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산다

 

                               오인숙

 

종소리가 외딴 집까지

까치발 들고 날아가는 곳

군불 때는 연기가

마을을 한 바퀴 돌고도

주춤주춤 떠나지 못하는 곳

 

새벽마다

한 폭 산수화 되는 마을

불면의 밤마다

우황 든 황소처럼

웅웅 산 우는 소리 들리는 곳

 

기둥에 박힌 오래된 못 인양

녹물로 일기를 쓰며

토라진 애인 달래 듯

적막의 등 다독거리며

산골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