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이거 가질래?"

형이 갖겠다고 하면 형에게 주어서 좋고, 안 갖겠다고 하면 자기가 가져서 좋고....

동생들이 선택권을 형에게 먼저 주고 형의 결정에 따르던 질문으로 우리 아이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다.

다른 이들에겐 그냥 한 질문에 불과하지만 나에겐 참 특별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말이다.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큰 애는 낳자마자 어머니 손에서 컸고 어머니 품에서 자랐다.

16개월 차이 밖에 안 나는 둘째는 내 손에서 크고 내 품에서 자랐다.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었어도 혼자 계신 어머니품에서 큰 애를 데려 올 수가 없어서 큰 애는 여전히 어머니 품에 있었다.

둘째 아들은 걸음을 떼면서 부터 형만 좇아 다녔다. 형이 가는데는 어디나 좇아갔고 형이 노는 데는 언제나 끼고 싶어했다.

큰 애는 이런 동생을 떼어놓고 마음껏 놀고 싶어 했지만 귀찮아 하지 않고 잘 봐 주엇다.

한 몫 더 붙여서 나는 큰 애에게 동생을 챙기는 부담까지 주었다.

그래도 동생을 예뻐하고 잘 봐주더니 6살 부터인가 동생을 때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형이 좋다고 죽자고 좇아 다니는데 형은 동생을 자꾸 때리니 나는 점점 큰 애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큰 애가 작은 애를 때리면  나도 큰 애를 때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너무 속상해서 큰 애를 붙들고 왜 동생을 자꾸 때리느냐고  물었더니 못 생겨서 때려 준다고 하면서 한마디 더 덧붙였다. "못 생긴 놈이 맨 날 엄마랑 자"

이 때는 이 말을 듣고도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채지를 못했다.

 

한 집에 살고 있었지만 할머니와 자는 큰 애는 엄마랑 아빠랑 자고 싶어했다.

엄마랑 아빠랑 함께 자고 싶어 우리 방으로 자꾸 오는 큰 애를 우리는 언제나 달래서 할머니 곁으로 돌려 보내곤 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고 후회 스럽고 큰 애에게 너무 미안하다.

" 그 땐 왜 그렇게 미련했을까,  어쩜 그렇게 어린 아들의 마음을 몰라 주었을까,  어머니가 섭섭해 해도 그냥 데리고 잘 걸...."

 

자기는 엄마 아빠랑 자고 싶어도 못 자는데 언제나 엄마 아빠랑 자는 동생이 미울 수 빆에....

엄마면서도 어린 마음의 갈등을 헤아리기는 커녕 동생을 때린다도 또 때려주었으니 미련한 엄마때문에 큰 애는 동생을 더 때렸다.

 

서로 사이가 좋아도 아이들은 티격태격 싸우면서 큰다.

어려선 형이 때려도 형이 좋다고 좇아다니지만 더 크면 때리는 형을 미워할텐데 어떻게 하나......정말.....

 

어느 책에서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사춘기 때 주먹질하며 심하게 싸우면 대부분 평생을 원수지간으로 지낸다고 자녀간의 갈등은 사춘기 전에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글을 보니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할 때 새 학기가 되면 학기초에 모두 함께 남대문 시장에 가서 자기몫의 학용품을 사는 것이 우리들의 한 연례행사였다.

학용품이 떨어질 때쯤 혼자 가서 학용품을 사선 동생들 모르게 모두 큰 애에게 주었다. 그리고 큰 애가 동생들에게 주고싶은 데로 나누어

주도록 시켰다. 공책이든 연필이든 색종이든 지우개든  .. 모두 다.

처음 연필을 나누어 줄 때 동생들에겐 한 자루씩만 주고  자기가 열자루를 다 가질 땐 정말 화가 났다.

빼앗아서 공평하게 4자루씩 나누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생들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형이 연필도 주고 공책도 주고 지우개도 주고 , 이 것 저 것 주니 항상 형이 고맙고 좋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받기만 하는 동생들도 자기가 가진 것을 형에게 주고 싶어 했다

형은 형대로 동생들에게 나눠주는 양이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자기 스스로 동생들에게 모두 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지내면서 동생들이 형에게 하던 말이 바로

"  형, 이거 가질래? "다

때리고 맞던 형제지간이 서로 자기 것을 주고 싶어하는 맘으로 바뀌었다.

주는 것이 기쁘다는 말씀이 이 사랑을 가능케 했다.

서로 주고 싶어하는 맘 속에서 형제간의 사랑을 보니 부모로써 이보다 더 감사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도 자주 듣는 이 말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모른다.

 

' 형,  이거 가질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