조차도 전혀 기억이 없을 꺼에요)
저녁에 둘이서 과자 사들고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신 댁으로 가서
인사도 하고 저녁도 얻어 먹고 왔답니다.
그 이후 그 시계는 우리집 설합에 그냥 유물로 남아있어요.
두 번 다시 세상 구경은 못했지요.
그게 수리도 안되고 그냥 그 시계줄 외에는 안된다니 무신 그런 비합리적인 물건이 있는지 원!!!!!!!!!!!!!!!!!!!!!!!!!!
제목따라 들어오니 바로 명옥후배의 글이네요.
신혼초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헌데 잃어버린 손목시계를 다시 찾아을때의 기쁨은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그리고 그시계의 주인을 찾았다고 도로 주신 할머니가
정말 고마운 분이시군요.
나는 얼마전에 내가 늘 즐겨 사진을 찍고있는 나의 친구 똑딱이
디카를 집 차고에서 잃고 얼마나 집안을 헤메였는지....
헌데 어느날 못쓰는 긴형광등을 쓰레기 통에 버리려고 보니
집어넣을 자리가 좁아 다시 들어있는 쓰레기를 이리저리 옮기다보니
바로 쓰레기 통안에 얌전히 깨끗하게 들어 앉아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을때는 더없이 그물건의
소중함을 백배 느끼며 지금도 계속 사용하고 있지요.
우리 어머님께서 뭔지 모르시고 그냥 쓰레기통에 넣으셨지요.
옛날 구식 카메라 이라면 아셨겠지만요.
숙자언니 드디어 봄날까지 오셨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어제 이상하게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1974년의 이야기니 만으로도 37년 전인데 이상하게도 그 기억은 상당히 또렸해요.
그리고 잃었던 물건을 찾을 때의 기쁨은 물건 자체보다도 자기의 행운에 더 기쁜 것 같기도 해요.
자주 놀러오세요.
요새 보니까 순희처럼 팔자 늘어진 사람도 없어 보이던데.
4월에 2기 언니들 따라 미국도 간다며?
음메 기죽어라~~~~~~~~~~~~~~~~~~~~~~~
어머나 세상에, 하루에 4개의 글을 한꺼번에 올리고
답글까지 달다니 열정적인 그대의 필력에 혀를 차오.
턱괴고 앉아 침 꼴깍 눈 깜빡이며 듣던
할머님의 구수한 옛날 얘기 생각이 나네요.
회상4는 오늘 저녁 식사하고 올리나요?
오늘 저녁도 배달 시키고 계속하면 안되나요? ㅎㅎㅎㅎㅎ
옥순언니!
너무 웃기지 마세요.
일단 여기까지 에요.
그거 쓰는 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구요.
전 원고없이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거든요.
일단 올리고 다시 보면서 조금씩 고치고 그래요.
나중에는 멀미가 나두만! ㅎㅎㅎㅎㅎ
제목이 회상이니까 계속 이어가겠지만
교포분들 이야기는 겨우 8개월동안 보고들은 거니 그다지 자료가 없다구요.
그것도 그 당시는 별 감동이 없었다니까요.
또 한 분 인상적인 분 계신데
본인 말씀으로는 군대가기 싫어서 연세대 의대 다니다가 밀항 하셨대요.(진실 여부는 모르지요)
매일 웃기는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나중에 붙잡혔는데 일본인 부인이 적극적으로 구명운동해서 풀려나셨다고..................
그분은 정식 건설회사 사장이셨는데 역시 점심시간 되면 나타나시곤 했어요.
하도 농담을 잘하셔서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가 유머인지 헷갈리지만 엄청 좋은 분이셨어요.
나중에는 반드시 돌아 갈 거라고 그러시더라구요.
부모님도 서울에 계시고 상당히 여유있는 집안인 모양이에요.
교회 장로님이시래요
나이도 그냥 형님 뻘인데 남편을 좋아해서 밥도 사주시고
우리집에 온 친구 데리고 하꼬네 관광도 시켜 주시고 했는데
올 때는 그냥 흐지부지 인사도 못 드렸어요.
일단 제가 아기 낳으러 가느라 사무실은 그만두었지만
그냥 그 동네서 살았기 때문에 일부러 작별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다가 남편이 아파서 갑자기 일시 귀국을 하고
반년 정도 있다가 돌아가서 그냥 동경으로 이사를 하게된 거지요.
남편은 아프고 아기는 있고 수입은 없어지고....................................................
작별인사 할 형편이 아니었는데 결국에는 그걸로 끝이 됬어요.
그 분들 아마 속으로 많이 서운하게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올 한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와우! 대단하십니다.
몇 십년 전의 기억이 파노라마 같이 펼쳐졌네요.
소중함은 기억 속에서 또 한번 태어나는 것이겠지요.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맛나는 법이구요.
기억해 주는 님들이 있어서 행복한 봄 날이 멋있습니다.
계속되는 회상기를 기다립니다.
아이고 독자의 수가 늘어나니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람 맘이 그래요.
조회 수가 늘어나면 기분은 좋은데 댓글이 없으면
도대체 어느 분이 보나하 는 궁금증이 발동을 하더라구요.
어제는 부산에 폭설이 내려서 정말 난리였답니다.
전 정기검진 날이라 우리집에서는 아주 먼 동아대병원까지 갔는데
일단 무사히 돌아오긴 했어요.
그 이후에 많이 쏟아져서~~~~~~~~~~~~~~~~~~~~~~~~
오늘 중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아침에 나간 막내가 전화했네요.
우리집 앞길은 미끄럼 틀이 됬으니 그냥 집에만 계시라고요.
길지는 않아도 완만한 경사길이니 미끄럼 타기는 좋겠지요. ㅎㅎㅎㅎㅎ
오늘아침 조간 신문 아직도 안왔어요.
점심 때는 녹으려나?
으째야쓰까이~~~~~~~~~~~~~~~~~~~~~~~~~~~~~~~~~~~~
다 읽었는데 젤 기억에 남는 말이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니 내 옆에 꼭 붙어있으라"는 귀절이다.
너 정말 운이 좋은 여인이구나.
명옥아~
내 옆에도 꼭 붙어 있을래? ㅎㅎ
그 시계가 그렇게 다시 손에 들어오다니 소설 같다.
이제 조금 졸립네.
나 이제 잔다.
명옥이 화이팅!!!
생각해 보니 내가 그 때 그리 운이 좋았어!
그걸 잊고 살았어요.
" 상기하자 엄마의 시계! "
요걸 가훈으로 삼아야겠네!!!!!!!
그대이름은 정열의 여인이여 ~~~
.
이러다 피아노 작파하고 작가 개업 하는거 아닌감 ?
할머니 옛날 야기 듣는거처럼 푸근하고 재미있었어.
놀라움을 금할수없는 그대 기억력에 또한번 박수를!!!!!
영순아.
그러지않아도 너 오기 기다렸다.
그대가 요즘 내 맘 속에 들어와 버린 모양이야.
요즘 두글자 외우는데 한달이상 걸리는 기억력이구만
예전 일이고 특이한 경험이어서 안잊히나봐?
어제는 정말 불안할 정도로 많이오더라.
부산은 평소에 눈이 안오니까 조금만 와도 온도시가 마비상태야.
이곳은 평지가 좁고 긴 대신 사방이 언덕이거든.
요즘은 아파트고 뭐고 다 언덕에 있으니까 차들이 꼼짝을 못해요.
온 세상이 눈에 덮였는데 티없이 새파란 하늘을 보니 정말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난 오늘 나갈 일이 많은데 미끄러질까봐 지금 눈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우리집 앞 길은 낮은 경사라 조심하느라 그런지 전혀 차가 안다니네.
차가 다녀야 빨리 녹는데 대중교통이 다니는 길은 아니라서.............................
진짜로 대단한 운을 가지고 계신 언니 덕분에
온 가족이 여태껏 무탈하게 잘 지내온 것이 분명해요.
복덩어리를 미리 알아보고 데려가신 신랑의 복도 대단하시고요.
그 시계도 대단한 녀석이에요.
만약에 차고 다니기 만만한 물건이었으면
애진작에 다 낡아져서 버림을 받고 말았을텐데
그렇게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영구히 보물 대접을 받으며
고이 모셔지고 있으니 말예요.
정말로 귀하신 몸이 된 것이지요.
명옥 언니가 드디어
댓글난을 벗어나 본문으로 나오셨네요.
글이 얼마나 맛있고 수월하게 읽히는지 몰라요.
본문에다 제목을 붙여서 써 놓으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쉬울거에요.
앞으로도 쭈~욱 집필하셔서
옥규 말마따나 책으로 한번 엮어 보셔요.
출판기념회는 작은 음악회로 진행을 하면 더 멋있겠죠?
사회는 제가 봐 드릴게요.
우와 ~ 상상만 해도 기쁘네요.
유작가님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