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 아리조나는 지금 훨훨 타고 있습니다.

54 일만에 돌아온 우리 집은 문을 열었더니 100도 가까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식히느라 반나절이 다가고,  시원한 데만 돌아 다닌 우리 몸이 적응하는데 며칠이 걸리더라구요.

오늘 낮에 나갔는데 자동차 안이 121도라고 써있었어요.

드라이 사우나 같은 열기가 온 천지에 가득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 온 집이 좋은지 밤마다 잠을 푹 잘 잡니다.

 

이렇게 뜨거운 열을 견디고 우리집이 녹아 내리지 않고 잘 지탱해 준것이 감사합니다.

실은 집안에 있던 팩스 머신의 한 부분이 녹아 내렸더군요. 내다 버렸지요.

마당에 심겨 있는 나무들도 잘 견디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만큼 견딘 것 배후에는 블란서 친구의 덕이 있었답니다.

하마트면 나무가 다 말라 죽을 뻔했다구요.

 

하도 오래 나갔다 와야 해서 열쇠를 맡기고 갔는데 그동안 블란서 친구는 일주일에 세번씩

메일을 챙겨 놓았더라구요. 박스 하나엔 정크 메일을, 하나엔 보통 우편물을 따로 챙기고

또 세상에 앞뜰과 뒤뜰을 보니 그렇게나 깨끗하게 잡풀 하나 없이 해 놓았더라구요.

우리 집뜰을 역사상 최고의 상태로 정돈을 해 놓았어요..

온 동네 다니면서 빈 집 잡초를 뽑아주는 좋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까지 해줄지야 예상 못했던 지나친 호의입니다. .

 

그리고 꼭 주인 없을 때 집안 일 하나씩 터지잖아요?

글쎄 우리가 떠난 지 삼일만에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고장이 났더랍니다.

이 동네는 나무마다 물을 끌어다 자동으로 주게 되는데 이런 여름날 물이 안 나오면

보통 큰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솜씨 좋은 그 사람이 자기 돈들여 부속품을 사다가 싹 고쳐 놓았대요

말을 들어보니 한번에 되지 않고 홈디포에 서너번 왔다갔다 하며 완성해 놓았다는군요.

그 사람 아니면 나무를 다 말려 죽이고 다시 심어야 했겠지요?

잔 잎을 새로 내고 있는 싱싱한 뽕나무를 만져보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집안에 먹을 것이 없지 않느냐고

자기 집에 점심 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다 하더라구요.

우리는 남에게 호의를 베푼 적이 정말 별로 없는데 이렇게 받고 보니

이런 선한사마리아 사람 같은 분이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할수가 없네요.

우리도 남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어요.

우리 삶에 천사들을 시시때때로 붙여주시는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여행했을 때도 그런 천사들을 많이 만났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경복궁까지 만나러 와서

팥빙수를 사준 친구를 비롯해 한번도 못본 우리 아들 결혼식까지 와서 부조해 준 친구들,

아름다운 산장의 점심을 동창 몇명과 함께 나누게 해 준 친구,

한국에서 제일 필요하다고 양산을 준비해 주시고 기쁘게 저녁을 사주신 선배님 부부,

멀리 부산까지 초대하여 하루종일 최일류 관광을 시켜주고 호텔에서 재워주신 천사 친구,

그 다음날 아침 비싼 복국을 사주고 깻잎 장아찌를 들고 와서 함박 웃음을 웃어 준 아름다운 친구,

 

미국에서 왔다고 강원도 태백 삼박사일 여행일정에 끼워준 친구와 그 일행.

황창연 신부의 평창 생태 마을까지 예정없던 길을 나때문에 돌아 줬어요.

정선에서 레일을 타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미국서 온 인선이 하나라도 더 많이 구경시켜준다고 애쓴 그 친구의 고마움을 잊지 못합니다.

 

 대학 때부터 친하던 언니와 선배님 부부와 함께 홍도에 가서 나눈 하룻밤의 추억,

회 먹고 싶다고 성화대던 남편이 그만그만 하도록 먹여주셨죠.

바쁜 중에도 두번이나 만나 잘해 주고 싶어 어쩔줄 모르던 고교 단짝 친구,

내 소원 중에 하나이던 연극구경을 같이 하며 신나게 웃었죠.

자주 전화해주며 필요를 돌봐주고 난데없이 손자 선물에 돈을 보태던 친구,

떠나기 전날 청평으로, 춘천으로, 남이섬까지 좋은 구경을 시켜준 인터넷 친구, 

글쎄 쑥떡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오셨더라구요.

맛있는 저녁식사를 사주며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나누지 못함을 아쉬워한 친구,

 

미국서 같은 교회를 일년 다니다 돌아간 인연으로 만나 지극 정성 돌보며 먹여준 후배와 부인,

세상에.. 일본 돈을 바꾸어서 카드에 넣었더라구요. 친 혈육도 그렇게 못할텐데.

예상치 못한 멋진 일본의 하루밤을 제공해 준 친구,

그 집 가는 길에서 꼭 필요한 때 만나 길을 가르쳐 준 재일 교포  천사들...

미국 돌아오는 밤 열시에 늦은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던 뉴욕 친구,

시카고로 돌아 오는 길에 하룻밤 쉬게하며 산행도 함께 한 오하이오 친구,

쓰자니 한도 끝도 없네요.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잘 한것 없고 잘못한 일만 많아 야단을 맞아야 하는데

오히려 상을 받은 느낌이라고...

이번 여행에서 친구들에게 너무나 많이 받고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돌아와서

참 미안한 사람도 많아요. 앞으로 꼭 갚을 날도 오기를 빈답니다.

인생길이 혼자 외롭게 사는 것 같아도 이렇게 많고 많은 천사들을 통하여

도움을 받으며  살도록 된 것이더라구요.

 

우리는 사온 선물 중에서 제일 값 많이 준 일본 세라믹 칼을 블란서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칼을 선물로 주면 원수 된다던데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요?

그 사람은 워낙 블란서 요리 셰프였기 때문에 칼을 좋아 할것 같아

주었더니 과연 찬찬히 이리보고 저리보며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25 개나 콜렉터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제일 비싼 놈은 150 불짜리 랍니다.

내일은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점심을 먹여 보려구요.

그 선한 사람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내 육십평생 인생 길에서 만났던 모든 천사 친구들께,

그리고 그런 마음을 그들에게 주신 분께 감사합니다.(2010년 7월)

 

                                                                            태백과 함백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