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 ' 새터민 '
요즘 내가 나한테 갖다 붙인 적절한 타이틀이야.
탈북하여 한국에 정착한 사람을 ' 새터민' 이라고 한다며 ?
나는 탈북자는 아니다만
위에서 내려 온 사람이나
밑에서 올라 온 사람이나
이전에 먹고 살던 형편이 좀 다르다 뿐이지 , 이 땅에 발 붙여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
일본에서 온 지 한달이 채 안됐어.
물론 거제도로 왔지.
아파트는 미리 얻어 놔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사람만 왔지 배로 오는 이삿짐이 오지않아서
우리 시엄니한테서 이부자리 한 채와 소소한 살림살이를 빌려와
뜨네기 살림을 3주동안 하면서리
화장실 변기 닦는 솔 나부랑이 부터 자동차까지 사들이고 나니 이삿짐도 오고 ~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새 집을 지을 동안 살거니까 짐은 다 풀 필요도 읎구,
집 지을 때 같이 맹길어 붙여 버릴라구
가구란 걸 가져 오지도 않고 사지도 않다보니 책 한 권 꽂아 놀 데가 없네.
아직 풀지 않은 박스는 한쪽에 쌓여 있고,
테레비는 책이 든 박스 위에 올려놓고 보고
PC는 전자레인지 들었던 빈 상자 위에 놓고 뚜드리니
'전위 예술가의 집 ' 이 따로 없다.
살림살이야 그렇다쳐도
나는 요즘 떠블 펀치를 맞은 사람 처럼 얼뻥하게 휘청거리고 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왜의 무리 속에 살다보면
닮을라고 애 쓰지 않아도 ' 왜의 문화와 그 상식 ' 이 배이게 마련인데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르고
같은 내 나라 안에서도 윗동네 아랫동네의 기질이 다르잖아.
경상도 문딩(해당자들에겐 미안)들은 참말로 감당이 안된다.
아이도 남아 있고 남편의 회사일도 있어서 1, 2년은 수시로 넘나들며 살아야 할테고,
집 짓기를 벌려 놓으면 그것두 일이 많을테니
친구들아 !
소식이 없어두
' 떠나 온 델 또 갔는갑다 '
' 집 짓는데서 뺑이를 치고 있는 갑다 ' 하구 그냥 냅둬 주라.
이 글 생각나니?
2년 전쯤 우리 게시판에 썼던 건데 붙여 본다.
+ + + +
꿈 꾸는 귀향
================
바다가 삐끔이 보이는
지세포 볕 바른 둔덕
지금이야 한 길씩이나 자라 서걱거리는 억새가 우거져 있지만
언젠가
이 사고무친 타관살이를 마치고 돌아가
참한 내터로 일궈 볼 꿈을 꾼다.
투박한 큰일이야 기계를 대고,
노련한 손놀림이 가야 할 일은 거기 걸맞는 품을 사겠지만
우리 내외도 뒷짐지고 구경만 하진 않을 작정이야.
숱한 날들을 한데서 뒹글다 보면 얼굴은 볕에 끄슬르고
손은 가랑잎 처럼 거칠어지겠지.
솜씨 좋대서 모셔 온 호락 호락하지 않는 기술자양반은 사흘돌이로 나를 천불나게 하리란 것도 짐작하고 있어.
아마 내 분수에 넘치게 횡덩그레 하지도 않고 그다지 옹색하지도 않은 허우대의 집 한채가 겨우 모양새를
갖춰갈 무렵이면 내 머리가 홀딱 셀지도 모른다.
그라고 나면
나무를 심는다.
지금 있는 유자나무 서른그루 말고도 단감나무, 매화나무, 동백과 석류 키위와 머루
내 代 에 따 먹지 못 한다 해도 그건 상관 없다
그 갈피에 원두막과 토담집 하나 박아 놓고,
오다 가다 걸터앉을 편편한 돌이 있으면 주워다 놓을까 하지만
내 힘에 부치는 것을 억지로 욕심내진 않으려고 한다.
키 작은 나무로 담을 두르고
비 오는 날을 기다려
꽃 모종을 심어야지.
키가 크는 놈은 뒤켠에 심고
땅을 발발 기는 놈은 앞쪽에 심는 게 정한 이치건만
어린 새순만으로 그 키를 가늠할 재간이 내겐 읎으니
첫해엔 아마 들쑥 날쑥 할거야
내 솜씨가 그렇지. 뭐.
비록 입때까지는
뿌리 가진 생명을 잘 간수하지 못해 죽이기를 거듭했어도
물어 물어 가며 텃밭에 푸성귀를 심어 먹을 야무진 포부도 있어.
아욱도 심고, 호박도 심고, 토마토도 심어 거두고,
물론 옥수수도 심지.
고구마? 노란 참외 ?
제법 기술이 필요한 건 낭중에 심어 보기로 하고.
수확이 보잘 것 없어도
우리 두 양주가 무슨 수로 그걸 다 먹어 치운단 말인가?
난 바리 바리 싸서 내 동생네도 보내고
나의 볼품없는 농작물을 시시하게 여기지 않는 도시의 친구들에게도 인심쓰고 싶다.
한 겨울에도 바람찬 밭에 옹크리고 서 있는 배추의 노란 속고갱이가 얼마나 고소하고 달달한지
凍土의 아파트族은 아마 모를거야.
이런 찬란한 꿈을 꾸지만
걱정도 한두가지가 아니야.
지금 나의 형제 절반은 나 맹키로 제 나라에 제 집을 두고도
오랫동안 딴 나라에 살거나 모두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늙으막엔 좀 가까이 모여 어울려 살자고 구슬르고 있지.
뚜욱 떨어져서 너무 외롭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이도 있는데
그건 견딜 만 할 거야. 말이 안 통했던 딴 나라에서도 십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거야 뭐.
다만 이 나라에 혼자 남겨 둘 우리 아이 생각에
해가 뉘엇 뉘엇 질 무렵이면 남녘 먼 하늘이 자주 봐질테니 그게 심란스럽지.
날이 갈수록 영락없는 村婦가 되어 가는 내 모습도 그렇고
일 태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생활도 짜증이 나겠지. 사서 하는 고생 후회도 될거야.
노년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싶은데
맨날 ' 욕심을 버려야지 ' 입버릇 처럼 말은 하면서도 돈 욕심이 나면 우짜지?
사람은 그리워 하면서도
그 먼 데까지 우릴 찾아 오는 손님이 구찮아지면 우짜지
=== === ===?
찬정아
네가 거제도로 귀향했다는 소식에 엉뚱한 사람이 반가워하고있단다.
우리 옆지기 하는 말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한국에 가면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 거제도란다.
대우조선에 청춘을 바친 그 사람은 아마 영원히 대우조선이 있었던 그 거제도를 잊지못할거야.
찬정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우리가 살았던 옥림아파트,
베란다 앞으로 파도치던 지세포 바닷가,
큰 아이를 데리고 오르내리던 그 언덕길...
버스를 타고 일운면사무소에 가던 길 처음 보았던 파아란 보리싹.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움에 싸여 파도처럼 밀려오네.
네가 말한대로 새터민 정착 잘하기 바란다.
찬정이, 화이팅!
찬정아... 환영해...
네맘에 꼭드는 이쁜집 짓거들랑 우리 구경시켜주라...
또아니...
네 옆집에서 노후를 같이하자고 조르는 친구들이 줄을설지...
그때 추첨으로 하자...
야무진 찬정이의 실력을 내가 알기에 기대만땅이다!!!
명옥 언니 !
우리 오늘 시어머니 모시고 성묘갔다 오는 길에 '연초' 라는 곳을 지나왔어요.
부산 거제를 잇는 다리는 올해 완공이라는 거 같던데 부산가는 길이 훨씬 가까와 지겠지요.
언제 한번 뵙게 될까요?
금재야 !
오늘 우리 시조부모님 산소에 성묘 다녀왔는데 그 산에서 내려다 보니
대우조선의 골리앗 크레인이 웅장하게 보이더라.
너의 남편이 참여한 작품(?)이라고 그랬지?
오는길에 들른 봉수대에서는 앞으로는 옥포만 가득히 조선소가 보이고
뒤로는 니네 신혼의 추억이 어린 언덕바지 옥림아파트가 보이고.
한번 꼭 와. 기다릴께.
남편이 집 짓는 일의 사전 작업으로 시청 건축과로, 토목과로, 측량과로
며칠 쫓아다니더니 흙 한 삽 뜨기도 전에
진이 빠져 죽겠다고 하더라.
아직은 뭐가 뭔지,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인애야, 인옥야 잘 지내지? 볼 날도 있겠지.
앞으로는 찬정특파원의 거제 소식 기대할께.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날 듯한 예감!
다리만 완공 되면 만나서 점심 먹고 집에 돌아가도 되겠다.
니네 텃밭 청소(?) 해주러 자주 가는 거 아닌가 몰라. ㅎㅎㅎㅎ
그리고 집은 흙 뜨는 것 부터는 남들이 할 테니 걱정하지마.
하긴 자기집 지어 본 사람들이 모두들 너무 힘들다고 그러더라.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맘처럼 안 움직인대네.
그거 귀찮아서 아파트 사나봐.
암튼 찬정이가 오니 갑자기 남쪽에 힘이 팍 실리는 기분이다.
대전은 거리를 불구하고 남쪽에 포함시키고!
누구맘대로?
내 맘이다. 왜!!!!!!!!!!!!!!!!!!!!!
내가 14기 총무일때 한번 오지 그랬냐? ㅋㅋ 나도 네 이름 보고 얼른 들어왔다. 나? 김미정!
거제도 나도 가봤다. 여름방학때 우리 아이들 데리고 남편 동기가 거기 선생님한다고 데리고 가서 며칠 자고 왔지. 맑았던 바다가 생각난다. 나를 싣고 가던 커다란 배와.
집을 짓는다는 사람 보면 우선 존경스러워. 남편도 늘 귀향을 꿈꾸며 조그만 땅을 제천에 사 놓았지만 난 언제나 노후에 그렇게 말할거라고 했다. " 당신은 가있고 나는 주말에만 갈게"
여기 일산 산지가 14년이 되어가는데 정이 폭 들어버렸거든.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 있으면 두시간안에 어디든지 갈수 있어 좋고 널찍한 거리들이 정겹고 . 군대간 아들은 내년 2월에 제대이고 큰딸은 올해 교대 4학년 임용고사를 잘 치러내면 내 뒤를 따라 내년부터 초등 교사가 될거야 . 반갑다 . 네가 일본에 있나 거제도에 있나 마주치긴 아주 힘들겠지만 일단 같은 땅에 있다니 그래도 맘만 먹으면 널 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반갑다 정말 반갑다. 네 맛깔스런 얘기에 한참 홈피오다 네가 뚝 끊겨 무슨일 있나 했다. 이제 자주 들어와봐야겠네. 31년째되는 초등선생님노릇 아직도 지겨워 하지 않고 해 내는 내 모습 궁금하지 않니?
미정아 ! 정말 반갑다. 작년에 우리 동기회 총무 맡아서 애 많이 썼지? 고마워.
지금쯤이면 어딜가나 그렇겠지만 거제도 산야도 날로 초록이 짙어져간다.
아직 적응이 안되어 좌충우돌하는데다 이런 저런 바쁜일로 한가로이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는데
벼르고 별러 지난주 남편과 해금강쪽으로 갯바위 낚시를 가 봤어.
저쪽에서 낚시하던 어떤 아저씨는 커다란 감성돔을 낚고,
옆에서 낚시하던 젋은 부부 낚시족은 놀래미며 뱅어돔을 심심찮게 낚아 올리던데 우린 어찌된 게 감감 무소식.
그 물괴기들도 우리가 엊그제 전입하여 새로 만든 주민등록증이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이 동네 신출네기임을 감잡았는게벼.
낚시 실력? 고수 ' 꾼'라곤 말 못 해도 제법 잘 낚았었는데 ~
네 글을 읽고나니 절로 시골아낙네가 다 된것 같아~ 어쩜 글도 구수하니 아줌니 멋져버려~^^*
모든 욕심 버리고 시골구석 소담한 집하나 짓고 소박하게 살으려는 꿈이 누구라도 있을법한데
너는 실천으로 옮기려 하고 있구나! 가끔 그 곳 소식을 올려서 비록 꿈이 될지언정 조금이나마
너의 쉼터에서 목좀 추기고 가는 나그네라도 될까한다........
오래 전부터 남편이 꿈 꾸어 온 일이라
저질러 놓긴 했는데 (돌아 왔다는 것만으로)
세상일이 다 그런 것 처럼 내가 짜 놓은 틀에 네 귀퉁이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애.
지금은 건축 허가서를 내놓고 기다리는 중이라 뵈 줄게 말뚝 박아놓은 잡초 우거진 언덕밖에 없지만
내년 이맘때면 모양새가 얼추 되려나 모르겠네.
서로가 진저리 쳐지게 싫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하루쯤 마음 턱 놓고 쉬고 가게 하고 싶은 이 마음
내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그 때 보자. 이런 얘기 미안한데 명주 얼굴 기억이 ~
근데 그런 건 상관없어. 그지?
홈피 첫화면에 뜬 찬정이 이름이 반가와서 와보니 14기방이네.
손이 와서 댓글 먼저 쓰려니 마음이 쓰이긴 하는데 내용이 범상치 않아서....................
14기 동생들 양해해줄꺼지?
찬정아 드디어 귀향이니?
봄날 식구들 중에선 내가 제일 가까운데 사는거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굴은 보겠네.(이 마음이란 게 잘 먹어지지 않긴 하지만)
기대되네.
순호대장이 그대로 있겠어?
당분간이야 손님도 그리 귀찮아하지는 않을 것 같구.ㅎㅎㅎ
우리 시댁도 원 고향은 거제야. 연초라는 곳이래.
나도 집안 친척들 상이나 결혼식에 몇 번 가봤다.
시집왔을 땐 시할머님이 생존해 계셔서 배타고 인사도 갔었고.
그 땐 거제에서 인사드리고 하루밤인가 이틀밤 잤나?
버스타고 통영으로 가서 충무관광호텔에서 하루 묵고 부산으로 돌아왔었지.
그 당시 상당히 로맨틱했던 추억의 충무관광호텔 생각이 나서 몇 년 전에 집안일로 통영 간 김에 한번 더 갔는데
새로 지은 마리나 콘도 옆에 너무 초라하게 되어 버렸더라.
74년도의 살림살이가 그대로더라구.
요즘은 통영으로 해서 육로로 많이 다니는데 앞으로 가덕도에서 가는 (맞나?) 다리가 완공되면 더 쉬워지겠지.
반가와서 몇자 적었어.
근데 2월에도 별 소리 안했쟎아?
우리 새애기는 드디어 6개월에 접어 들었단다.
8월이면 낳으러 올꺼야.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아들들끼리라도 서로 알게해주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