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중국의 내몽고 자치구의 두번째 큰 도시라는 '호화호특(몽골어로 푸른성이라는 뜻)'으로 가는 직항 대한항공 전세기 첫 취항으로 밤 11시경 보딩했다.

 

2시간 가량 후 도착하니 첫 전세기라고 기자들도 와서 촬영 및 인터뷰도 하고 플랭카드도 걸려있었다.

 

호화호특에서 2시간 가량 버스로 달려서 초원으로 향했다.

 

중국에서 버스기사의 무자비한 운전으로 짜증스런 "빵빵빠~앙~" 경적소리를 수시로 들어가며 굽은길에서도 마구 중앙선을 침범하며 추월하는데...어쩌면 스릴도 느낄 수 있었다.

 

해발 1000m의 끝이 보이지 않는 대초원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 몰려있는 몽고식 게르 집단 촌 들이 있었고 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릴 때 몽고식 환영행사라며 원주민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푸른 천을 둘러주며 전통술(약한 소주맛)을 한잔 씩 따라준다.

 

'게르'라 하여 천막집에 바닥에서 자나.. 했더니 시멘트로 지어 호텔식으로 침대와 세면실이 따로 되어 있었다.

 

말타기 체험으로, 말탈 때 뭔가 날리면 말이 놀란다며 모자 등 날아갈 만한 것은 모두 벗으라한다.

일행 중 맨 꼴찌로 같이간 언니(8기 유평화 선배님)랑 둘이 여자용 말(조금 작음)에 올랐다.

몽고인 마부가 한명 따르니 안심하고 터벅터벅 말이 걸었다.

 

그러더니 앞서간 일행을 뒤따라 가려는지 내 말이 털털털털 조금 속도를 낸다.

엉덩이가 들썩 들썩이며 약간의 공포감을 느껴 비명을 질렀다.

 

"천천히...천천히..." 마부는 한마디도 못알아 듯는듯.. 지 멋대로 말을 몬다.

 

아니! 내 말은 승부근성이 있는지 똑바로나 갈 것이지.. 우측으로 끼어들기.. 좌측으로 방향틀기를 마구 해댄다.. 그때마다 몸이 기울어.. 으악..으악... 앞의 손잡이를 꼬옥 잡고.. 양 발걸이에 힘을 주고 버텼다.

 

무더기로 가던 일행에서

갑자기 우리 두 마리 말이 좌측으로 이탈을 한다.

 

"어어어어..."

 

무더기에 속해 있던 남편들은

왜 저리로 가나..말도 못하고....그저 바라만 보았단다.

 

그러더니 우리 말들이

터벅 터벅...걷다가

툴툴툴툴.... 뛰더니

두구둑..두구둑... 두구둑..두구둑... 마구 뛰는 것이 아닌가...

 

"으악... 아아아앙...."

 

코스대로 말타고 터벅터벅 일행들과 함께 가던 남편들은

멀리 사라지는 마누라들을 보머

걱정도 했지만 꽤 잘탄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말로 끝도없는 드넓은 초원이다.

앞뒤 좌우로 아무것도 없고

멀리 지평선에 해가 기울고 있다.

 

거기에 말도 하나도 안통하는 마부와

완전 초짜의 여인 둘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말에 맡겨져 달리고 있다.

 

나보다 더 두려움이 많은 언니는

최대한의 몸짓과

공포를 느낀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마부를 설득했다.

 

"무서워... 천천히... 슬로우 슬로우.....제발..."

 

어느 덧 꽤 멀리 온 것 같다.

잠시 말을 세웠는데..

그를 틈타 나는 기록에 대한 의무감으로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한손으로

앞의 언니를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그랬더니 마부가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말위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그리고 우리를 마구 찍어주었다.

그리고는 엄지손을 치켜세워 최고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는 도중에 갑자기

내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두구둑 두구둑 두구둑.....

'아아... 살아서 돌아간다면 지금 이 얘기를 추억이라고 얘기하겠지.......'

브레이크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몸을 뒤로 뻣대 보다가

아아.. 머릿속에 스쳐가는 달리는 승마의 모습을 기억하며

말에 몸을 맡기며 앞으로 숙였다..

 

얼마를 달렸을까...

지평선 끝까지 온 기분이다.

마부가 멀리 뒤에서 오던 언니 말을 몰다가

나를 앞질러 내 말을 세우더니

왼손으로 고삐줄을 잡고 오른손은 안장 손잡이를 잡으라고 몸짓으로 가르쳐 준다.

두 손으로 안장을 잡아도 불안한데.. 그래도 시키는 대로 잡았더니

또다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씨익 웃는다.

 

이제 한쪽 고삐를 당겨서 말 머리를 돌려 주더니

되돌아가는 길로 향했다.

그 와중에.. 마부는 카메라를 언니에게 주었고

언니는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마부가... 몽고말인지..중국말인지...어쩌구 저쩌구..카메라.. 찍는 흉내....

우리는 안 찍는다고 손사레를 쳐대며 집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빨리 가자고 했다.

 

나중에 보니 말이 달리는 통에 카메라가 주머니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마부가 뒤쪽으로 가서 찾는 동안

우리 말들은 주인이 없어서인지 잠시 멈춰 기다렸다.

내 말은 배가 고팠던지 자꾸 풀을 뜯어먹느라 고개를 숙여서

왼손에 잡은 고삐를 아래로 내려 주느라

힘들었지만 허리를 많이 숙이고 마(馬)님이 식사하시는 걸 도와드려야 했다. 

 

고개를 들라고 잡아당겼다간

히히힝..하며 앞발을 쳐들까봐..무서워....

 

마부는 한참만에 오더니 카메라가 없다고 두팔로 엑스 표시를 한다.

그러더니 아마 먼저 자기는 가야 한다고 한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말쇼를 하는 말타기 선수여서 말쇼를 하러 빨리 가야 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안된다고 하며

우리 고삐를 함께 끌고 가달라고 했으나

자기가 먼저 달리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 말들은 뒤를 따라 달렸다.

가는 도중에

말뚝이 꽂혀있는 곳이 있었는데..

순간! 아~~ 허들경기 생각이 나며.. 저걸 뛰어 넘는 거 아냐??...하며 몸을 움츠렸다.

다행히 사이로 비켜 달렸다.

 

거의 다 왔을 때 대문처럼 보이는 양옆에 펄럭이는 깃발에는 “천당초원”이라고 적혀있었다.

그야말로 천당에 갔다 온 기분이었다.(넓은 초원을 영역을 나누어 관리하도록 함)

여행 일행들은 이미 모두 도착하여 다음 말쇼를 관람하기 위해 이열 횡대로 주~~욱 서있었다.

 

그 때 우리 두 아줌마 승마 선수가 결승라인을 통과하듯이 달려 들어간 것이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이 마치 선수들 같았다고 한다.

 

얼떨결에 우리는 공포의 승마선수가 되어있었다.

 

결국 카메라에 담긴 모든 여행의 영상들이 사라지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말타기 체험이 아니라 말 달리기 체험을 1시간 만에 완성한 것이다.

우와~~~

 

말 위에서 균형을 잡느라 두팔과 두다리가 뻐근....

 

말쇼는 말을 달리면서 땅에 있는 돈(관광객이 놓은)을 집어 갖는 것이었다.

그 중에 우리를 안내한 마부가 제일 잘 타는 선수였던 것이다.

우리 두 여인을 코스이탈을 시켜 달리게 한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을 한 결과

그 놈이

우리가 젋은 애들인 줄 알고 좀 타겠다 싶었는지..

(몸은 작고, 주름진 눈가는 썬글래스로 가리고,,, 입 주변은 수건을 둘러쌌으니 우리 나이를 짐작 못했을지도?)

아니면 워낙 자기가 선수라서 터덜터덜 말타기 체험은 재미없으니 자기나름대로 재미있게 해주려고 한건지..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게르에서의 밤 내내 말 달린 얘기를 끝도없이 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남편들은 툴툴툴툴 간 정도였는데도 엉치뼈가 아프다며 엄살인데.. 우리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아무래도 체질인가.. 싶어.. 승마를 정식으로 배워볼까...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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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밤에는

캠프파이어와 함께 몽골 전통 가무쇼가 이뤄졌고

다함께 추는 '마카레나?"춤으로 흥을 돋우었다.

양고기 꼬치구이가 구워지고

불꽃놀이로 여기저기서 폭죽이 뻥뻥 터지면서

밤하늘을 수놓았다.

 

중국인들과 한국관광객들이 많았다.

 

초원의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해발 1000m의 고원에 맑은 공기때문인지

평생 처음 보는 선명한 별들.. 마치 별자리 책을 보는 듯 모든 별이 다 보였다.

북두칠성도 또렷하게 국자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었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도 선명하게 보였다.

아름답게 흩뿌려진 은하수도 난생 처음으로 본것 같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달덩이도 얼마나 크고 선명한지...

소형카메라는 잃어버렸지만

큰거 하나 더 가져가서 다행히 몇장 남아있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출이 장관이었다.

얼마나 빛이 강렬한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날씨가 꽤 서늘하여 담요를 뒤집어 쓰고 일출감상을 하였다

게르 사이사이에 소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기도 했다.

갑자기 홍수와 같은 오줌을 싸기도 했다.

 

여기도 역시 비가 적어 푸른 초원이기 보다는 누런 초원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이렇게 하여 내몽고자치구의 천당초원에서 잊지못할 추억을 남기고 떠났다.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 사건은 여행가방 깨져서 변상받게 된 사건

두번째 사건은 카메라 잃어버린 사건

세번째 사건은 샤워장에서 묵주반지 잃어버렸다가 찾은 사건

네번째 사건은 벌에게 허벅지 안쪽을 쏘인 사건 등

많은 사건을 치룬 여행이었다.

 

이 나이가 되니 아무래도 기억력이 감퇴해 잃어버리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니

모든 소소한 물건들은 몸에 연결해 놓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