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지인 이라는 낯선 이름으로부터 두툼한 소포를 받았다

발신지는 경기도 고양시

누구일까?

소포를 뜯으니 책 3권이 들어있다.

저자는 노명신으로 10년전에 벌써 저 세상으로 간 우리 7기 친구이다

가슴이 덜컥했다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이 엄마의 글을 모아 낸 책.....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으면 10년을 벼르다 벼르다 이 책을 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문득 10년전의 일이 떠오른다.

병마와 싸우다 임종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 영안실로 달려갔다.

우리는 40대

죽을 수도 있는 나이임을 처음 실감했다.

생전엔 전혀 낯선 친구였는데 갑자기 동질감을 느낀 순간이다.

개성이 강하고, 항상 다른 세계의 사람같아 나같은 사람은 말 붙이기도 어려운 친구였는데

죽음앞에 동질감을 느끼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고 애틋했을 딸 지인이를 통해서

그녀는 지금 조근조근 자기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준다.


세상의 어려움을 겪고난 뒤에나 내가 알았던 세상을 그녀는 벌써 20대에 알고 있었다.

한하운님의 "소록도 가는 길"을 읽고  찢어버린 수많은 내글들

"소록도 가는 길"을 읽고 3일을 울면서

감동을 주지 못 하는 글은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벌써 20대에 소록도를 다녀오고  그곳에 대한 성찰이 신춘문예 등단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놀랄 수 밖에....

46세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선재동자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신세계

제일 좋아하는 방법론은 다양성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색깔이 분명한 그녀는

끊임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지혜를 구하는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동자를 스승으로 삼고

불교에 관한 소설 "구슬아"등을 썼으며

탱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맞을까?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치열하게 살았기에 벌써 40대에 제 할 일을 다하고 간 것일까?

그러나 오늘 그녀의 글을 읽으며 명신이가 결코 죽지 않았음을 확언한다.

딸 지인이를 통해 다시 하늘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온 그녀는

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웃고 울 것이다.

 

명신이의 가장 사랑스러운 딸 지인아

너는 이제 우리 7기 전체의 딸이란다.

열심히 살고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엄마 노명신을 새롭게 알게 해 주어서 고맙다 지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