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과 산타의 추억~

이 점에서 우리 식구들처럼 독특한 추억을 가지신 분도 많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성탄절이 오면 <크리스마스 츄리>를 장식하는 것으로 우리집의 성탄 축하가 시작된다.

그리고는 사촌들까지 모두 합쳐서 <성극> 연습을 한다. 물론 각본도 무대감독도 몽땅 어머니께서 하신다.

성탄절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때가 가까워오면, 교회 강대상 벽면 가득히 붙일 무대set그림을 다같이 합작으로 그린다.

당시의 모조지 를 몇십장 사다가 계속 붙여나가면서....그 큰 벽면 가득히... 아기 예수가 태어나신 마굿간도 그렸고

별을 보고 오는 동방박사들도 그렸다.  (떼어버릴 때가 되면 아까울 정도로 이 그림에 공을 들였었다)

 

성탄절 학예회 무대를 마치고, 즉 가족연극을 공연하고나서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엔돌핀 만땅!

우리 식구들만의 성탄절 축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어머니 혼자 감독제작하시는 거였지만

온 식구가 [우리 어린 시절] 이라고 부르는 그 시절엔 이런 성탄절을 맞았다.  우선 간절한 정성스런 예배로 시작하였다.

이제 생각하니 온가족이 '걸어서"  피난을 왔고, 맨주먹으로 터전을 일구었으니 왜 안그랬겠는가....귀를 못들으시는 노년의

할아버지 목사님의 기도는 끝없는 감격과 감사의 기도이고 어린 아이들은 까박까박 졸다가 거의 잠이 든다. 그러다가

산타할아버지가 오신다.... 하면 정신이 번쩍 들고  기쁘다 구주오셨네, 참 반가운 성도여, 고요한밤 거룩한밤....을 부르는데,

진짜 산타가 등장하는 것이다! 어린 나는 거의 패닉상태에서 <지난 일년동안 참 착한어린이었어요>... 하면서 선물을 주실 땐

무섭고 두려워 울기도 하고, 왜 언니들과 선물크기와 질이 이토록 다른가.... 아쉽고  가슴아프던 생각이 난다.

 

병원 진찰실이 당시는 제법 넓었고 또 츄리 장식이 깜빡거리니까.... 여기서 가족성탄파티를 하는데,

산타의 등장시간이면 모든 불을 끄고 캐롤을 끝없이 부르면서.....산타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었다.

산타의 출현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빨간 선물자루를 어깨에 멘 텁석부리 산타는 (아래 4095글 윤용범 선생님 분장 참조)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어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를 하면서 들어왔다.  초등학생 정도 되니 확실히 알았는데,

산타는 막내삼촌이었다. 수염도 달고... 엄마가 만드신 빨간 산타복장을 입고... 빨간 선물자루에 선물을 가득 담아 지고왔다.

(어머니는 워낙 용의주도하셔서.... 늘 늘어놓는 바느질감 사이에 빨간색은 한번도 아이들 눈에 보이게 하신적도 없다)

선물은 일년간 쓸 문방구 학용품이었다. 또 사탕 등 간식도...  있었는데, 이중에 서양초코렛이라도 들어있으면 정말

좋아서 난리난리났던 추억. 삼촌이 장가가니 이 축제는  사라졌는데,  이로서 우리는 어린아이 때에서 소녀시대로 진입하였다.

 

 

 요즘 성탄은 백화점과 대형매점들의 성탄장식과 징글벨 소리가 오직

매상을 부추기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도 이맘 때엔 내 마음의 성탄....

위에 말한 저 어릴적 시절을 늘 추억하지요.

 

들어갈 곳이 없어 마굿간으로 향한 요셉의 가족,

누우실 곳이 없어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구세주... 

 

뽀송뽀송한 그린 크리스마스보다 더욱

초록빛 짙은 내 현실의 성탄절이지만

이 추억에 빠져들 때면 어느덧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고, 가보지도 못한

평양 용승리 할아버지 교회, 마당의 눈-

새벽기도 오는 성도들을 위해 쓸고

있는 소년 아버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아유, 우리아이들은 성탄! 하면

무슨 생각을 할런지요. 엄마는

보고서  아직 제출 못하여 그저

실험실에 있다...메시지 받고

가족파티는 정말 한차례도

없었던 내 핵가족의 성탄절이랍니다.

인위적인게 싫다고 식구들끼리의

선물제비뽑기도 없는 나의 dryness.

필요한 물건은 항상 즉시 사줘서,.

성탄이라고 더 넘치게 할것 없다고

오직 축하카드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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