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이곳 엘에이엔 요즈음,우기가 아닌 시월에 비가 추척추척 내린다.
집안이 습기로 눅눅하고,밖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그렇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쉬운 그런 날씨이다.
라디오에서 들으니 예전엔 아이큐 높은 걸 제일로 쳤고
그 다음엔 이큐(감성지수) 높은 걸 쳐 주던 세대가 있었지만 요즘은 사람들과의 소통점수를(그걸 뭐라고 표현하더라?) 제일로 친다고 한다.
말하자면 사람들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써의 인터냇이나 글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공담대를 형성할 줄 아는 것이
점수를 많이 받는 사람으로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그렇다고 너무 왁자지껄 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조근조근 사는 얘기를 풀어 놓는 건
어쩌면 이제 내리막을 향해가는 우리들의 인생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많이 아프신 얘기는 지난번에 써서 많은 친구들이 아는 얘기이니까 이제 그후의 얘기를 늘어 놓는다.
1월10일에 병원에 입원하신 후 만 십개월 2010년은 꼬박 아버지곁에서 시간을 지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많이 좋아지셔서 내가 일하는 날에는 노인쌘타에 가시고,내가 쉬는 날에는 그냥 집에서 계신다.
음식을 잘 삼키시질 못하는 아버지는 병원에 계실 땐 178쎈티의 키에 86파운드 39킬로그램 까지 몸무게가 줄었었는데,
그 당시엔 정말 가엾어서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지금은 103 파운드 45 킬로쯤 되나?)
집으로 모시고 와선 의사도 반신반의하며 겨우 허락을 해서 음식을 드리기 시작했고 밥을 한 숫가락을 잡숫기도 힘들어 하셨다.
정말 '쥐꼬리 만큼'씩 좋아진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7개월을 보낸 요즈음 아버지는 항상 냉면을 찾으신다.
인스탄트 냉면이 있기 마련이지 매일 냉면집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냄면이 미끄럽고 국물이 있어서인지 목으로 잘 넘어가는 것 같다.
ensure라는 영양식으로 그나마 생명을 유지 하시던 아버지가 조금씩 나아지셔서 냉면을 잡수시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옛날 어른들이 냉면을 최고의 음식 중 하나로 치시던 것이 어쩌면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도 같다.
아 참!! 또하나의 음식이 있다.
노인쎈터에 다녀 오시고 오후시간 내내 나 오기만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낙은 맥도날드로의 저녁행이다.
치킨 너갯 6피스에 시니어 드링크,항상 똑같은 메뉴를 시켜서 어떤 날엔 치킨너갯 하나를 또 어떤 날엔 두개를 잡수신다.
항상 같은 routine으로 시켜 같고 오면 항상 같은 말을 되뇌신다.
"너도 먹어라"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동네 맥도날드의 그 의자엔 앉으면 아버지의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그리울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맥도날드에 가는 얘기를 했더니 맥도날드에 감사편지를 쓰랜다.
치킨너갯이 아버지를 살리고 있다고---
기왕이면 풀무원이나 면사랑,순수냉면등 모든 냉면 공장에도 편지를 한통씩 보내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골치가 아프고 친구들에게나 냉면회사 선전을 좀 해 주는 게 어떨까 싶다.
명희 선배님
이 가을 잘 보내고 계신거죠?
한 열흘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오늘부터 날이 맑아지고 있어요.
우리 담임 선생님 말씀으론 선배님이 무척 효녀라고 히셨어요.
어머니 마지막 10년을 모시고 사셨다는 말씀을 비치시기도 하셨구요.
속으로 선생님께 점수를 많이 드렸지요.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일일지도 몰라요.
고아가 되기 싫거든요.
어머니가 10년쯤 전에 돌아 가셨는데,아버지마저 없으면 허전해서 어쩌나 그런 마음이 있어요.
20년이 지난 얘기가 그리 먼 얘기 같지 않은 이유는 선배님도 항상 부모님을 마음에 두신 이유일 것 같군요.
선배님 앞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꽃이야기는 친구 미양이에게 들은 기억이 있어요.
선배님 반갑고 좋은 댓글 감사해요.
선생님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
경수야, 안녕?
아버님의 건강이 조금이나마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다.
힘들겠지만 아버님께 효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부럽네.
경수야, 이제부터 시원한 냉면, 치킨너겟을 먹을 때마다 경수아버님 생각이 날 것 같다.
예전에 아버님께서 아침에 하늘이 붉고 흐려 오늘은 궂겠다고 하시더니
오후에 정말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단다,
몸이 욱신 거리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비가내리겠다 하시던 시어머님도 생각나고.
가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리면 우리엄마 꼭 하시는 말씀
"내가 여태까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다. 고맙다." 하신다.
내일 엄마 생신이라 가족모임이 있는데 무얼 만들어 갈까 생각해본다.
이명희 선배님, 사모님.
가슴을 울리는 댓글 잘 읽었어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경숙아
네 음식솜씨가 무척 좋은가 보네.
난 음식 잘하는 사람 부럽더라.
난 뭔가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대강 해 먹고 살아서 솜씨가 별로야.
경숙이 피아노 치는 솜씨면 음식도 잘 하겠지?
손재주 있는 사람은 뭐든지 잘 하는 것 같더라
.
내 생각엔 냉면에 몸의 나쁜 부분들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지 않나,그런 생각이 들어.
아버지가 몸이 나빠지신 이유가 변비가 오래 되어서 그런 것 같다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야.
노인들은 그런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 병이 오는 것 같더라.
어머니 옆에서 잘 관찰해 드려서 병이 없이 건강하게 장수하시길 바래.
내일 ,엄마께 경수도 Happy Birthday 라는 말씀 꼭 전해 드리고---
즐겁고 따뜻한 모임이 되겠네---
경숙 후배1
홈피 사진으로 봐 와서인지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인듯 하네요.
어머니 생신이라니 시글벅쩍 떠들썩한 모습이 보는듯 눈에 선하네요.
우린 LA에 아들 며늘 손자 떼어놓고 한국 온 뒤론
아직도 LA시간으로 살고 있답니다.
모두 그립고 보고싶은 얼굴들 입니다.
지금은 일요일 새벽 2시 24분!
잠이 안와 (아마도 늙어서리) 와인 한병 비워가던 중 (물론 경수 담임선생님과 함께)
미국은 오전 10시구나 하며 며늘과 전화 한바탕...............
이젠 정말 늙어서인지 조그만 감동에도 눈물이 앞을 가리니
그대들의 글이 내 심금을 울렸다는거 아닙니까!
가을도 점점 깊어가 이제 곧 두어달 후면 속절없이 또 한 해가 저무는데
사는게 별거 아니다 싶다가도 또
사는게 참 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이렇게 감상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마도 와인 탓?
모두 모두 반갑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잘 지냅시다.
경수후배!
늘 한결같게 우리 옆을 지켜줄거라 믿어왔던 부모님이,
그리하여 힘들때 달려가 언제라도 맘껏 어리광 부릴 수 있을꺼라 믿어왔던
부모님의 쇠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리고 저만치 와있는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자식의 마음은 참으로 짜안하지요~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어요
50에 막내를 보신 우리 아버지는 "저거 학교 가는거나 보겠나"하셨다지만
망내딸 손녀 손자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되도록 장수하셨는데
83세 되시던 해 걸음을 그만 못걸으시더니
일주일에 한번씩 하던 망내딸 서울집 나들이도 못하시게 되었지요
그리하여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손자 초등학교 입학식도 물론 못오셨구요..
그때부터 이태동안 지팡이에 의지해 전동 집에서만 계셨는데
식사는거의 못하시고 죽, 식혜, 야쿠르로만 겨우 드시다가
나중에는 성대도 유착되어 말씀도 못하셨지요.
그래도 정신은 청정하시어 필담으로 주고받았는데...
"아버지 기운없는데 병원 갈 가?"물으면
이북 사투리로 "암찮아,일없어" 라고 써주셨지요.
"아버지, 정원에 꽃피었네 보세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지만
'아 이게 아버지랑 마지막 보는 꽃이구나'하며 속으로 나는 울었지요.
그리고 4월에 주무시듯 가셨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답니다.
그리고 어언 꽃은 스물 한번이나 피었다 졌지만...
세월갈수록 더욱더 생각나고 그립답니다. 너무나 보고싶구요!
이 곳 서울도 온천지 단풍, 웬지 가을은 쓸쓸한듯도, 외로운듯도한데
경수후배 글을 읽다보니...........................................................................................
주절주절 별 애기를 다 하고말았네요
참고로
그 초등학교 3학년 손자가
USC 유학와 파사드나 살고있는 동하애비랍니다
이 가을
잘 보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