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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어릴 적 뛰놀던 양지깨 산에 올라 내려다 보면 저 멀리 삼대관음도량인 낙가산자락

    보문사를 품은 석모도가 떠 있고 외포리 앞바다에는 똑딱선이 뱃고동을 울리며 지날 때

    알섬을 그리던 새우젖배 꿈을 꾸던 곳...

     

    방죽도 보이는군요.

    반두를 가지고 봇도랑을 뒤지다 가물치와 메기가 탐나 어른들을 따라 나섰다 허기져 한참을

    쓰러져 잠자든 곳이였지요.

     

    노을이 붉게 물든면 구름발치 그리움이 밀려와 잠들던 그곳이랍니다.

    어머니 농약통 메고 고단한 삶을 등짐지시던 새논 백수논이 황금빛을 덧칠하여 고개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콩밭의 김을 매주면 그 긴 고랑이 허리 끊어질까 꾸벅 절하던 벌뜰밭도 보이고...

     

    아랫마을에 용대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오수에 졸린 눈을 비비면 동무들 운동장에 나와

    솔방울 걷어차기,자치기, 야구의 변형인 찐뽕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여학생들의 고무줄놀이가 노랫장단에 춤췄고...

     

    아침 조회시간이면 교무주임이시던 미남형인 아버지의 화통을 삶은 우렁찬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합니다.

    시골학교 엉성한 밴드부의 트럼펫 소리도 간간이...

     

    용내천 맑은 물이 여울지면 어항에 수초를 뜨러 같이 간 어여쁜 여자친구에게 미래를 점치듯

    손목에 토끼풀꽃을 매주던 지난 날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