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크루즈에 함께 가자는 순애의 문자를 받고 홈피에 들어왔어.

7기 일 이라면 언제나 우선 참석하곤 했는데,

어찌 이번엔 경주도 못가고 ---,

너무 아쉽네.

 

어제 저녁 홈피를 보고는 하고 싶은 말 많으나 어쩐지 슬퍼져서

글을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다가 늦게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생각나는 첫 마디,

“7기들아, 모범생 그만하자!,

7기들아, 우리 서로 위로하자!”

이제 다시 써본다.

 

우리 나이 이순 [耳順] 인데 ---.

나 또한 귀가 순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서운한 맘도 많이 일어나고, 안하던 표현도 한다.

엇 그제는 95세 시어머니에게 서운하다고 한 마디 했단다.

남편 네는 어려운 집이었는데 공부 많이 한 며느리가 들어갔으니 나는 며느리 대접을 받고 산 편이야. 그런데 이제 남편없이 혼자 새 며느리를 맞으며 생각하니, 그냥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밤 잠을 설친다. 아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결혼식장에서 남편자리에 누굴 앉혀야하나. 혼자 앉으면 안될까. 이 세상에 누가 남편을 대신할 수 있을까. 결혼식장에서 울지말아야할텐데. 등등 별 생각이 다 드는거야.

 

막내 며느리로 들어갔으나 시집의 제사, 생신, 조카들의 결혼까지 맡아서 하며 내 책임을 잘 하고 살았는데, 이 나이에 괜히 억울한 거야. 책임만 하고 받은 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순애가 이 글 보면 ‘나는 너보다 몇 배 더 했다.’ 할 것이고, 또 어떤 친구는 ‘이은기가 뭘 못 받았냐?’ 하는 친구들이 있겠지? 사실 그렇지. 공부 잘 해서 칭찬받고 살았고, 교수되어 존경받고 살고---.

 

그런데 마음 한편 그냥 심통도 내보고 싶고, 앙살도 부리고 싶고, 왜 우리 세대는 그저 성실히 좋은 학생, 좋은 딸, 좋은 부인이어야만 했는지, 괜히 화도 나고 ---. 너무 잘 살려고 애쓰다보니 억울함, 부러움, 시기심,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다 바닥에 쌓여 있었나봐.

공자님은 도를 많이 닦아서 60에 귀가 순해졌겠지만 우리네는 이런 감정을 털어버리지 못한 채 안고 있으니 귀가 순해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오늘 아침 신문에 영화배우 김윤진의 인터뷰기사가 실렸다.

로스트의 감독 J J 에이브럼스에 대해서 물으니 김윤진 하는 말. “칭찬의 리더십이죠. 등 두드려 주면서 더 잘하도록 만들어요. 그게 계산된 게 아니라는 게 보이니 위력이 대단하죠. ---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스스로 ‘난 소중하다’고 믿게 만드는 데 천재적인 사람이에요. J J 와 있을 때는 로스트 주요 캐릭터 13명이 모두 ‘내가 주인공’이라는 착각에 빠져요.”

 

우리 나이야 말로 정말로 내가 삶의 주인공이어야 할 것 같아. 이제껏 좋은 학생, 좋은 딸, 좋은 부인, 좋은 엄마 되어야 해서 나보다는 남을 기준으로 살지 않았나 싶어. 그래야 좋은 말 들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정말 내 감정을 존중하며 살고 싶다. 이제 우리 모두 주인공이 되자. 서로 같은 나이의 같은 감정, 같은 마음을 알아주자. 함께 모이면 서로를 위로해주고, 서로를 알아주고, 그 힘을 바로 우리들이 만들어야 할 것 같아.

 

7기들아, 모범생 그만하자!

7기들아, 서로 위로하자!

7기들아, 서로 알아주자!

 

이 글을 쓰면서도 그냥 눈물이 핑 도네.

 

다시 읽어보니 역설투성이네.

내 감정이 중요하다하면서 서로 위로하자 하고.

그래도 이런 역설을 딸들도 학생들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같은 세대 우리는 공감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