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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전철안 승객은 만원이였다.

 

서너가지 일을 처리하러 모처럼의 서울 행 ~~

 

 년말이라서 인지 갑지기 몰아닥친 한파 때문인지

종로5가에서 탄 경인 전철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몇가지 장을 본 비닐 봉지 보따리가 세개~~

요즘 정신엔 자칫 이것 저것 챙기다 한가지라도 잊고 내리기 쉬워

 메인 쇼핑빽에 엮어 메달고

 빽은 어깨에 크로스로 메고

 단단히 중무장하고 입고간 두꺼운 페딩코트가 사람열기에 무겁고 지치게 한다.

 

그래도 재수 좋게 한자리 차지하고 앉게되어

동인천까지 긴시간 편히는 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즈음

종로3가에서 세련된 중년의여인이 어머님되시는 분과 아들되는 3대가 나란히 올라탄다.

 

머리숫에 심한 콤프렉스가 있는 난 모자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데

중년여인의 베지색 페딩코트와 털모자 그리고 베이지색 롱부츠가 너무 멋져 시선이 꼭 백혀버리고 만다.

깊숙히 눌러 쓴 베이지색 털모자 아래 고운 얼굴이 더욱 돗보인다.

 딸옆에 서 계신 할머니 역시 샤넬라인의 쵸코렛색 모직코트가 여간 세련되 보이지 않는다.

곱게 주름진 얼굴에 우리 엄마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짐짓 80은 되보이신다.

 

얼른 손짓하며 자리를 양보하러 짐보따리 들고 일어서려는데

미소지며 하는 말이 일본말인 것이

곧 내리니 괜챦다는 말인것 같다.

 잠깐이라도 앉아가시라고 서툰 영어로 지껄여본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보내는 미소~~

 세사람이 도합 9번 인사를 내게 보낸다.

 

자리 양보도 못했는데 말 몇마디에

미안스럽게 인사받는것이 대강 쑥쓰러웠지만 나역시 미소로 답해주었다.

 

서울역에서 내리는 일본인 3대

다시금 나에게 손 흔들며 안녕의 인사를 연방하며

내린다음 전철문을 나서면서도 인사하고 미소지으며 흔드는 모습 ~~

 

 별것 아닌것 같은 일상사가

그날 따라 유난히 가슴을 흔드는 흐뭇함을 갖다 준다.

 

내나이도 기분 좋을리 없이

때때로 젊은이에게 자리 양보 받게 되는데

 이때 나의 행동은 어떠했는지 반성을 해 보게 된다.

괜챦다고 스윽 자리를 피하거나

고맙다는 인사 간단히 남기고 자리에 앉으면

묵묵히 표정없었던 내가 기억된다.

 

 간단히 미소 곁들인 목례로 답하는 인사에

잠시 눈 마추칠 때마다 보내주는 고운미소~~~

정말 돈한푼 안드는 인정속에 풋풋히 돋아나는 행복한 마음이 아니던가!~~

 

그날 나는 잠시 동안 18번의 인사를 받으며

그동안 우리 할아버지로 부터 쇄뇌당한 고약한 일본인 이메지가

정말 맘속에 행복을 전해주는 친절한 일본인으로 바뀌고 말았다.

 

외교는 거창한것이 아니다.

몸에밴 친절은 가식적인 친절과는 구분이 된다.

나를 반성하게 만듣 일본인 3대가

한국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가기를 희망해 본 어느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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