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에 잇단 베란다의 문을 열면 상쾌한 봄 바람에 오렌지, 레몬, 라벤더 꽃등 봄 꽃들의 달콤한 향기가 실려온다.
또한 새들의 합창이 높은 나무가지로부터 기분좋게 들린다.
새 소리도 소프라노 메조 앨토...그렇게 여러가지일 수가 없다.
그 많은 새중의 한 쌍이 얼마전 부터 우리집 가까이로 자주 왔었다.
통통한 양회색 몸 깃털에 까만색으로 날개끝을 살짝 터치한 중간크기의 새들.
둘이 왔다 갔다하면서 큰 눈으로 유리문 너머로 자꾸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암만해도 둥지를 틀 자리를 보러 다니는 낌새였다.
집 살때 가게 살때 꼭 한번씩 보고 결정 해버린 우리들 보다 훨씬 더 지혜롭다.
자주 와서 돌아보고 또 다녀 보고 앉아보고 하면서 자리를 정하는 것이 참 기특하고 신기해 보였다.
며칠동안 비가 많이 내렸었는데 이곳은 비가 가려지니까 사람근처라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기로 했던 모양이다.
암놈인 듯한 새는 자리 잡은 곳에 가만히 앉았고
숫놈 새가 물어오는 검불을 자기 몸 밑으로 내려서 그것을 엮어 나갔다.
숫놈이 얼마나 자주 검불을 물어 오는지 아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서 둘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베란다에 놔둔 화분 몇개 중의 하나에 빈 자리가 있는데 그곳에다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친구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마도 이미 두 새는 몸을 섞었던 것 같고
알을 낳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란다..
조금 후에 보니 둥지를 다 지었는지 숫놈은 더 이상 오지 않았고 암놈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베란다를 통해 뒷마당에 있는 아기 그네에 매일 한두번씩 나가서 아기를 태우고 노는데
새가 놀랄까봐 유리문 근처에도 못가고 멀찍이 구경을 하였다.
우리 아기도 새를 보며 눈을 떼지 못하고 신기해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지도 사람이라고!ㅎㅎㅎ)
아마도 아기 정서 함양에 좋지 않을까 한다.
새는 순진한 눈으로 한번도 깜박이지 않고 나와 아기를 바라보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들을 보고 있는지 지들이 우리를 보고있는지 어느 순간 구분이 안 되었다.
반나절 동안 새때문에 나가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에 보니 새가 없었다.
그자리를 살펴보니 예쁜 빈 둥지가 벌써 완성되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만들 뿐일텐데 상당히 솜씨있게 짜여져 있는 것이었다.
얼른 뒷마당에 나가 아기 그네를 태우고 나서 살금살금 들어 오는데
새가 언제 왔는지 놀라서 후다닥 도망 가는 것이었다.
아이구 불쌍해라. 제발 놀라서 도망가지 말았으면면...
놀래지 않게 살짝 살짝 보았더니 날이 어둑어둑 해질때까지 그 새는 가만히 둥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런데 아까 8시경에 봤더니 새는 또 다시 어디로 없어졌고,
그 대신에 하얀 새 알 한개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친구 말대로였다!
그런데 엄마 새는 왜 알만 남겨놓고 어디로 갔을까? 잠을 자러 갔을까?
오늘의 과업을 부부끼리 만나 자축하는 것일까?
너무도 신기하고 귀하여서 무슨 보물을 찾아낸것 같고 온갖 상상을 하며 즐겁다.
아마도 이 새는 알을 몇개 더 낳을 것이고
오랫동안 품고 앉아 있으면 아기 새가 알을 깨고 나오고
바로 그때부터 입을 짝짝 벌려 먹을 것을 찾을 것이고
아빠새와 엄마새가 부지런히 먹을 것을 날라서 고 조그만 입으로 하나하나 넣어 줄 것이다.
옛날 시골집 처마 밑에서 자기입에 먹을 것 달라고 아우성이던 새끼들을 제비 부부가 그렇게 했던것 처럼.
아기 새들은 날개에 힘이 실릴때까지 어미 새들에게 먹을 것을 얻어 먹다가 한순간에 날라가 버리겠지..
그리고는 각자들의 생육번성 사명에 충실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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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새벽 동이 트자 엄마새가 다시 와서 하루 종일 품고 앉아 있었다.
아빠새는 잠간 와서 한두번 검불을 날라주고 조금 왔다갔다 하더니 그냥 없어지고 영 보이지 않는다.
엄마새가 혼자서 집을 지킨다...마치 대부분의 사람들의 가정과 비슷하지 않은가?
혼자라도 가정을 굳세게 지키고 앉아 지키고, 누구처럼 나갈 궁리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거의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는 엄마 새의 끈기와 헌신! 와~
밤 늦게 해가 완전히 질때까지 그러고 있더니 그새는 자기 잠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다시 와서 저러고 앉아 있다.
미물인 새한마리 생명을 위해서도 저렿게 힘든데 하물며 사람을 키움에 힘든것이 당연 한것 아닌가?
오늘 아침에는 이 새의 이름이 궁금해져서 구글로 서치를 해 보았더니 머닝 도우브(mourning dove)이란다.
캘리포니아의 야생 비둘기의 한 종류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품어야 새끼를 깨는가 알아 보았더니 14일 내지 15일 걸린단다.
그리고 내가 상상한 것처럼 엄마새가 하루 종일 품는 것이 아니라
아빠새가 낮에는 품고 밤에는 엄마새가 품는다고 되어있다.
하! 그런데 왜 엄마새는 사흘동안 밤에 오지 않았을까?
아빠새 만으로도 새가 알을 깨고 나올것인가? 궁금하다.
알도 여러개 낳아서 품는 것이 아니라 한개 내지 세알만 품는다고.
현대식 가정의 표본이란 말이지... 아기를 잘 돌보는 아빠새.. 하나둘만 키우는 가정들..ㅎㅎㅎ
어쨎는 이 넓으나 넓은 세상에서 그 많은 새들틈에서 이 두마리의 새가 어떻게 똑같이 생긴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려 새끼를 함께 기르려는지 너무도 신기할 뿐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날라 다니기만 좋아하는 새가 어떻게 꼼짝 않고 알을 품고 기다리는지
우주적인 사랑과 생명의 신비에 감동을 한다.
이 야생 비둘기는 고양이나 뱀,까마귀등, 작은 짐승에게 먹이가 되기도 하고 병에 걸려 죽기도 한단다.
친구는 까마귀가 가까이 오면 어떻게 쫓아낼 것까지 이야기 해준다.
부디 어려운 일없이 새끼들이 장성해서 둥지를 떠날 때까지 잘 지냈으면 하고 빌어본다.
(2010년 4월) |
이인선선배님의 부부새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바로 가까이에 까치집이 있어요
한 아파트에 올래 살다보니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나무의 높이가
저희 아파트 층수만큼 올라와 까치집이 정면으로 보이는 겁니다.
까치부부가 오손도손 쨱짹대고 사는 모습을 매일 보았지요
요즘은 부부가 어디론가 가서 딴살림 차렸는지 안 나타나네요
창문 열고 매일처럼 까치부부와 인사하는 즐거움이 컸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