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1762-1836) 선생이 애제자 황상(1788-1870)에게 보낸 편지 원본이 최초로 공개되었는데, 황상은 정약용이 천주학쟁이로 몰려 전남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15세 나이로 제자가 되었다 한다. "학문을 좀 한다는 자들에게 세가지 큰 병통이 있는데 너에게 해당하는 것은 하나도 없구나"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즉-  

 

첫째) 외우기를 빨리하면 재주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폐단이 있고

둘째) 글재주가 좋은 사람은 속도는 빠르지만, 글이 부실하게 되는 폐해가

        있으며

셋째) 이해가 빠른 사람은 한번 깨친 것을 대충 넘기고 곱씹지 않으니

        깊이가 없는 경향이 있다.

 

둔한데도 계속 열심히 하면 지혜가 쌓이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꾸준히 하면 그 빛이 난다. 둔한 것이나 막힌 것이나 답답한 것이나  모두 부지런한 것으로 이겨내야 한다.(=삼근계)

 

얼마나 멋진 말인지.... 나처럼 생물학을 공부하느라 오래 답답해하고 애를 쓴 사람에겐 참으로 큰 위로가 된다. 정다산 선생은 진정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지난번 총동창회장님댁 강화House에서 여러 동문들이 모였을 때, 우리 은사중 어떤 분의 성적평가가 공의롭지 못했던 얘기가 나왔었다. 너무 뜻밖이었고 소녀시절 상처받은 채 나이가 들은 그 동문을 바라보기도 민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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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롭지 못한 선생님, 맡겨진 학생들을 똑같은 잣대로 바라보고 평가해주지 않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반면, 정다산 선생님 경우는  '너는 여기 해당하는게 하나도 없구나' 하시면서도, '재주만 믿고 공부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으니

스승 중의 스승, 참스승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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