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몸이 좀 좋지를 않다

엄마는 "늙는라고 아프지" 하지만 3개월을 내리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기침에 콧물에 두통에 몸살때문에

밤에 잘 때에도 목에 수건을 칭칭 감고 자는데도, 여전히 기가 꺽이지를 않는다.

왜 이럴까?

 

참다 참다 6월 20일 병원을 찾았다.

이것 저것 진찰 끝에 X-RAY를 찍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날벼락이라는 말인가?

사진상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물체가 양쪽에 두개나 보이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이 갸우뚱하며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오라 한다.

비교를 해 보니 전에도 희미하게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부분이 지금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결핵을 앓은 적도 없는데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물체일까?

일단은 C.T를 찍어야 정확히 알 수 있으니 걱정말라며 소견서를 써준다.

아침을 먹지 말고 가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병원문을 나서는데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힘이 들고 감기를 달고 살았다는 말인가" 라고 생각하니 다리에 힘이 쫙 풀린다.

무작정 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푹푹 찌는 여름날의 오후

거리의 풍경이 정지된 듯, 나 혼자만이 무리에서 내팽겨쳐친 듯, 갑자기 무서움이 밀려온다

어찌해야 되나?

아이들 혼인도 한명도 시키지도 못 했는데......

아버지는 파킨슨 병으로 오늘도 힘들어 하시는데..........

무엇보다도 그동안 어려운 길을 돌아돌아 힘들게 살아왔는데 또 다시 그 길을 가라하면 내가 과연 견디어 낼 수 있을까?

 

무섭다.

그리고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 내린다.

걸핏하면 "뭐, 죽으면 그만이지"라고 습관처럼 내뱉었던 말들이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깨닫는다.

암일지도 모른다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무서운데 달관한 척 "뭐, 그까짓 것, 죽으면 되지"했으니.....

얼마나 경솔하고 한심한, 돼 먹지못 한 거짓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툭툭 내뱉었단 말인가?

교만한 내 자신이 하늘아래 부끄럽다.

 

길병원 응급실 바로 옆

인천 영상물 센터에서 C.T를 찍고, 또 2시간을 기다린다.

대합실에 앉아있는 저 많은 사람들이  현재 나 같은 심정으로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죄인처럼 앉아 있겠지하니 기가 막힌다. 

그런 와중에도 혼자 와서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리 둘러 보아도 나뿐이니 그것도 서글프다

바로 엊그제 초등학교에서 "걷기대회"를 한다고 웃고 떠들었는데 불과 이틀 사이에 지옥을 헤메고 있으니

내가 지금 나쁜 꿈을 꾸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 때 누가 선배님 여기는 왠일이세요 라며 인사를 한다.

낯익은 10회 후배로 아는 분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시고 왔다고.

"어쩐 일이세요?"라는 질문에

"나 지금 너무 무서워"했더니 "별일 아닐 거예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제발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7시가 되서야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준다

판독은 처음 병원에 가면 알려 줄 것이란다.

 

병원을 다시 찾았다.

얌전한 학생처럼 고개를 숙이고 앉아 판독을 기다렸다.

선생님이 영상물 쎈타 원장님께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아무 일도 없이 깨끗합니다"하며 동전 크기의 물체는 신체의 일부분으로 99%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법인데

간혹 1%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수가 있다며 크게 웃는다.

자기도 의사 생활 20년동안 처음 보고 처음 듣고 알았다고......

이런 경우 판독을 잘못하면 혹인데 물혹인지 암인지 알기 위해 조직검사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무언가가 쑥 빠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간사한 마음이 지옥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고맙습니다" 말이 진심으로 나오고

투병중인 우리 아버지도 매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그동안의 불효에 가슴이 미어진다. 

 

누구나 다 한번은 가야 할 영원한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生老病死의 아픔을

혼자서 건너야 하는 인생을 과연 지혜롭게 받아들일 사람은 누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