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창가엔 / 抒沃 한효순 인연을 잘라버린 섬뜩한 눈매의 칼바람 속 만지작거리던 세월의 끈엔 손 떼 묻은 기억들 번들거리고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차오르는 설움은 섣달 외곬스런 칼부림 피해 그림자에 스며든다 뎅그마니 하늘바라기 하는 진홍색 연시 까치의 암팡진 입질에 망가진 채 삼키는 눈물 마른 가지 오르내리며 이별을 얘기하다 지친 듯 바람 타고 날아오르면 누더기처럼 매달린 마른 잎새 바스락 소리에 벗은 몸 웅크린 채 타들어가는 목에서 걸러 낸 후회 창가에 내려놓는다 얼룩진 유리창 위로 잘린 인연의 끄나풀 나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