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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손을 잡고 안부를 물었다.남편과 자식과 지난 세월을

"나는 집에서  썩어"친구가 말했다.나는 추웠다

우리 반 반장이었고 일류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친구가 "썩는다"고 말하는 동안

그날사 저녁노을은 미치게 타올라

그녀의 둥근 이마 위로 미끄러내리고

나는 갑자기 썩는 냄새로 진동하는 세상을 보았다

김치는 냉장고 안에서 사각사각 익어가고

아침에 먹은 밥은 창자 속에서 으깨어지고

어두은 극지 이름 모를 곳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하는

진실한 생명 중 썩지 않는 것이 있으랴

썩는다는 것은 흐른다는 것일 뿐

몸 구석구석 피가 잘 돌아서 나도 탈없이 썩고 있는 중

나도 시시 각각 잘 살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