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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언니가 LA 모임에 간다 했다. 놀랬다. 막내동생도 놀라고 친정식구 모두 놀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사람들과 중창단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이은자 선배님도 권했겠지만

조영희 선배님의 애정어린 전화와 이메일이 언니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나는 한편 걱정이다.  내 생각엔 형부가 옆에서 잘 코치해 주어야 하는데, 혼자 모임에

가서 친구나 동문들에게 말실수나 하지 않을까 벌써 마음이 졸인다.  언니는 완전 공주과도

 아니고 왕비과다. 형부가 왕비처럼 모셔주니까.  황금마차 타고 가며 길가의 백성들에게

 어여삐 여기는듯 손 흔들어 주는….  나에게 LA 모임비용도 내주셨다.  

 

언니는 절대 옆을 쳐다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간다.  식구들 사이에선 유관순 누나로 불리운다. 

일제차는 죽어도 안탄다.   좋은 옷으로 한번 사면 20 30년 질리지도 않고 입고 다닌다 

오늘은 그래도 옆에 은자 언니가 있어 든든하다. 

 

멀리 보이는 눈덮힌 산들과 가끔 발아래 살짝 솜사탕처럼 펼쳐진 구름조각을 보며, 비행기  

창가에 앉아 가슴 두근거리고 있다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선배님 생각에 흥분도 되지만

김춘자 선배님이 특별히 마련해준 드레스가 궁금하다.  내 몸에 맞을까? 항상 가슴이 문제다. 

한참 후배를 위해 잠자리 걱정해 주시고 드레스까지 챙겨 주시는 선배님이 고맙다.  

 

건장한 우리 둘째 아들을 밀치고 은자언니가 사준 뜨거운 북창동 순두부를 먹으니 힘이 난다 

로비에서 김혜경 선배님이 먼저 보시고 인사하신다. “경숙이?”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이 예쁘다. 

 어머, 너 미라지? 나 정순자야.”  저는 동생인데요.” 

나는 왜 선배님께 먼저 인사 못하지?  무슨 생각을 하다 이렇게 되는지, 선배님들께 미안한 마음이다.

 

등록을 하며 조영희 선배님의 걸어서 2천리 나의 산티아고두권을 받았다. 

800 km 의 순례길을 한발 한발 의미를 찾아 걸으신 그 길을 따라가고 싶었다. 

팔십리라면  모를까 그 먼거리를 한번에 걸어가신 선배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친구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경수는 긴머리에 반짝이는 롱드레스, 머리를 한껏 올린

영숙이는 까만드레스, 은경인 큼직한 악세사리, 키큰 영란이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웹에서 보아 낯익은 목사 사모이신 차은열 선배님, 새까만 후배라며 늘 사랑해 주시는 박정양

선배님, 함께 찬양했던 이인선 선배님, 살리나스 존 스타인벡 박물관에서 뵌 이수인 선배님들의

반가운 얼굴들이 반갑다. 정많은 정영숙은 남편이 만든 노래 모음집 CD를 준다  

나는 지금 분위기 있는 그 노래들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몇년전 세례받은 이어령 교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영란이 한테 선물 받았다. 남편이  

남미에서 사업하며 그 곳 아이들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했다기에 비지니스 때문이겠지 했는데,

이번 인일 총동창회에 일만불 내는 것을 보고 말을 잃었다.  잘했다 말 한마디 못해 주었다. 

 미국와서 식구끼리 계로 모여 곗돈 만불타면 차사고, 만불 타면 집사고, 만불 타면 비지니스 시작하고,

만불이면 ...... . 

 

그 기부금에 감사하며 한국에서 유순애 선배가 수채화 교실을 하시는 친정어머니의 그림을선물했다. 

영란이는 꽃이 활짝 핀 그 정물화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본인은 싱싱한 배 추, , 파가 그려진

것으로 갖는다. 속이 꽉찬….  

 

뵙기만 해도 마음 든든하고 편안한 조영희 선배님의 인삿말, 빨간 정장으로 교가 제창을 지

하시는 조경배 선배님,  요들송을 부르신 스위스의 김희자 선배님 모두 자랑스럽다. 

장학금 수여식 후 가진 7기 회갑연은 한국에서 오신 선배님들로 인해 더욱 호화롭다. 

노랑, 빨강, 분홍, 하양 장미꽃 백만송이가 피어있는 것 보다 선배님들의 빛나는 얼굴이 더화사하다 

김영주 선배님이 계셨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빨리 회복되셨으면 좋겠다.  

 

과연 김춘자 선배님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익살과 재치있는 입담은 우리를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온식구가 총출동하여 부른

오동동타령, 정말 짱,짱이다. 오랫동안 우리 기억 속에 남아 회자 될 것 같다. 저렇게 식구가

똘똘 뭉쳐 즐겁게 봉사하는데, 하나님께는 얼마나 잘 섬길까?  하나님께서 보시고 기뻐

웃으실텐데, 선배님 가정이 행복하지 않고 어쩔 것인가?  

 

 초미니 차림이 20대 같은 2회선배님들이 입장한다.  도대체 쟤들은 몇회야?” 누군가 말한다.

춤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듯 신나게 추신다. 엄마시대, 마이클잭슨 춤이 압권이었던 불사조팀,

비욘세랑 똑같은 춤과 노래를 하신 김영자 선배 세자매 대한의 딸들, 4회 선배님의 인민사계절,

남편대표의 똥퍼요”, 이화정선배님의 지루박 강습, 망그라지오 송호문 선배님의 열정적인 춤,

 

가수 팀 동생의 춤, 마지막으로 우리 11기는 김영란이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애절하게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영란이의 노래중간의 멘트 목소리가 죽인다. “오빠, 이 연필을 못 팔면

내동생들은 굶어 죽어요

 

 가는 시간은 막을 수가 없나보다.  모두 둥그렇게 서서 손에 손을 잡고 고별의 노래를 부르며

한사람씩 인사를 하며 아쉬움을 나눈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내년을 기약한다. 

마음에 얼굴을 새겨 넣으려는듯 눈을 응시하며  

 

김춘자 선배님 특별배려로 노래방에 간 이야기는 숨기고 싶다. 

유순애 선배님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못들은 분들은 섭섭해 하실테니까. 

 

다음 날은 주일이다. 우리 인일 동문끼리 예배를 드릴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은혜로다. 꿈만 같다. 인일 장미동산에서 예배를 드리다니.

 

장미동산 모든 꽃들이 노래하고, 급히 모인 인일 찬양팀이 찬양한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때…”  아름답게 활짝 핀 인일동산의

 꽃들이 저마다 향기를 뿜으며 노래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지지않고 피어 각각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며 삶을 노래하고 있다.  찬양이 이어진다.  인일 장미동산의 어여쁜 꽃들이 함께

소리 높혀 찬양한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     

 

 

 

                                                                   1 202011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