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요즈음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 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 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 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글씨로 써 보네 산이 두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 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잔을 권할 때도 있네
그리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문 정희>
책을 읽다보면 와락 와 닿는 단어들이 있다.
요즈음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에 나오는 `뇌의 전족`이라는 구절도 그런 것 중에 하나였는데,
문정희 시인의 `쓸쓸`은 이 가을 더욱 쓸쓸을 쓸쓸답게 만드는 여운을 듬뿍 줘 공명이 크다.
쓸쓸함은 외로움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외로움에는 혼자라는 전제가 깔려있고 쓸쓸함은 삶의 페이소스가 둘러져 있는 것 같다.
`뇌의 전족`을 채운 지도 모르고 生을 하하호호 산다한들 누가 뭐라 하리!
그렇지만 아름다운 가을 날 나의 쓸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
경선아~
오랫만에 들어왔구나.
이 가을에 음미하기 좋은 시 올렸네.
어제 회사에서 유명산 야유회를 갔어.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걷고 싶어 빨리 빨리 가면 왜 혼자 가냐고 사람들이 자꾸 말시키고 곁으로 와서 나중엔 포기했어.ㅎㅎ
낙옆이 흩날리는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즐기고 싶었는데 그것도 맘대로 안되고
차에서도 창밖을 보면 옆사람이 계속 말걸고~ ㅎㅎ
누구나 그런 경험 있겠지~
물론 함께 해서 행복할 때도 있지.
내일 간다는 친구 글 쓰던 인숙이 아니니?
번거로운걸 싫어하나보구나.
동창회에서 시끌벅적 환영해주는것도 부담스러운가 보네.
암튼 같이 풀륫도 불고 좋았겠네.
안부나 전해줘~
혜경언니~
우리 5기도 들러주시니 반갑네요.
건강하시죠?
자주 놀러오세요.
경선아~ 방금 들어와서 네 이름자 보고 깜짝 놀라고
안본 새 , 시를 썼나부다 했지.
내 할말 니가 다한다고 생각했더니....
문정희 시인의.....
아뭏든 반갑고, 멜 보냈어. 열어 봐.
그동안 인숙이, 미국에 없다 생각하니, 더 쓸쓸했는데, 이제 돌아오는구나.
경선후배의 시라고 생각하면서 가슴 쓰다듬으며
읽어내려오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이 보이네요.
느낌이 같아서 불러온 것이겠지요?
궁금하던 차에 이름보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