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지주집안에서 떵떵거리고 살던 부귀는 도박과 그림자 극에 미쳐, 가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안을 돌보지 않고 살다

가산을 탕진하고 빈털털이가 된다.

충격으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림자 극의 도구만을 들고 허름한 집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찾은 제2의 인생

이미 가진은 아이를 밴 채 딸아이를 데리고 부귀의 곁을 떠난 후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다 잃고 부귀는 인생은 어쩌면 후회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며 자조한다

 

얼마 후, 소문을 듣고 가진이 딸과 어린 아들을 데리고 부귀를 찾아온다.

불행중에도 희망을 찾은 부귀는 현재는 닭장같은 집에 살지만 ,돈을 벌어서 좋은 집에서 살자한다.

왜 나는 그때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몰랐을까? 라며 식구들을 위로하고

"닭이 커서 거위가 되고

거위가 커서 염소가 되고

염소가 커서 소가 되고

소가 크면 어른이 된다"라며 부귀는 읊조리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겪어야 하는 일인가에 몸서리를 친다.

 

이렇듯

한 인간의 행, 불행과는 상관없이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어리둥절 하는 사이

부귀의 대저택을 차지한 사람이 반동으로 몰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을 당하자

만약 집을 잃지 않았다면 저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임을 실감한 부귀는

반동으로 찍히지 않으려고  남매를 데리고 열심히 그림자 극을 하면서 혁명의 대열에 참가한다.

그러나

영문도 모른 채, 얼떨결에 군대에 끌려가게 되는 부귀

총쏘는 방법도 모르면서, 잡히면 무조건 두손을 번쩍 높이 들면 된다는 친구 춘생의 충고속에

둘은 운좋게도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돌아 온 고향엔 딸아이가 열병에 걸려 벙어리가 되어 있으니 가슴을 쳐도 소용이 없는 일.........

그래도 가족이 서로 도우며 열심히 총알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며 그림자 극으로 전체 인민의 사기를 돋군다.

50년대 

열심히 열심히 살았으나 현대문명의 산물인 교통사고로 귀여운 아들을 잃고 부부는 오열한다.

그것도 군에서 출세한 친구 춘생의 차에 치어서 가고 말았으니

부부는 춘생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래도 훗날 춘생이 모함에 걸려 반동으로 쫓기자 그를 용서하며 그의 앞날을 위해 기도한다.)

 

그래도 무심한 세월은 흘러 딸아이가 자기와 같이 장애를 가진 남자와 결혼에 예쁘게 사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문화혁명의 시절

10대 홍위병들에 의해 지식인이라고 쫓겨난 수많은 지식인들....

딸은 홍위병에 의해 쫓겨난  의사도 없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다 과다출혈로 숨을 거둔다.

공산당원인 사위가 빽을 써 데려온 의사는 허기를 메우기 위해 찐빵 7개를 허겁지겁 먹다 죽고말고.

인생이란 이다지도 잔인한 것인가?

그래도 죽지않고 손자와 병아리를 키우며 노년을 보내는 부귀와 가진

다 잃고 난 뒤

후회하면서

노년뒤에 그래도  꿈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나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영화로  상영되었는데

왜냐하면 장이모감독과 여배우 공리가 애인이라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의 영화를 만들 정도의 남자라면 반하지 않을 여자가 과연 있을까?

 

중국의 40년대에서 50년대를 걸쳐 60년대 그 이후를, 한가족의 이야기로 깔끔하게 풀어낸 장이모 감독.....

중국의 전통극인 "그림자 극"을 부패한 중국, 버려야 할 중국으로 표현하는 등, 그의 역량이 대단하다.

일본 통치사회를 거쳐

공7 과3이라고 평가받는 모택동이 건국한 중국의 역사는

자본주의에 대한 예방주사인 문화혁명을 맞았음에도 홍위병이라는 부조리를 낳았으며

그래도 그 부조리를 딛고 등소평의 서구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개혁개방에 성공했으나

천안문사태등 지울 수 없는 역사의 오점을 남겼다.

 

당대의 사회와 인간의 사회에서 과연 인간의 행복과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는

결국 인간은 시대의 변화에 따를 수 밖에 없고

그러므로 흥미롭고

그래서 인생은 살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 또 반복해서 나오는 대사

"닭이 커서 거위가 되고

거위가 커서 염소가 되고

염소가 커서 소가 되고

소가 크면 어른이 된다"

세월이 흐른 후, 많은 것들이 바뀌고, 많은 것들이 변한 후, 쓸쓸히 말하는 주인공 부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 되는 일인가?

 

자신의 잘못으로 집안이 몰락하고

시대의 변혁으로 잃어버린 아들과 딸

그리고 남겨진 손자의 모습에서 내일의 꿈을 꾸는 부귀처럼

세찬 이데올로기의 격랑속에서 부조리를 낳은 중국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리고 중국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거대 중국이 재무장을 하고 서서히 무섭게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