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가 지나자 싱글맘인  제이콥  엄마가  오늘도    아이를 데리러왔다.

교실로 들어오더니

"애나, 보여줄 것이 있어요." 하며  내게 다가온다.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사진을 보여주는데 오늘 아침 나도 찍은 바로 그  남자 공주님  사진이었다.

이번 주 주제는  "성(castle)"이다.

한국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우리 전래의 놀이나  동요를  배우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익힌다면  이곳 케네디언 아이들은 

중세시대 유럽의  역사를 배우면서 그들의 문화를 배워나간다.

 

어제는 왕관을  오려서  반짝거리는  콘훼티(confetti)로 장식하기를 하였고  소꿉놀이에는  여러가지 공주님 드레스와  임금님 복장

그리고  기사의  투구등을  넣어주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블럭놀이를 좋아하여 언제나  서로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소동이 일어나기도하는데......

이번 주에는  교실 안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데이빗을 비롯한  남자아이들이  소꿉놀이 영역으로 몰려들어  서로 공주님 드레스를 입겠다고 쟁탈전이 일어난 것이다.

흰 색의 깃과 푸른 색이 조화를 이룬 백설공주(snow white) 드레스.

신더(cinder,  재, 타다남은 찌꺼기)라는 말에서 이름을 따온 신데렐라(cinderella)

인어의  지느러미 모습을 한  길쭉한   인어공주(ariel) 드레스.

알라딘에 나오는 흑인  모습의  자스민 공주  드레스.

 

말이 공주님 드레스이지  소꿉놀이에 있는  옷들은  낡을대로 낡아서  눈만 흘겨도 찢어지는 모습을 하고있는데  아이들은  서로 입혀달라고  졸라댄다.

아마도  오늘 아침 일찍 대이케어에 온  제이콥이  엄마를 졸라서 공주님 드레스를  입었을 테고  그 모습을  엄마가  전화기에 담은 것이이라.

 

늘 공격적이라서   우리 교사들의 감시(?)를 받고사는 존이  기사의 투구를  뒤집어쓰고  가슴에는 갑옷까지 걸치고있다.

그 옆에는 임금님 복장을 한 자스퍼가  당당하게 서있는데......

 

"애나, 나는요.  방패가 필요해요. 이 후라이팬이  이제부터  내 방패가 될거예요." 하며  프라스틱 후라이팬을 들고  막는 시늉을 하고있다.

저렇게 멀쩡한 녀석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이상한 고집부리고,  언젠가는  중세의 기사처럼 씩씩하게 변화될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대근육놀이에서는  아이들이  길다란 판자를 서로 연결하여  성 앞에 있는 호수놀이를 하고있다.

둥글게 만든 판자를 타고 걸어가다가 떨어지는 친구는  악어가 되는 놀이이다.

 

옛날 중세 시대  성에는   이중으로 둘러쳐진  담장이 있고  성 주변에는  호수를 만들어  적들의 침입을  막았다고하는데, 아이들은  그 호수에 악어가 살고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막  판자에서 떨어진  블레이크는   악어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어가고  여자아이들은  "깍깍" 소리를 질러댄다.

 

교실은 작은  소동이  일어나  소란하기만한데  아트 놀이에 모인 아이들은  조용히 앉아  만들기에 열중이다.

오늘의  만들기는  "castle  chain" 이다.

 

중세 시대를 상징하는  성의 모습,   임금님의  왕관,  기사의  투구,  그리고  가문을 나타내는  견장등을 준비하였다.

아이들은  색칠하고 장식한 후  오려서  실에 연결하여 모빌처럼 만드는 것이다.

만들기를 마치면  벽에 붙여주기도하고   천장에 매달아주는데  오늘은  서로  천장에 매달아달라고한다.

 

아이들은 적어도  이번  한 주 동안 만큼은   이야기 나라의 왕자님, 공주님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있다.

그들은  중세 시대의   왕보다  행복한 2010년의  캐나다 아이들 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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