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을 먹고 있는데 친구들의 느닷없는 방문이 있었다.

귤 한 상자를 무겁게 내려 놓으며 얼굴보고 이야기 좀 하려고 왔다 한다.

 

미안하다.

다 내가 그렇게 했으니 사과한다.

이렇게까지 사과를 하는데 굳이 회장의 사과가 필요하겠니?

이러면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다 지나간 일이고

내 원고만 돌려받고 회장의 사과 한마디면 된다고 했건만, 그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동창회를 위해 써 주었으니 누구보다도 대표인 동창회장의 사과를 받고싶다는 내 요구가 그렇게도 부당한 일일까?

아직도 나의 요구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 동문이 다 보는 홈페이지에 썼는냐

너는 남의 이야기 다 하고 다니면서 그럴 자격이 있느냐

너에게 들은 이야기 다 하겠다.

상을 탕탕 치면서 소리가 높아지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과를 하러 왔다는데

우리는 그만 건너지 못 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들이 가고 난 뒤

우리 아이가 뛰쳐 나왔다.

" 엄마 무슨 일이야?"

"내가 나와 한마디 하고싶은 것을 어른들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  꾹 참았어" 

아이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열심히 일하고 하루 집에 쉬려 왔는데  이런 꼴을 보이고 말았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홈페이지를 보여주었다.

보고 난 우리 아이 말이

"이 아줌마들은 결국 예의가 없네.

또 엄마를 무시한 것이지.

만약 아빠가 계셨다면 그것도 온가족이 쉬고 있을 저녁시간에 와서 이렇게 할 수가 있어?"

이렇게 내뱉는 우리 아이의 마음을 그때까지 나는 미처 알지를 못 했다.

왕따 당하고 무시당하는 제 에미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미안해 아무 말도 못 하는 나에게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기 죽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