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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뒤 동백나무 숲. 사찰을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심었다고도 한다.)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꼭 1년 만이다.

어딜 제일 먼저 갈까 했더니 남편은 선운사가 가고 싶다고 한다.

송창식의 노래 속에 나오고 많은 시들을 탄생시킨 동백은 지고 있겠지만

대신 벗꽃이 한창이겠구나 하며 택한 첫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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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놀이 차림으로 나선 길이었다.

허지만 꽃시샘 바람이 어찌 부는지 체감온도는 겨울이었다.

강풍주의보까지 내려 달리는 차가 윙윙 소릴 냈다.

바람의 위력은 차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고창 땅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황토에 부는 바람이었다.

서정주를 팔할이나 키운 그 바람이었다.

막 피어난 선운사의 벗꽃은 바람 속에도 꿋꿋하게 서 있었다.

 

전라도 땅을 가로질러 나는 부산으로 가고자 했다.

350킬로,

그래도 가기로 했다.

전두환이 만든 팔팔고속도로를 달린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동서 화합의 의미로 만들어진 도로를 달린다.

스쳐 지나는 지명들은 태백산맥 속에도 또 광주민주화 항쟁 중에 숱하게 들어본 지명들이다.

광주 주암 여수 순천 곡성 구례 하동.....

섬진강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부안에서 간장게장으로 점심을 먹고 떠난 길인데 8시에 해운대 한화 콘도에 도착했다.

이쯤되면 나는 의지에 한국인에 가깝다.

내친김에 내일은 동해안고속화도로를 따라 속초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럼 짧은 기간에 전국일주가 되는 게 아닌가.

만원을 더 주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 숙소를 정했다.

창문 밖은 바로 바다다.

검은 밤 바다에 별빛이 아른거린다.

광안대교가 건너편에 보인다.

아침에 콘도에서 제공하는 부페를 먹으니 외국 여행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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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해운대 콘도 객실에서 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말로만 듣던 지명들이 스쳐지나간다.

양산 통도사가 스쳐 지나간다. 경주...

경주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오능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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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대게는 한마리에 5만원인데 두마리는 먹어야 한단다.

나는 오만원짜리 회를 시켰다.

쫄깃한 것이 오랫만에 맛있는 회를 먹었다.

영덕을 떠나면서 조금 씁쓸했다.

남들은 일부러 게 먹으로도 오는데 우린 와서도 못먹고 가는구나.

이렇게 주변없는 남편도 밉고 나도 싫다.

영덕을 생각하면 오랫동안 서글플 거 같다.

 

우리나라 지도 위쪽으로 달린다.

정동진과 수로부인에게 절벽의 꽃을 따다 바쳤다는 헌화로는 보기로 했다.

정동진은 그냥 평범에 해변이다.

모래시계가 있을 뿐이다.

얼음이 얼려나 몹시 추웠다.

사진 한장 찍고 헌화로고 모고 그냥 뒤로 하고 설악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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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눈이 희긋하다.

가져간 옷을 다 껴 입고 나선 산행이다.

꾀가 나서 케이블카를 타고 울산바위에 오른다.

거기서 바라보는 기암괴석들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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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동안 먹기만 해서 얼굴에 살이 더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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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며 한장 찍었다.

밑으로 신흥사가 보이고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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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생네 비닐하우스 안에서 꽃을 핀 깽깽이꽃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한 학교에 근무하던 고선생네를 들렀다.

고선생 남편은 방송국 갤러리 까페란 프로에 출연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에 공연이 있다며 연습을 한다고 아코디언을 켠다.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가 아코디언 소리로 흐른다.

그집으로 가 기르던 강아지가 늙어 두 마리나 죽었다.

강아지가 늙어 죽을 때까지 한곳에 터잡고 조용히 사는 고선생 부부는

자기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천생연분이다.

 

생각해 보면 주마강산식으로 한 미련한 여행이다.

따져 보니 1200킬로 정도를 뛴 여행이다.

이박삼일 동안 우리나가 전체를 돌수 있다는 시간이  경이롭고

그것을 했다는 내가 경이롭다.

 

다음부터는 한곳에 가 머물면서 찬찬히 그곳의 유적지를 둘러보는 그런 여행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