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회 - 게시판담당 : 윤순영
그날은 보기드문 늦가을 화창한 날이였읍니다.
오전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는 행복한 마음이 그득했었지요.
전날 손주녀석 보낼 어린이집 날짜도 확정되어서 여유로워지고
앞으로는 즐거운 노년을 만들어갈 계획도 짜 보면 좋겠지 싶은것이
종합예술......칠순에 연극무대는 또 어떨가........그래 모노드라마 한판 만들어 굿판도 벌려보고
삼사년뒤에 일을 계획하며 즐거워서 밤새 뒤척이며 거창하게 꿈을 꾸었지요
그리곤 늦으막하게 일어나서는 창문넘어 멀리 보이는
뒤늦게 마지막으로 조롱조롱 달려있는 쳥양고추 생각이나서
"멸치볶음 만들어야겄다 서리맞으면 그나마도 구경못하는데" 혼자소리를 하면서 고추밭을
설렁설렁 들어섰었지요
우리집 채마밭에는 소로록 피여있는 고추꽃들뿐만 아니라
밭 가상사리 울타리에 아직도 호박꽃이 그득하게 피여있어 노란색을 뿌려놓은듯 했었답니다.
야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애호박값도 만만치않다는데 둘러보니 역시나 기대한데로
애호박 서너개
반지르르 윤기를 내면서 달려있구요
호박꽃사이로 애호박 하나 따들자 무언가 나에게 달려드는게 있네요.
물론 몇걸음인가 뒷걸음쳤읍니다.
둥근막대 쌓아놓은걸 밟고 다리는 비틀리고
..........넘어지고 그리고 긴박한 시간들이 지나고
졸지간에 한달 보름여를 환자가 되어 병원 병실신세를 지게 되었답니다.
입원기간중 이십여일은 혼자 병실을 쓰다가 간병인이 돌봐주는 다인병실로 옮겨서 지내면서
한달여 기간동안 환우 할머니들과 함께 지낸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써보려합니다.
Cuando Duermes
스페인의 음유시인 Luis Eduardo Aute
항상 옆방 903호실에서는 끊임없이 다투는 소리로 시끌법석이다
"이놈의 할망구 기여코 그 세수대야 쌔비갔네그랴"
무언가 그릇 내던져지는 소리가 나고 "내그가 어느거시라를 후무치었다느가"
목소리는 얄망구진데 발음은 이빠져 새는 소리로 확실치가 않다.
뉴 XX병원은 말 그대로 새로 지어진 소도시 병원이지만 제법 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환자들 대부분 불편없이 치료를 받고 의료진들도 친절하다.
병원이라지만 이렇게 소란스럽고 자질구레한 사건이 종종 벌어져도
간호사라든가 간병인들도 큰 동요를 받지않는걸 보면서
이곳이 병원인가 하고 갸웃둥 고개를 젓게도 된다.
난 한동안은 904호 한층 아래 811호 2인실 특실을 얻어 간병인 없이 부부가 함께 쓰면서
결혼생활 40년만에 부부중에 한사람은 환자노릇에 또 한사람은 간병인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병원신세를 지게되었다.
이 8층 병동의 병실은
응접세트에 4인용 식탁도 놓여있고 중형 냉장고에 침대에 화장대겸한 세수간
샤워실겸한 화장실 또 부엌살림까지 할수있는 싱크대까지 설치해 놓은것이
요즈음 흔한 원룸아파트 꾸밈새랑 얼추 같아보여 크게 병원이란 느낌이 들지않을정도였다.
그렇게 이십여일을 이럭저럭 지내다 간병인 노릇을 하던 산이할아버지 드디어
감기몸살로 두손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일정을 간병인 병실을 찾아서 옮긴곳이
이 9병동 904호였다.
8병동에서 있으면서 가깝게 지내던 우리방 청소담당 아주머니는
내 짐을 청소수레에 싣고 옮겨주면서 못내 아쉬워하신다.
인천만석동에선가 새벽 다섯시에 출근한다던 그 아주머니는 작은 체구에 항상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그 힘든 청소일을 놓지를 못하나 그래도 자기는 아직도
일하는곳이 있어 행복하다고 누누히 이야기를 하곤한다.
산이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그 병실에 있는 일주일동안 틈틈이 혼자인 나를 도와주면서
이런저런 사사로운 이야기도 나누어서 그런가 나 자신도 먼곳으로 나가는것도 아닌데 웬지 섭섭하다.
또 다른 병실에 많은 환자들과의 만남도 걱정스럽고 두렵기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오는 시간이 짧은 시간이면서 길기도 했으니말이다.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문이 열리고 처음 본 9층의 광경은 전반적인 병원생활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을 순간이였다.
조용하다못해 괴괴했던 8병동에 고요함에서 벼란간 시장터에 옮겨진듯한
부산한 사람들의 바쁜모습과 부딪히는 순간을 생각해보라
?은희언니,,,아주 좋은 생각의 시작이십니다.
바로 그렇게 해서 다치시게 됬군요.
사실 우리가 평시에 몸이 아픈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는 자체가 교만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할수 있는 일이 들어주는것, 공감해 주는것일진데,
그것마져도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닌것 같애요,
언니의 그 어려움 속에서 느끼신 일들, 생각들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동기를 부여해 줄 것임에 틀림없어요.
신체에 일부분이 아픈것이 일부분이 아니라 신체에 전부라는것 그러면서 육체가 정신과 또 분리되어 있어 따로일 수가 없다는것 이 대목에서는 마음이 찡하네요,, 언니, 무리하지 마시며 술술 풀어내 주세요,
................귀여운 도둑할머니(두번째 이야기)............................
엘리베이터문이 열리고 보이는 9병동 복도는 환자들과 문병온 사람들로
분주하고 거기다 의료진들의
부산한 움직임까지 섞여 그야말로 북새통이였다.
그날은 유독 더 그러했던것같다. 그래서 더 나는 주눅이 들었고
904호로 들어서면서 언듯 보이는 환자들 침상에 얼굴들이 낯설어 보여
시선 둘때를 찾지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들어섰다.
그러면서도 용기를 내어 "잘 부탁합니다" 누구에게라 할것없이
인사를 건네며 들어서는데
어디에선가 "젊은이가 오시는구랴" 무안하지않게 걸쭉한 대답이 들린다
간병인으로 보이는 분홍색 에프런을 걸친 아주머니가 반갑게 휠체어를
병실 안쪽에 창가옆 병상으로 끌어주는것이다.
방금 새로 바꾸어놓은듯한 병상시트커버가 구김없이 팽팽해보인다.
겨우 한숨 돌리고 병실을 둘러보니 병상에 보이는 환자들 모두가
꽤나 나이들어 보이는 할머니들이시다.
"오호 그래서 날더러 젊은이 운운 했구먼....나이 육십중반에 젊은이 소리를
다 듣는다 했더니...." 혼자 내심 중얼거리면서 이것저것 소지품들은
서랍이나 장에 챙겨넣는데 누군가에 시선을 가까이 느껴서 돌아보니
왜소하다못해 깡마른 할머니 환자 한분이 날 노려보고 서있는것이다.
"내 자루에이 느가 와 이느가 해서 와 보느거이야"
아주 작은 얼굴에 나이에 비해 반짝이는 눈동자를 쉴새없이 굴리면서
합죽한 입에서 혀는 삼분의 일쯤 이랄가 내어밀었다 들어밀었다 한다.
너무 희극적인 모습으로 발음도 부정확한 소리로 내게 말을 건네오니
하마트면 소리내서 웃어버릴뻔했다.
그러고보니 이 할머니가 환자의 인연으로 첫대면을 한 할머니시고
앞으로 이 병동에서 벌어지는 소란중 대부분의 주인공이되는
보호1종의 팻말을 걸고있는 귀여운 도둑 김 정염 할머니(85세)신 것이다.
알고보니 김 할머니는 이곳 간병인이 상주하는 병실인 904호에서 지내다
한달에 육십여만원의 간병비가 부담이 된 아들의 권유로 내가 차지하게된
병상을 떠나서 옆 보통병실인 903호로 옮겨간 것이었다.
마지못해 자리를 비워준 꼴이 되었으니 그 심사가 보통심사가 아니였으리라
병상 명패에는 병명과 이름과 나이와 함께 적혀있는것이 있으니
보호 1종이라던가, 공단, 보험,등 의료비 지원단체의 소속이랄가 그런것이
적혀져서 붙어있다.
나는 처음엔 무심히 지나치다 어느날 눈에 띠여서 그것이 뜻하는바를
어림짐작으로 알게되었는데 유독 김 할머니의 등장으로 보호 1종이란
65세 이상인 노인들이 받는 (1종보호 의료급여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여 주는 제도로서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를 의료급여수급권자로 선정하여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도라는것도 알게되었다.
은희야!!!!
점점 재미 있어진다.
활실한 두명의 독자는 확보된 상태다.
순자.순영이...
다음편을 기다릴께. 수고해.
언니,,,여러모로 아주 유익해요,
어느 누가 만일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믄,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반사를 다 짐작할수 있으니 당황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사실 예비지식이 없으면 당황하게 되어요...
무리하지 않는 한도내에서 재미로 하시길,,,
순영아~
여행준비는 잘되어가지?
토요일 떠나는걸로 아는데 잘 다녀오렴
지금 난 꼭두새벽에 잠시 두어시간 눈부치다 깨어나선
어제 산이할아버지가 찾아달라는 오래된 가요
친구 시인분이 전화로 부탁한 자기들 오래전 여행 다니던 시절
이야기를 글로 쓰는 모양인지 부탁해서
내가 찾아 전화주고 또 제목이랑 가수 이름이랑 알려주고
노래도 들려주다 .........또 다른 노래도 찾게되고
너 여행가기전 들어보렴
고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란다.
아마도 살아생전 콘서트하는 동영상인거같은데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 끝나고 그가 말하는 내용이 더 마음에 남아서 말이지
순자후배도 들어보아요.
에고오, 은희언니,,지금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글을 쓰고 있어요.
목소리에 깊이가 있으며 마음을 타취하는 힘이 있는,
나중 말을 들어보니 가식이 없는 깨끗한 젊은이네요,,,
하하하하 60이 넘은 여인들은 아주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네요???하하하하
그 1924년?인 아주아주 나이먹은, 모두 재쳐놓는다는 세대의 할머니는
아마 그 길가의 동네의 씨디파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그 이름도 모르는 노래를
비를 흠뻑 맞으며 듣던 할머니는 ,,,,,,,,,,,,,,,,,,,,,,,,,,,,,,,,,,,,,,
그 먼 옛날의 감춰진 옛 기억을 되살렸는가봐요....
이 젊은 칭구의 말하는 태도가 꾀 진실해 보이는데
장래가 많은 젊은인데 왜 일찍 갔을까요? 알려주세요,,,,언니,,,,
그 젊은이의 사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애서요....
어이구~
미국은 지금 오전중인거로 알지만
이 꼭두새벽에 난 밤도깨비마냥 날밤을 새우고 있는데
안오는 잠 뒤척이며 지새우며 시간 죽이는거보다는
이게 나을까해서 앉아있지만 ......나 잘하는짓인지 모르겄네.
여튼...............
우리 2기 3기 육순중반이 넘어서가니 이야기속에 아주아주 나이많은
할머니 세대인건 분명하고........
그 할머니처럼 나 또한 노래듣고 추억에 잠기기도하고 옛기억도 떠올리기도하니
그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않을가 싶기도하네.
미국서 오래살아 모르지싶은데...........김 광석이 찾아보니 벌써 죽은지
15년이 되어오네.
안타깝게도 자살했다는데.......서른두살 나이였네
죽은자만 아는일이니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결론내리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네 .
안타깝지뭐.
..............귀여운 도둑할머니(세번째 이야기)...................
병실밖 복도가 또 한바탕 시끌법석 큰소리로 다투는 소리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소리치는
남자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모처럼 병원 코인 인터넷 피씨방이라는 층마다 두대씩 차려놓은 컴퓨터앞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그림도 찾아올리고 있었다.
점점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걸 보면 이곳 휴게실겸 피씨방이라는곳으로 소리의 주인공들이
오는듯했다.
결국 문제의 김 할머니와 육십은 되어보이는
초로에 남자가 할머니의 손목을 잡아끌고 와서는 의자에 앉히며 긴 한숨을 쉰다.
"도대체 왜 그래요 정말! 정 그러면 요양원으로 보낼거요.........속터져 환장하겄네...."
"내 ...내...내...내가 ...모..머..머..르 으짜아끼래....그려어...."
"왜 남들 물건을 가져다 쌓아놓아요.........그리고 싸움박질을 하냐구요 ....
그걸 무어다 쓰려고 쓸데없는걸 모아놓는냐구요...어이구 미치겄네..."
두 모자의 싱갱이는 끝이 날거같지가않다.
그러는 와중에 903호실에 건장한 할머니 한분이 나와서 모자사이에 비집고 앉는다.
"에이구....너무 몰아치지 마시구랴....어머니가 아주 맑은정신이 아닌거 알면서
야단치고 가르쳐서 될일이 아니구먼"
처음에 그방서 제일 많이 다투던 그 할머니였다.
김 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그 늙은 아들은 이삼일에 한번씩 찾아오곤 한다는데
올때마다 병실식구들에게 머리숙일 일로 속상한듯보였다.
안오는 잠 뒤척이며 지새우며 시간 죽이는거보다는
이게 나을까해서 앉아있지만 ......나 잘하는짓인지 모르겄네.
언니,,,참 잘하시는거예요.
요즘은 시대가 말년을 어떻게 보내야? 라는 문제가 많이 얘기되는데,,
아무리 봐도 한 테두리의 공통 마음을 가질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의 갖힌 공간을 무시해버릴수 있는 마력이 있는것 같애요,
그냥 집에, 방에 있다면 참 답답하겠죠??
더구나 잠 안오는 밤을,,,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음악도 띄우고 대화를 나눌수 있는것,,,,,,,,,,,,,,,
................귀여운 도둑할머니(네번째 이야기).................
그러고보니 이 병원에 특성상 노인분들 대부분이 나처럼 골절로인해 수술을 하거나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또는 교통사고로 인한 복합적인 치료 환자가 대부분인데
김 할머니는 특별히 어느 부분이 잚못되어 있지가 않아보였다.
보통은 우리병실은 아홉시경이면 소등을 하는데
그날따라 여덟시가 지나기가 무섭게 전등 불을 끄니
어쩌는수없이 난 조용히 휠체어에 몸을싣고
병실을 빠져나와 컴퓨터를 찾아 나섰다.
우리병실과 제일 가깝게 자리하고있는 휴게실을 겸한 피씨방엔
어찌된일인지 어린 남학생들이 잔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남학생 아이들이 패싸움을 해서 층마다 병실을 차지했다하더니 그렇군"
난 혼자소리를 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못하고 기다리다 쉽게 자리를 얻지못할것같아
오늘은 이 노릇도 포기하고 초저녁부터 무엇을하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숨과 함께 병실로 돌아오는데 904호병실문이 열려있고 의사 간호사들이 보이고
긴박한 상황이 벌여진듯한 수선스런 몸짓들이 보인다.
나올때 꺼져있던 병실불이 환하게 밝혀져있고 엊그제 본 그 김할머니 아들인듯한
사람도 보인다. 병실을 나오고 학생아이들 눈치를 보며 기다리던 시간이라야
불과 이십여분이나 지났을가싶은데 이건또 뭔 일이 벌어진거란 말인지
휠체어에 몸을 싣고 있으니 양해를 구하고 일단 내 병상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 김할머니는 교통사고로 일주일 치료끝에 한방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환자가
퇴원한 맞은편 끝자리에 링겔병을 매단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거의 혼수상태인것처럼
보이는 몸짓으로 누워있는게 아닌가
노인들은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게 바로 그런 상황인게 아닌지 나는
입원내내 그저 병실환자 대부분과 그날이 그날인 나날을 보냈기에
이런 위급한 환자의 상태에 내심 두렵기조차 했다.
아니 저런 환자를 중환자실로 데려가야 되는일이 아닌가 싶기도하고
처음으로 이 병원에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은근히 들고 일어나기도 하는것이다
김 할머니 아들 또한 의사에게 소리높여 고함을 지르며 어머니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간호사에게도 이거하라 저거하라 명령조로
다그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의사나 간호사는 침착하게 대처하며 조용히
김할머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아무일 없을것이니 다른 환자들도 있으니
밖으로 나가시자고 아들을 데리고 나가는것이다.
병실에 있는 옆자리 최 복순 할머니나 다른 할머님들도 무덤덤하게 쳐다보고있고
그저 옆방에서 다시 돌아온 김 할머니를 돌보게된
간병인 아주머니만 난감한 표정으로 다시 가지고 온 김 할머니짐들을 정리하기 바쁘다.
"무슨 일이래요 어제만해도 쏜살같이 복도를 누비고 다니시던데"
내가 이 상황이 믿기지않아 간병인 아줌마한테 물었다.
"병실서 갑갑하니까 종종 뭘 빨기를 좋아하는데 세수수건 빨러 공동 목욕실에
갔다가 넘어졌다는군요......이 병실에 있을때도 너무 빨리 종종걸음으로 다니다 곧잘
넘어지곤 했는데 그래도 이런일은 없었는데요...."
은희야~..
퇴원을 했구나..
집에 오니... 한동안은 낮 설었을테고... 할일도 많고...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것 같구나..
그려~.. 이사람 저사람 모두들 이제는 쉬엄쉬엄 몸좀 사리라고 하니..
완전 회복 될때까지는 무리를 하지 말아라..
움직임이 불안전한 상태에서는 또 다시 다칠 확률이 크니..
조심하고...
병상에서 있었던 이야기 재미있게 엮어가네..
나도 병원에 입원했을때... 뭔가 써 보겠다고 노트에 메모를 하곤 했었는데..
집에 돌아 와서 글을 쓸려니... 아픔이 다시 기억되고.. 힘들어서
치워 버렸었지..
퇴원하고는 한동안 병원에 관계되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보기도 싫고 지겨워서 얼른 TV를 꺼 버렸고...
다른 사람 병원에 문병가기도 싫더라구..
그것도 시간이 지나가니까.. 또 잊어버리고... 네 글을 보니..
나도 그때 그걸 써볼걸 그런 생각까지 든다..
그렇지만... 지금은 또 덤덤한게... 그때의 그 절박했던 기억이
흐려지고... 내가 정말 그렇게 죽을만큼 아팠었나 싶은걸 보면..
사람은 그렇게 잊어버리면서 사는가봐..
순영이가 일을 내고 있더구나..
함께 할수 없을것 같아 아쉽다..
은숙아~
반갑구나........오히려 병원서는 전화통화도 했는데
지금도 산이에미 점심준비 한다고 왔는데
두어시간 손주 둘 보아주다 지쳐서 대충 내가 하마....하고 돌려보냈다.
...에고....산이에미 일이 더뎌서 무언가 한가지하는게 수월치가 않고
내가 언제나 이 노릇에서 헤어나질까 답답하네.
모두에 말처럼 아직은 환자인것이 분명한데...........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어찌할까 싶다.
그나마 답답한 중에 잠안오는밤 시간 보내기중 한가지지뭐
너야말로 병상에서 얼마나 지겨웠겠니.........힘들고....
아이들 보내고 컴퓨터앞에오니 켜논 컴퓨터도 손주가 그냥 꺼버렸네
내 블로그에 글 쓰던것도 날려버리고.................
네글 읽자마자 전화 넣으니 벌써 출타했나보네
어제도 그렇고.........휴대폰은 바뀌었나보구나.
올안에는 얼굴 못보겠네.
??은희야~
씨리즈로 병실생활 올라오네!
특실에서 옮긴 여럿이 같이 쓰는 병실로 바뀌었다고 했을때
보통 5~6인실인 줄 알고 가보니 아하! 노인병원씨스템을 갖춘 병실이라~~
전용 간병인이 있는 조용한 방이더구나!
작년 초봄에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노인병원,약8개월계시다 가셔서(88세)~
네 수술한 병원이 이 씨스템을 겸용하는구나 싶었다! 서로 좋은거지~~
각 침대마다의 보호자없어도 되고,조용하고,취침시간 엄수하고(이건 좀 강제성이 있기는하나..)
네가 있던 병실은 아주 양호한 편이고,노인병원 노인들 별아별 환자 많드라..치매가 제일많고...
지금도 친정엄마 생각하면 마음이 싸~하고,왜 더 자주 문병 못갔을까 마음이 아프다~~
일주일에 세번을 가다가 나중에는 두번밖에 못갔거든~자식이란 다 그런가봐!임종도 못보고~아무도~
가실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임종하시고 30분지나서야 도착했으니 무슨 소용있겠니?
신체중에 귀가 제일 오래버틴다는 일설을 들은 것 같아 귀에대고 엄마!엄마! 죄송해요!하면서
울부짖지만 다 소용 없는일이고~~
근데 신기한 일이~~~, 삼우제 새벽 꿈에 나타나셨어!파아란 하늘색 코트를 입으시고
미사반주 한다고 성당 올겐에 앉아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는데, 거기 긴의자에 혼자 아무말없이
앞을 바라보며 편안한 얼굴로 앉아계시는거야! 순간 와락 껴안으며 엉엉 울다 내소리에 깨었단다!
하도 신기해서 천정만 멀뚱멀뚱 바라보는데 눈에는 눈물자욱이 흐르고 있고......
노인세대는 다 불쌍한 것 같아!
너의 섬세한 시선으로 같이 기거하던 노인들 살펴보았구나!
그중 한분, 네가 슬그머니 입원비 금일봉을 쥐어드려 나갈 수 있게도 해드리고!
너의 따뜻한 마음을 그분은 돌아가실때까지 못잊으실꺼다!!!
은희야~ 그나저나 순영이의 불같은 초대! 어떡허니?
말 안들으면 장작개비로 혼쭐나게 생겼는데 ㅎㅎㅎ
날짜가 있으니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자꾸나~~~ㅎㅎ
은숙이가 왔다갔네!
멀어서 오고싶어도 마음뿐이겠지?
매우 바즈런한 은숙일텐데...항상 건강해라!너무 열씸히 뛰지말고!쉬엄,쉬엄~~~
?희순언니의 엄마 회상하시는 글 찡해요,,
언니, 엄마는 딸 가슴에 묻히시는거라 생각해요,
그냥 생각날때마다 가슴 어루만지며,,,,,엄마,,,엄마,,,엄마는 내 가슴에 있어요,,,
그거 다 곱씸어 생각하기로 말하면 하루도 제 삶을 살수가 없음을 배운 어느날,,,
연습을 많이 했답니다,
어떻하믄 눈물을 안 보이나,,
어떻하믄 이런 생각으로 내 생활을??????????뭐 그런 생각,,
언니,,,보내실 분은 보내셔야해요,,,
우리도 또 갈거니까요...그치요???
곁에서 일 치루신분들도 힘들지만 태평양을 건너서 치뤄야했던 일도
결코 쉽지는 않았어요,,,
근데도 오늘 제가 발디딘 이곳에서 저는 또 웃어야 한다는걸 배웠어요,,,
??순자씨~
답글 고마왔어요!!
부모는 평생 지내시던 당신집에서 운명하셔야 제일 바람직하다싶은데~~
딸 둘중에 큰딸이 제일 효도많이 한것같은데..내 생각에는..
외국여행도 시켜드리고,선물도 항상 푸짐한 걸로, 용돈도 두둑히 드리고...
헌데 날 항상 좋아하셨어요!
'엄마!커피 한잔 하실래?'하면 평소 안하시던 커피도 드시고(설탕 듬뿍 넣어서)~
이얘기 저얘기 나누다보면 음성에 생기가 도시면서 화색이 완연하시고...
병실에서는 여러할머니들 중 험악하게 생긴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느 영감쟁이가 저런 할머니를 데리고 살았을까?ㅉㅉ딱하기도 하지'~
내가 놀래 '엄마 저 할머니 지나가다 들으면 어떡헐려고 그래? 엄마 몰매 맞을려구..'하면
들으면 대수냐? 왠만해야 말이지 원 참!~~~'
두어시간 앉아있으면 '가봐라,식구들 저녁 먹여야지'하시며 쫓으시던 엄마!
당신손이 맛갈스러우셔서 병원 반찬이 맘에 안드는건 당연하시고!
며느리 둘이 번갈아 사골국이며 반찬을 대지만,매일 왔다갔다하는 큰아들(바로 밑의남동생)이
가져오는 조갯살넣은 된장국 제일 좋아하시고,굴비찐것하고 (밥에 얹어드렸드니 한마리 다 드시고)
새우젓에 볶은 호박나물 너무 좋아하셨는데~~~
돌아가실때 몸무게가 35kg~37kg정도이셨으니~~사람의 몸무게가 이럴수도.....
그래요~ 순자씨!
엄마와 딸은 평생지기라 응석부리고 따독거리고 하면서 ~~
우리도 그길을 가고있겠죠? 좀 다른 길을 간다고 착각하면서...
오히려 순자씨 댓글이 날 울먹이게 한거 알아요?
깊은정이 많은 순자씨 가족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 가득하길 빌며!!
새해에도 쾌활하고 명쾌한 글 많이 많이 기대할께요!!
손주들 너무 귀엽고 예쁘네요!!!
그속에 같이 있는 손주할미도 귀여운 모습이고!! ㅎㅎㅎ.....
,,,,,부모는 평생 지내시던 당신집에서 운명하셔야 제일 바람직하다싶은데~~
희순언니,,저도 이 방에서 희순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된것은 영광이예요,
언니, 우리나라 고래의 오복?중 내 침상에서 죽는것? 그거 시대에 안 맞는 거예요,,,(용서하세요)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모두 거꾸로 되어있다고 생각되네요,
예전에는 집 밖에서 가면 저주고,,,,등등
내 병상에서 간다는 것은 이미 중풍이나 암이나 치매로 고생고생하며
주위사람들까지 너무 고생시키며 가는것이고
예전에 급살이니 하는것이 지금은 아마 고혈압등으로 팍 쓰러지는건가본데
그저 평소에 자기 갈날을 준비하며 살다가 잠들떄 가든가,
인사도 읎이 갈 수 있다면,,,,,,,,
오늘 언니 답글을 읽으며,,,아아 나는 나의 엄마의 이어받은 삶을 사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람시 너무 슬퍼만 할 일은 아니잖나,,,이렇게 언니를 위로해보자,,,,라고,,,
언니,,,언니의 어머님, 무지 복많게 사시다 가셨네요,,,
무신 소링고하니,,,우리 세대, 앞으로의 세대는 그렇게 효도받으며 못 갈것 같지 않아요???하하하하
언니, 새 마음으로 살자구요, 이?
??순자씨~
대화하게 된 것 영광!~~무슨 말씀을!~~
내가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ㅎㅎ...
그래요~ 시대가 변해서~~
병원생활을 하시게 한 것, 4남매중 아무도 결정 못하는데,둘째딸인 내가 서둘렀죠!
큰아들식구 서울 살고,작은아들 식구들과 평생을 같이 기거했지만,
다들 밖의생활들 하니 간병인을 둔다해도 왠지 마음 안놓이고~~
마침 성당엄마중 남편이 노인병원장으로 ,개설된 지 얼마 안되는 병원이라 해서
깨끗한 시설일 것 같아 소개받아 모시게 된건데....
이 모든것이 자식들 편하자고 나온 방편아닌가......싶네요...
그래요~ 나도 이 다음에 이런 시설로 당연히 가야 되겠죠?
효도의 개념이 날로날로 바뀌는데 따라야지요~~~
우리 시어머님은 91세에 올 여름 돌아가셨는데~
평생을 위장병이란 걸 모르신 분이셨고(멍멍탕을 잘 드실정도로)
허리는 90도로 꺾이셨지만 하루 한차례씩 마당을 한바퀴씩 도셔야 들어가시는 분이신데
재작년, 마당에 심어논 나무가 못마땅하셔서( 가을에 낙엽 떨어지는것 싫으시다고)
망치들고 톱들고 둬시간 꼼짝않고 씨름하시드니,다음날 못 일어나셔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달려온 시누이들은 장례준비한다고 준비해 논 영정을 차에 싣고~~~
치매끼가 서서히 오고 계셨거든....
병원에서 병명이 '전해질 부족'으로 나왔어요~노인 급수 3등급이 나왔구요~~
잠깐 노인병원으로 모셨는데 보름 계시더니 '내가 왜 이런곳에 있냐? 나 멀정한데 집에 보내다구'~
딸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막무가내시라, 집으로 오시고 그 후로 한 2년을 건강하게 지내시다
제일 뜨거운 올 여름 ,낮에 슬그머니 부엌 뒷문으로 해서 담밑 텃밭에 가 쓸어지셔 돌아가셨죠~~
아무도 몰랐죠! 처음에는~~~평소에 자는듯이 가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하시더니~~~
남들은 그랬죠~ 돌아가시는 복을 타고 나신 분이라고~~
남한테 신세스러운 건 아주 질색인 성품이시고 어질고 착한 분이셨어요! 고집이 무지 쎈거 빼시고는~~
자~ 이제 우리 차례죠?
마음같아서는 이 다음에 옆지기양반이 내 옆에서 먼저 앞서야 할 것 같은데~~
누구도 모르는 일이고....
우리 다같이 건강하자구요!!
건강 넘치는 새해 맞아요!! 모두들!!!~~~~~
희순언니, 이미 사회가 그런 추세로 변해간담
나의 사고가 뒤질새라 빨리 바뀌어 주능기 최선같아요,,,하하하하하
그래야 내맴이 준비가 되어 낭중에 상처를 안 받지요,,,
친정어머님은 아는분의 새로 연 노인병원에서 그리 가셨으니 증맬 복이 많으신거에요,
우리 그렇게 얘기하죠? 부부중 먼저 가는 사람이 복이 많노라고???
언니,,,우리 갈떄 가드라도 생각 앙키다아,,,,
그냥 우리 오늘 이렇게 알콩달콩 할까나아???????하하하하하
언니, 우리 내년에는 더 많이 웃자고요,,,이???
희순아~
에구~.................
네글 읽고 .........휴~우 ...긴 한숨 한번 토해내고
네 친정어머니 꿈결에 뵙다고한 이야기에 그냥 아직도 눈물이 나네
그려 우리 나이가 만만치 않은 나이 이기도하고 해서인지
돌아가신 내 친정어머니도 생각키우고....................
참.............노년의 인생이란 슬프기도 하구나.
병원에 같이 계시던 할머님들 정이들어서 헤어지기 못내 섭섭해했었다.
몹씨 추운 첫추위에 병원현관까지 배웅들 해주시고 얼마간 더 있으려니했다가
준비안된 이별이라선지 서로가 그랬네...........
내 다리 나으면 계신곳들 찾아가 뵙겠노라고 약속드리고 왔다.
착한 노인네들이셨지..........불우한 환경인 할머님 일 수록 더 착하셔서
가끔 머리 조아리게 만드시더라.......................................
이야기 듣다보면 한분 한분 슬픈인생인데도 전혀 그리 생각안들게 됨은
마지막 남은 여생에 대한 여한이 없어하는 태도에서..........
욕심이 없어진 그런 마음을 보여주시기 때문이였지싶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김 할머니 그 분만 치매끼가 있어서 병실서 유일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할머니셨단다......그 할머니 그로인한 남은여생을
좌충우돌 하다 결국은 본인은 모르고 주위에 사람들은 괴롭고 그리 사시겠지.
그 작은 병실에 환자 할머니들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축소된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고 하면..........아마 맞을거다.
그리고 너라도 아마 인연이 되어서( 하루밤을 같이 지새워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데)
함께 여러날을 병상에서 지냈다면 나같은 일을 똑같이 했을거야..............
순영이..........그 성의에 고맙기 그지없는데
누군가 그 뷔페장소가 아주 넒고 좋은데 년말이라서
복잡할거라 하더라.........난 아주 많은 민폐를 끼칠거같은데 어쩌냐
네말대로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더 생각해보자꾸나......예약이 필수 인가보던데
그것도 걱정이고
순영아~! .......기냥 이 생각많고 걱정많은 나는 제껴라....ㅎㅎㅎ
은숙이도 보고싶긴한데 아마 년말에 중요한 일들이 많은가보더구나.
(댓글 올리고 네말에 무언가 지피는것이 있어서 자유게시판에 가보니
순영이 이모디컨 디게 무섭더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못했어요.....순영아!!!!!!)
???은희야!!!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민폐따위는 없다.
서로 얼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김 빼는 발언은 금기다.
아자 아자 화이팅!!!!
맞아요~~
김빼기 없기예요~~
산학 선배님이 감병인 노릇한다고 했는데 저도 간병인 할게요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긍정적인 생각으로 주문을 계속 하세요.
"갈 수 있다" 라고요
"이젠 안아프다"라고도 하시구요~~
병상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랑했지만을 부르는 가수는 너무 슬퍼 보여요
금방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요
선배님은 밝고 명랑한 곡을 들으셨음 해요^^*
코미디 프로 보시며 많이 웃으시구요^^*
그러실거죠?
인옥후배 왔네~.......
오늘도 이런 저런 동영상을 보다
많이 웃는다...............
그러다 가수 송창식씨 동영상을 보았는데
짧은 인터뷰 인데도 많이 웃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하더라
한번 들어볼래
시간되면 노래도 들어보고....
다 거두어가고 싶다는 노래인데 그 시절엔 그래도 좋았었네
.................귀여운 도둑할머니 (다섯번째 이야기) ...............
뒤숭숭한 병실 분위기로 인해 그동안 그냥저냥 잘 지내오던
내 병원생활에 무언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것 같은 예감이든다.
904호병실에 입실하던 첫날 내게 뭔가 심상치않은 맨트를 던지고 사라졌던
김 할머니의 출현이니 더욱 그랬다.
어찌되었든 진짜 환자가 되어서 돌아온 김 할머니의 상태로 우선 걱정이 앞서고
오늘 이밤 잠은 천만리 달아나 버린채 마주 보이는 할머니 병상만 쳐다보게 된다.
어느만큼 시간이 흘렀나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서 놀라 눈을 떠보니
이런~! ....링겔병을 매단 지지대를 붙들고 서있는 김 할머니가 내 병상옆
창가에서 무언가를 만지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환자복 주머니에 냉큼 그 무언가를 집어 넣는다.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것인지도 몰라 "그려 꿈이지 분명 저 할머니는 몹씨 아팠자녀"
간병인 아주머니도 인기척에 "아니 할머니 어쩐일이세요"
그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김 할머니는 지지대를 굴리며 자기 병상으로 다람쥐처럼
쪼르르 순식간에 가버린다.
내가 놀라서 윗몸을 일으켜 앉으니 김 할머니 옆자리에 자리잡고 누워 있던 간병인 아주머니도
화들짝 일어나서 할머니한테 달려가본다.
할머니의 찰과상을 입은 얼굴은 눈부터 부어있어서 그 반짝이는 눈이 더 작게보였고
합죽한 입에 혀는 빼어 문채로 병상에 냉큼 올라앉아있다.
그리곤 천연덕스럽게 눕더니 앓는소리를 한다.
간병인 아주머니 "에이그...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네요.." 혀를 찬다.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새벽 두시다.
그리곤 간병인 아주머니는 링겔주사액 줄도 만져보고 주사맞은손도
살펴본다.
"어이구 놀래라 이게 뭔일이래..."순간적으로 난 이 상황을 분석하느라 머리를 흔들었다.
"사모님 놀래셨어요?....허긴 나도 요번참엔 상처도 생기고해서 진짜로 뭔일이 생기나했네요
이쯤되면 긴 설명이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다른 병상의 할머니들은 깊은잠에 빠져서
미동도 하지않고있다.
김 할머니의 병상 머리맡등 불빛이 작은 무대위의 스포트 라이트처럼 비추어보인다.
연극의 주인공인 김 할머니의 연기는 아직도 계속중이다.
간병인 아주머니도 이젠 아예 마음놓고 잠자리엘 들었나보다.
오직 한사람 이 주인공의 공연을 처음 관람하는 관객인 나는 한 부분이라도
놓칠세라 시선을 떼지못하고 조용히 열중하고있다.
무대의 주인공은 이제 슬며시 상반신을 일으키고 주위를 살핀다.
관객이 없는 혼자의 공연인것이 판단되었는지 앓던 소리도 멈추고 다시 살포시 일어난다.
창문밖으로 바라보이는 아파트의 불빛들이 켜지기 시작하는걸로보니
새벽에 아침을 준비하는 부지런한 여인네들이 일어날 시간이 되어가나보다
이렇게 잠못이루는 병실의 두 사람 김 할머니와 나와의 새로운 인연은 시작되었다.
쳐다보고있는 내 시선을 모르는 김 할머니는 아주 가볍게 병상에서 일어나더니
지지대도 숙달된 몸짓으로 밀고서는 바로 옆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조금후 덜거덕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저건 또 뭔 소리인가........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리래야 뻔한 소리이니.........
두가지 일로 발생하는 소리가 아니면 화장지 빼내는 소리임에 분명한데
그소리 너무 길다.
얼마후 김 할머니 살포시 화장실문을 열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병상으로 돌아와
주머니의 무언가를 꺼내 한쪽주머니에서 꺼낸 한뭉텅이 화장지로 재빠르게 꾸린다.
그리고는 병상옆 장문을 열고 커다란 비닐백을 꺼내더니 그 무언가를 집어넣고는
다시 병실안을 살펴보고는 장 안에 가볍게 들어서 넣는것이다.
"환장 허겄네...." 하던 김 할머니 아들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그 환장할 일을 903호 병실에서 미쳐 다 이루지못할 처지가 되었나
나름 머리를 굴려 넘어지고 생병을 만들어 꿈에도 그리던 병실로 온것인가보다.
번하게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이 되자 간병인 아주머니가 일어나 병실불을 켠다
누워있던 내가 슬며시 일어나자 "아니.....안 주무셨어요?......"
"글쎄..................잠이 안오데요....김 할머니랑 같이 못잔거같아요..."
"처음이라 그러실거예요........여기 할머님들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이제는 하도 그래서..."
"거기 창가에 두신거중에 아마도 비누 가져갔을걸요.....왜그리도 비누에 집착을 하는지몰러"
그러더니 무슨 생각이 나는지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나온다.
"그렇지...에이구....화장실 빨래비누도 집어갔네....에이휴... 못살아..."
"귀찮아서 어쩌나....매번 ....."
오전중 회진 시간에 김 할머니 담당 의사는 할머니 아들이 원하던 철저한 검진중
넘어진 상처부위에 엑스레이를 찍는 시간을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알려주고
자고있는 할머니 상태를 살펴본다.
"할머니 새벽에 일어나셔서 화장실도 혼자 가시고 했어요" 간병인 아주머니 환자의
밤사이의 상태를 설명해준다.
담당의사는 이미 알고있다는듯 그냥 고개만 끄덕일 뿐 별말이 없다.
나야말로 김 할머니가 이 병원에서 벌써 여러번째 이런 일을 벌였다는걸 알았다.
4층에선가부터 시작해서 층층이 다인병실이라면 다 둘러서 이젠 마지막 층인 9층까지
올라왔다하니 이 병원에선 더이상 올라갈곳이 없잖은가.
나는 밤새워 잠을 못자도 낮잠을 잘 못자는 편인데 할머니 오전중엔 한 밤중이시다.
엑스레이 촬영시간에 마추어 간병인 아주머니 서둘러 할머니를 깨우고
"어르신 어서 사진 찍으러 가십시다..........시간 되었어요..........."
부시시 일어난 할머니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기상황이 지금 어떤지경인지를
께딜았는지 도로 아픈척 눕는다.
"하...하...이젠 좀 그냥 일어나세요....공연히 넘어져선 얼굴이 그게 뭡니까
어제보다 더 부어올랐자녀요...자 어서 가십시다 시간 넘기면 차례 많이 기다리게되니까"
"저 니 이젠 얼굴 씻어대긴 글렀당게.......어찌야 쓰까나 저 화상을 "
옆자리 최 할머니 안타까우신지 오랜만에 한마디 거든다.
같은 동갑네인데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 양반은 저절로 양반 이라고 대접하고푼
그런 할머니시다.
착하게 늙는 모습의 표본이랄까 아니면 슬픈 삶의 달관된 경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팔십오년간의 세월을 보낸 두 할머니들이 보여주는 극명하게 다른 일상이
내 병실생활에 있던 일들을 쓰고싶게 펜을 들게하고 있는 계기다 되었으니 말이다.
가니 안가니 싱갱이끝에 겨우달래서 휠체어에 앉혀 함께 나갔던 간병인 아주머니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않아 혼자 돌아왔다.
"어떻게 혼자오세요?"
"아이구....기운 다 빠졌네...글쎄 엑스레이실에 가서는 환자복입고 사진을
어찌 찍냐고 그리고 혼자 무슨 사진을 찍냐고 여럿이 같이 찍어야지 하면서 난리를
난리를 부리는거예요 ....처음 엑스레이 촬영을 하는것도 아닌데...촬영기사선생이랑
붙들고 해보려다 어찌나 빨리 도망쳐 나가는지 주사바늘도 뽑아지고 난리도 아니였어요"
"여럿이 같이 찍는건 또 뭐여요" 어이없어 모두 웃자
"기냥 기념사진이라도 찍는줄 아나보죠"
김 할머니 피해서 먼저 우리호실로 옮겨온 건너편 병상의 전씨 할머니 말이다.
주사바늘 사건으로 간호사가 불려 내려가고 하는 와중에 마침 할머니 아들이와서
김 할머니 촬영사건은 마무리가 되고 아들도 또 어머니가 만든 이 사건의 내막을 알고는
옆방에 자리가 비면 다시 옮겨달라 부탁을하고 긴 한숨과함께 자리를 떴다.
"이러나 저러나 저 할머니 아들은 효자지 싶네요 그래도 환경이 좀 나아보이는
병원에 어머닐 계시게 하니 말이지요.......어떤 사정이 있어 집에 모시지는 못하는줄은
몰라도 ...."
" 며느리 있대도 어디 저러는데 함께 살려고 하겄어요?"
"눈 떠 있는 시간엔 칫솔질하고 얼굴 닦느라 물에 매달려 있지요...또
한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싸돌아 다니지요 그러다 넘어져 병원에 들어오곤 하니.."
보호 1종의 혜택이 이렇게도 이용이 되는거로구나 나는 그제서야 눈치를챘다
??은희야~
봄날의 -쬐끔만 더 쉬자구요-수다방을 잠깐 들여다보다,스페인 음유시인이란가수의
'Cuando Duermes'라는 노래 ~기막히게 들려오는구나~~
아늑하게 꾸며놓은 어느 자그마한 까페에서 단둘이 찻잔을 마주하며~~후후...
그런 분위기를 네가 만들어주는구나!
이 나이에도 마음속으로는 어떤 그림도 다 허용이되니...ㅉㅉㅉ...
?희순아~
그래.............
어떤 무엇보다도 음악은 직접적인 느낌을 불러다주지
노래소리가 포근하고 감미롭게 들리니
저절로 눈감게 되고..........
어제는 제 3세계의 음악을 찾아 듣다가 이 스페인 가수도 만나게 되더구나
언젠가 라디오에서 잠깐 들었었는데 많이 반갑더라.
동영상으로 얼굴도 보고 했는데.........화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하단다.
팔십이 넘어 구십이 넘어도 감성은 그냥 지니게 되는거 아닌가?
덕분에 배경음악으로 올려놓는다.
은희언니, 며칠 못/안 들어온동안에 엮어내신 도둑할머니를 통한 병실 얘기
한거번에 다 읽느라고 애좀 썼어요,,,
정말 찡하네요,
집에 오시니까 많이 더 어렵죠?
그래도 저리도 음악이나 글로서 좋은 상념에 잡힐수 있는것 무지 축복이예요,
저 순영언니가 띄웠다는 무섭다는 이모티콘좀 보러 가야겠어요,,,하하하하하
?이그으,,,은희언니,,저 다녀왔어요오,,
그 이모티콘들 꿈에 보일까 겁나요,,
언니 큰일은 나고 봤어요.
손주들까지 옆방에 모신다니 꼼짝 못해요,
더이상 이유다셨다간 큰일아요,,,하하하하하
그날 잘 다녀오시고 재미있게 지내세요,
모두들 얼마나 반길텐데,,,,
에그, 그런 칭구 없어요,,,
재미있는 병실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송창식씨의 불교적 대담도 잘 들었구요^^*
선배님은 종교가???
병상 일기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에 뵙기를~~!!
......................귀애운 도둑할머니(여섯번째 이야기)
그날 이후 비누와 화장지 훔치기나 신 새벽서 부터 이 닦기 세수하기로
김 할머니는 나를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거기다 보태서 깔고 덮는 이부자리도 끊임없이 털고 반듯하게 정리하고
병상에 깔아놓은 전기요도 수시로 코드를 끼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빗고 그리곤 다시 생각난듯 이 닦기 세수하기를 하고
이도 없는 잇몸을 그렇게 닦아대는데도 잇몸이 단련이 되어선지 아파하지도 않는다.
얼굴은 다친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지만 부기도 빠지고
염증이 안생기는걸 보면 타고난 좋은 피부지 싶기도하다.
한달이상 병실에서 김 할머니를 겪은 다른 할머니들은 견디기 어려우면 피해서
다른 병실로 옮겨 가거나 하고 그렇지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904호 할머니들 대부분이 참는데는 이골이 나신 분들이라선지 큰 마찰없이 지내시는것이다.
그래서 간병인 아주머니는 김 할머니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딴에는 감추어놓은 비닐백을 꺼내 병실 식구들 비누등을 찾아내 주인에게 되돌려 준다.
그러면 어느때인가 다시 가져가고 또 다시 되돌려 그 자리에 놓아주는 일에 반복을 하곤하는것이다.
유독 김 할머니는 먹는일에는 욕심이 없어서 끼니때마다 올라온 반찬중 일부분을
당신 마음에 드는 그날의 누구에게 꼭 가져다 주곤하는데
이사 오고나서 이삼일은 옆호실 건장한 이 할머니에게 식사전에 다녀오곤 한다.
싸우면서 정이 들어 그런지.................................
903호실로 입실하면 든든한 이 할머니가 게시니 다행이다 싶기도하고
오래도록 병실 생활을 해야할 같은 처지인 할머니들 이시니 서로 힘이 되어줄것이다.
그러나 다른 호실에 환자 이동이 없는지 아들의 부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루밤에도 몇번이나 깨어나 할머니의 대부분의 행동을 지켜보아야하는 나는
아예 밤에 자는걸 포기하다시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문병온다는 둘째 언니와 조카에게 부탁해서 두루마리 화장지하고 비누를 사오라 부탁했다.
의아해 하면서도 언니는 가져다 주었고 그 물건들은 할머니 머리맡 선반에 잔뜩 올려 쌓아놓아졌다.
그러나 혹시나해서 였던 내 생각은 역시나 헛되고 헛된 어리석은 짓이였다.
마음놓고 잠을 청하던 나는 또다시 내자리로 살금살금 다가서는 인기척에 다시 잠자기를 포기한다.
다른때와 달리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서 말을 부쳤다.
자려니 하던 나하고 눈이 마주치자 나름 놀라 돌아서는 김 할머니 등을 향해서
"할머니 ......제가 잠이 안와서 그러는데 할머니 전에 돈 버시던 이야기좀 해 주실래요"
하하하하하 은희언니? 왠 한밤중에 할머니 전에 돈 버시던 야그는 왜에????하하하하하
다음호 야그가 을매나 장황한 할머니의 야그일지 기대되네요,,
언니, 괜히 물었다 후회하셨을끼 분명하네요,,
이 터진 봇물이 닫혀야 말이지이,,,,,,,,,,,,하하하하하하
은희야!!!!
나 없는 동안에도 순자도 놀러오고, 인옥이도 오고......
희순이랑 재미있게 지냈구나.
나도 오늘에사 정신이 좀 난다.
오늘은 무척이나 춥구나.
그래도 크리스마스라 분위기는 좀 들떠보인다.
너의집은 단독이라 난방비가 장난 아닐꺼 같다.
어째 너의집 난방비 걱정까지 하냐 말이다.ㅎㅎㅎ
순자 말대로 그 할머니 돈 버시던 얘기 해 달랬다가
너 곱빼기 후회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ㅎㅎㅎ
발떼기 연습 부지런히 하거라.
내가 내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축복 이라는거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구나.
메리 크리스 마스!!!!!!!!!!!!!!!!!!!!!1
순영아~
크리스마스 휴가 주말에 인터넷이 끊꼈네...........
지금 방금 전화국직원이 끊어진 광케이블 연결해 주었는데
큰길에 지나가던 차가 끊어놓은듯 싶다 더구나
인터넷전화도 안되고 많이 불편했네.
문명의 이기에 익숙한 우리생활
어떤것 한가지라도 침묵하면 무척 답답한걸 보니
중독인것이 분명혀......ㅎㅎㅎ.....
전화할까 하다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잘 지내겠지.....하고 참았단다.
???은희야!!!!
되게 불편했겠다.
우리동네 요즈음 외곽순환 도로 밑에서 불난 사건 때문에
교통이 막히고 야단이란다.
그것을 보며 우리 몸도 어느 한곳 고장나면
이리 되는거구나하고 생각했어.
인터넷이 고장나면 깜깜 절벽 같겠지?
문명의 이기.
이거 무시 할수도 없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겠지?
............귀여운 도둑 할머니......(여섯번째 이야기)
깔끔하기도하고 부지런한 몸놀림은 예사롭지않은 할머니의
지나온 세월의 삶의 행적을 상상케 한다.
"전에 저 어르신 기분이 좋아지면 이야기하곤 했는데
큰 건물 청소원으로 일 하셔서 돈 많이 버셨다고 자랑 하시곤 했어요"
간병인 아주머니중 연세 많으신 윤 여사가 할머니 짐 속에서 이것 저것 챙겨
정리하다가 해준 말이 생각이나서 나는 할머니를 불러 세워보았다.
"그려엉....내...돈번....야기이 ....듣고시포오...."
돌아서는 김 할머니 얼굴이 어두침침한 흐린 불빛에도 밝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이리 앉아서 이야기 해보셔요" 이불 한자락을 거둬 치우고 자리를 만들었다.
할머니는 아주 가벼운 몸짓으로 냉큼 병상으로 올라 앉는다.
나는 내병상위 불을 켰다. 병실안에 모든 할머니들이 깊은잠에 빠져있는 시간에
이렇게 김 할머니의 두서없는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내가 ....까갑해서어...노올지못해서...돈옹을 벌러 다녀찌이...며느리라앙은
아안 마자서...전세똔두 내가 맹글어찌이...육빽마넌언을 ..."
"아들 하고는 같이 안 사셔요. 퇴원하셔서 혼자 지내시고 계셔요"
할머니는 이 없이 식사를 하는거 말고는 시력이나 청력이 모두 건강한 편인걸
가까이 대면하고 앉아서 확실하게 알게되었다.
"할머니 ...모두 주무시고 계시니까 우리 조금 목소리를 작게하고 이야기하지요."
"오....오...오...으..응...그려.....그으려...."
그 작은눈에 잔뜩 웃음을 머금고 소곤거리는 할머니의 얼굴표정을 보면서
티없는 어린 손자의 장난끼 어린 모습이 떠오른다.
"아니...그 할멈이 뭐 땀시 요기 와 있쏘이...."
옆 병상에 최 할머니가 우리가 소곤거리는 소리에 부시시 일어나신다.
"어째요 할머니 주무시는데 공연히 제가 김 할머니 더러 이야기나 하시자고
주무시지 않기에 그랬거든요.....죄송해요...."
"우째쓰까이...그 할멈 하는 소리래야 돈 벌어서 전셋돈 맹글어 방 자기가 얻어
살았다는 야기....겁나게 자꾸 허고 허고 하는디 그러나 저러나 또 뭐 꼬불치려고
온 거시기가 분명 헌겨...에이고..." 안쓰러워 한숨을 쉬신다.
저녁약 말고도 대부분 우리 병실 할머니들에게 약을 드시게 하는데 알고보니
최 할머니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전 5년 동안이나 밖출입을 못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제한된 세상만 바라보셨다한다.
그로 인해 생긴 여러증상 중 우울증약을 복용 하신다는 것인데
왜 나는 그 약 복용이 그리 생경하게 느껴지는걸까
잘 웃으시고 무어든 양보가 우선이고 큰소리 한번 안하시는 최 할머니
보살피는 간병인 아주머니들 조차도 착한둥이로 통하시는 분인데 우울증약 이라니
병실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될 거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따듯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강화도 눈이 많이 왔나요?
대전에 몇 일 있다가 어제 왔는데, 서울은 대전 보다 눈이 많이 왔네요~~!!
인옥이~
오늘은 얼굴 보질 못하네.................
여긴 아직도 치우지 못한 눈으로 우리집 마당엔
발목이 묻히도록 눈이 쌓여 있다는군.
병실 이야기는
언제일진 몰라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해
어느 사람들에겐 재미없고 지루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말야
.....................귀여운 도둑 할머니.....(일곱번째이야기)
그 새벽이후 김 할머니는 옆호실 이 할머니 몫이었던 반찬중 한가지를 챙겨
최 할머니 아니면 내게 그 묘한 합죽미소와 함께 가져다 주시곤 한다.
나는 또한 새벽 그 시간을 위해 세수간 선반위에 비누 한장을 올려놓곤 한다.
그건 자연스런 우리들의 묵계였다.
그리고 당신 정해진 일과가 끝나면 부지런히 내게로 와서
할머니 며느리가 자기와 맞지않아 홀로서기를 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곤 한다.
"고 .....나뽀온 녀언니가....지.....서어방노옴헌티...맨날 일루어 바쳐야
내에가...쏙 터지는데에....지가...미치거따네....서어방 업시면 날 자바 먹을랴혀"
"뭐 땀시 그라갔쏘 할멈이 자꾸 딴 짓꺼리 하니 그라지"
"내나 할멈이나 살 만치 살았응게 후딱 가야 쓰겄는디......워째야 쓸래나 모르겄소이"
내가 뭐라 할새 없이 옆 최 할머니가 먼저 말 댓구를 하신다.
순창이 고향이지만 육이오 전란 이후 초년에 과부가 되어 온갖 풍파를 헤치고
남매를 데리고 일찍암치 서울로 와서 살았다는데도 고향 억양이나 말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것이다.
"할멈은 그래도 아들이 겁나게 효자요....어디메 요새 자슥들이 에미한티 그리 가찹게 군다요"
그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할머니 자기 병상으로 달려가 시트밑에 깔아놓은
전기요를 들추어 보이면서 큰소리로 손짓 몸짓 흥분한다.
"그려어.....어..어...어...이 쩐기...요..오 도....우리 ...아드을...이이가 사...아다...주어써..."
밤마다 코드를 끼었다 뺐다를 하느라 몇번씩이나 신경을 쓰고
낮에도 모든 사람들이 보게 하려는듯 일부러 쓸고 닦고 하는양이 딴에는 자랑인듯싶다.
그렇기도 한것이 아들은 이삼일에 한번은꼭 들리곤 하는데 음료수 몇병이라도 들고 오고
같이 있는 병실 우리들에게도 한병씩 들려주곤한다.
앞 병상 전 할머니는 교회 식구 빼고는 정작 기다리고 기다리는 아들은 오지를 않는다.
당뇨를 앓고 있는 유 할머니 또한 며느리가 잠깐씩 주 행사처럼 마지못해 들려가고
간병인 아주머니들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 원하는거 사주시라 부탁은 하는걸 보면
그나마 다행한 일인듯싶었다.
그러나 두 할머니는 나름대로 욕심도 부리고 투정도 하고 해서 간병인 아주머니들을
애태우고 힘들게 하곤해서 옆 착한 최할머니나
젊은 나는 아예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지기도했다.
요실증이 있는 최할머니는 기저귀를 차시곤 했는데 갈아야 할 시간이 넘어도
바쁜 간병인에게 채근하는일이 단 한번도 없어서 오히려 간병인 아주머니들을 미안하게 만든다.
이런 착한 최할머니에게는 남매가 있다는데 그중 아들은 일찌기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있고 이곳에는 단 하나 혈육이고 살붙이인 나와 동갑네인 딸 하나가 있다.
이 딸도 일주일에 한번 수술한 어머니를 찾아오곤 하는데 살가운 곳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다.
그나마 찾아오니 다행이랄가.
옆 최할머니에게 오랜만에 휴대폰이 울린다.
잘 웃으시는 할머니 활짝 웃으시면서 "우리 로버트가 온다요....허...허.....허.." 정겹게 나를 쳐다보신다.
걸걸한 목소리에 터프한 몸놀림으로 "꺾끼 운동은 제대로 하슈"
옆 병상 최할머니의 기다리던 딸의 등장은 모든 병실 식구들의 시선을 한데모은다.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태도나 말솜씨를 갖춘 딸 에게서 오늘은 또 어떤 위로와 상처를
둥시에 받을까 하는 염려로 마음이 써지기 때문이다.
딸을 곧잘 로버트에 비유하는 까닭을 아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안 걸렸다.
보통의 모녀지간이라면 살뜰한 대화가 한 두번쯤은 있게 마련인데
던지듯 내뱉는 말이라고는 추궁하고 야단치는 소리만 하다 가는것이다.
"어찌 밥먹고 꼼짝 안하고 누워만 있는거유.....닭발 졸여 왔으니 아주머니한테 챙겨
달라하고 .........이거 먹어보슈"
오늘은 그래도 닭발을 삶아 뽀얗게 국물을 내서 가져오기도 하고 말랑한 홍시 대여섯개를
냉장고에 들여놓는다.
"일어나슈..........저 보조대 끌고 자꾸 걸어봐야쓰지 않겄쏘 돈은 쳐 들여서
수술 해 가꼬는 누워 있기만 허면 뭘할러...했다요."
"어머니는 제가 보기엔 지금은 좀 무리실것 같은데요...의사 선생님이
때가 되면 하시라고 안하겠어요?"
"그깟 어린 애들이 뭔 안다요....인공관절 수술은 퍼뜩 퍼뜩 움직여야 제대로
된다합디다....경험자들 말 들어보면...병원에 오래있게해서 돈만 들게 하려고
하는거지...에잉..."
한마디 거들다 보기좋게 무안을 당하고 나는 동갑내기라는 최할머니 딸에게 말문을 닫았다.
하늘이 내려 준 인연이라해서 천륜이라고 한다는데
하늘이 내린 이 관계도
이해득실에 매달려 가면서 갈수록 삭막해 져 가는게 피부에 닿는 요즈음이다.
고전에 나오는 심청이 같은 효녀 효자는 어쩌다 특별 프로에나 큰 이슈로 등장하고있다.
나 또한 내 살기 바쁘다고 친정부모님은 뒷전이였으니 딸로서 최할머니의 로버트딸 보다
못하면 못하지 나을건 없지 않았나싶다.
생각해보면 최할머니의 하나밖에 없는 딸을 보면서 마음이 쓰여짐은
그나마도 하지못한 내 친정어머니의 대한 미안함의 발로이리라.
내 사는 여건때문이라고 또는 가정을 이루고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이름 붙은 날 빼고는 특별히 해 드린게 없는것같다.
지구가 끝날때까지 인간에겐 끝없이 되풀이되는 이 관계의 개선은 없을것같다.
내 부모님에게 한것과 같이 내 자식들이 또 물려받는 길이고
인간의 생노병사는 모두가 겪을 길이기 때문이다.
최 할머니는 로버트딸이 돌아간후 그나마 생기가 돌았던 기운이 쇠해 지셨는지
"저거시 왔다가문 쪼까 고단해 뿌리요........." 허전한 표정이다.
"아직도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보아요"
"먹고살기 아직 고달푸요...지 영감도 없어진지 오라고 장사라고 하는디
이제 지도 나이있어 가꼬 고달프기만 하지 돈은 뭘 벌가쏘"
"내 팔자가 사나우니 저것도 에미 팔자 따라서 편치는 않은것 같아서
짠 하요...." 눈시울이 붉어지신다.
맞은편 김 할머니는 최 할머니 딸이 와있는 내내 눈치만 살피다
이때다 싶은지 쪼르르 다가와서
"어....어...우리이...아들이가...더 마니....효오자요...쩌언기 요오도 사왔찌"
"윤여사....이 할망구 연시 하나 꺼내 주시유"
말대꾸 대신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하신다.
누구이든 앞으로 아플 생각하고 있다 병원신세를 지게되는건 아니겠지만
나는 건강을 항상 자신한건 아니라고 말은 하면서도.........
아마도 내게 있을 일이라곤 미쳐 몰랐지싶다.
신체에 일부분이 아픈것이
일부분이 아니라 신체에 전부라는것
그러면서 육체가 정신과 또 분리되어 있어 따로일 수가 없다는것
모든 이들이 아는걸 육순 중반이 되어서도
나만 모르다 이제서야 철이 들려고 하는가.............
한달보름여를 병원에서 지내면서
힘들기도 하고 지루할수도 있는 병원생활이
내 인생에 작은 전환점도 될 수 있었음을
못쓰는 글이라도 병상일지를 이런 방식으로라도 써보려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또 포기할수도 있겠기에
어깨와 팔은 좀 아프지만 쉬엄쉬엄 쓰려구요.?
(소모임 창작방에 쓰면서 우리기수방에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