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지기에서 짤린 날, 지난 화요일

아침부터 모든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소에 하루에 한번 보던 거울을 수 십 차례 이 옷 저 옷 갈아 입으며 거울앞에 서 보지만

유난히 늘어진 볼때기 살, 무섭게 접히는 오겹살... 정말 짜증난다.

 

월요일 늦은 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선배이자 용순언니의 동창 오빠가 출장왔단다.

다음날 밤 비행기로 다시 한국으로 들어간단다.

송도에 들어서는 연세대학교 도서실 건립을 위한 미국 도서실 시찰이란다.

화요일에는 산타바바라대학 도서실, 엘에이 다운타운 도서실, 게티 미술관등을 시찰하고 바로 공항으로 간단다.

가이드분과 수차례전화끝에 시타델 아웃랫에 5시경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시내에서 오후1시쯤 일을 끝내고 히끗히끗한 흰머리가 유난히 신경쓰여 큰 맘먹고

미용실에 들려 무려 $70을 투자하여 코팅까지 끝날때쯤 미용사 내 얼굴의 기미를 들여다보며

화장품을 권한다. 스킨로션만 바르면 기미가 다 없어진단다.

평소같으면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 소리였지만 그날은 유난히 귀가 여려진다.

결국 $80짜리 스킨로션까지 사들고 미장원을 나섰다.

 

트래픽 사정이 안 좋았던 관계로 6시가 넘어서 오빠가 도착했다.

반가움에 큰덩치를 오빠품에 잠시 안긴다음  한시간정도 사핑 끝나고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마시며 30분정도 담소를 나누고

동행하신 분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옮기려고 태이블정리하고 있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빠 한마디 날린다.

 

"하이고.... 이제 진짜 할머니네......"

 

무려 $150이나 투자하고 오빠를 만나러 갔는데 결국 할머니라는 말을 들을 꺼였다면

아까운 돈이나 쓰지 말걸...후회가 막심하다.

 

화요일 낮에는 게시판지기에서 짤리고 저녁에는 오빠에게 짤리고..

아.... 정말 싫다. 

 

어제는 또 다른 오빠에게서 전화왔다.

영자야..잘 지내니?

예.. 잘 지내시죠?

그래.. 근데 너 게시판지기에서 이름 내려졌더라.

예... 사생활이 복잡해서요.

너 하는거 보니까 내가 그럴 줄 았았어.

새로운 게시판지기는 허부영이더라.

예.....

이쁘고 상냥한 부영이가 게시판지기가 되었으니 해외지부게시판에 시끌벅적해지겠네.

나도 더 자주 게시판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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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가 점점 귀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힘이 빠진다.

나는 오빠의 귀청이 떨어지도록 소리질렀다.

나는 오빠가 싫다. 아니 한국의 남자는 다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