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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개청춘』에는 모자란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어느 말단사원이 바라본 우습고도 서글픈 회사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지금까지 그 풍경을 만들어왔고 답습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진짜 이십대는 물론이고 기성세대를 비판하며 청춘을 불살랐던 모든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가 다 여기 들어 있다. 여기에선 아무도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젠체할 수 없다. 누구 하나 예외일 수 없는 당사자들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유재인
기관의 예산에 국민의 세금이 가구당 75원 꼴로 포함되는 모 공사에서 일하는 말단 행정직 사무원. “해동되는 꼴뚜기 춤”으로 유명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컬 장기하 군과 동갑내기로, 그의 사인 CD를 소유하고 있다. 명문대에는 절대 못 간다는 점쟁이의 불길한 예언이 있은 후 1999년 11월 17일에 치른 수능시험에서 놀라운 찍기 신공을 발휘, 이대 나온 여자가 되었다.
대학에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나, 3학년까지 신문은 폼으로 끼고 다니기만 했다. 시종일관 연애만 하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나오는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을 보고자란 영향으로 1점대에서 비실거리는 학점을 유지했다. 졸업이 가까워오면서 뒤늦게 현실을 직시, 맹렬히 공부에 돌입했으나 2년에 걸쳐 줄기차게 입사시험에 낙방하였다.
옆에서 볼때는 아직도 철이 없고 이 험한 세상에 나가 잘 할까 노파심만 가득하다.
아이가 출근할 때는 차조심 길조심하라는 말보다
늦은 밤거리 조심, 전철에서 가방조심하라는 말을 매일반복하는 요즘 시대 엄마다.
8순 노인이 6순 노인자식에게 길조심하라는 챙김과 다를바가 없는 보통엄마이다.
그런 아이들이 졸업하여 이제 갓 취직하고 재테크한다며 통장관리하는 것을 보면
이제 철이 들래나 나름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의 책 저자 유재인은 비슷한 연령대인데 자신이 겪은 젊은 날의 내면을 책으로 펴냈다.
유재인의 엄마도 나처럼 철없는 어린자식 보듯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참으로 대견한 여식을 두었구나 싶다.
책을 받아 몇 챕터를 읽으면서 자식, 기특하네 대견하네 하는 생각이 연신 들었다.
저녁에 퇴근한 딸에게 책을 보여주자 그 아이는 별 반응이 없다.
전공은 달라도 네가 하는 일에 대해 단계별로 책 출간은 할 수있잖니로 시작한 어설픈 토론은
아주 짧은 시간에 소득없이 끝났다.
젊은 날의 초상을 그린 저자 유재인 엄마는 딸을 이 세상 험한 어느 곳에 두어도 걱정이 덜할 듯싶다
위풍당당하게 자신을 이겨나갈 수있는 의지의 여성으로 키웠으니 그보다 큰 유산이 어디있을까.
IT 벤처회사에 근무하여 10시 출근이라 7시 기상인 딸래미를 깨워주는 일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5시에 기상하는 내 입장에서 보면 딸아이는 늦잠자는 잠꾸러기로 보인다.
자신의 생활 사이클이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겠지만 더 일찍 일어나
시간활용을 하면 좋지 않겠나 싶어 연신 잔소리를 한다.
한편으론 내 딸도 밖에선 의지의 여성으로
당당하게 잘하고 있을 것이란 믿음과 기대를 가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위풍당당한 저자 유재인의 엄마는
바로 강명희!!!
작가엄마의 검수를 받아서일까? 문체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책을 많이 사줍시다.
미래 대한민국의 희망인 젊은이들,
특히 재인이처럼 건전한 의식이 있는 젊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있도록
팍팍 밀어줍시다.
재인이처럼 나, 이대나온 여자야도 좋고,
아니, 우리 여성 모두 나, 대한민국여자야
하고 우리의 딸들이 당당하게 살 수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푸른 희망을 가져도 좋지 않겠습니까!
(쓰고 보니 어째 문장이 웅변쪼로 되었네 ㅎㅎ)
명희야,
네가 이러고 저러고 해도
나는 네 딸이 무척 대견하단 생각이야
대학졸업하고 적당한 혼처 찾아 안주하려는 것보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얼마나 기특한 딸래미이니.
훗날 단단한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야.
솔직히 아이가 3명이라 정신없이 키우다 보면 일상적대화는 할지라도
그 아이들 머릿속에 무슨 사고와 의식이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한 접근은 소홀이 했었어.
큰 문제 안 일으키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아주 잘 키웠다고 뿌듯해했던 것이
부모로서 조금 많이 미안하고 계면쩍고 그렇구나.
얼마전 딸아이가 두꺼운 IT 책을 서너권 사왔더라 (IT쪽 책은 무진장 두꺼움)
IT 쪽은 정신없이 발전되고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한 것이므로
회사에서 원하는 부분을 이행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열공을 하더군.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은 스스로 한다는 것이 당연지사인데도
속으로 흐믓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쪽지로 보냈으니
그게 요즘 나의 머릿속 내용이야 ㅎㅎ
영희가 독후감을 써주었구나.
딸이 책을 내긴 냈는데 부모로서 도와줄 건 판매부수 올려주는 것 뿐이지만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전영희에게 한 부 보내준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 다음 날 각 신문사에 보낸 책을 보고
기자들이 신문에다 소개를 해주었더구나.
그래서 처음에는 베스트샐러에 오르기도 했지.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은 아는 사람 다 사주고 나니 요즘은 좀 뜸해.
나도 우리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알았다.
아니 대한민국 20대 청춘들이 어떻게 혹사당하며 살고 있는지 알수 있었지.
기성세대들에게는 미안함과 반성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젊은이들은 자기 얘기를 대신 써 주어서 속 시원하다고 하고
직장 상사들은 말단 사원을 좀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들게 한댄다.
너무 실랄하게 비판을 해서 아직도 회사에 다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
사표 쓸 각오를 하고 낸 책이란다.
기회 있으면 한번 아들 딸과 한번 같이 읽어 봐.
책값이 아깝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거야.
다음은 중앙일보 김성희 기자가 쓴 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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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면서도 코끝이 찡한, 보기 드문 에세이집이다. 백수 3년 차에 공사(公社)에 취직한 ‘이대 나온 여자’가 취업 어려움과 직장 초년병 경험을 쓴 에세이집인데 젊은이나 기성세대나 꼭 한 번 볼 만하다.
젊음에 받치는 송가(頌歌)는 짠하다. 취업에 목매던 백수시절, 지은이는 “회사가 어디든 가리지 말고 빨리 취직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애초 목표와 다르다고 해도, 그렇게 특별하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삶은 내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깃대를 잡은 방향과는 어긋나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 꿈이 이뤄집디까’를 보자. “세상은 잔인하다.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어른들은 지금부터라도 알아야 한다. 청년들이 왜 해도 안 되지 하며 자책하고 있을 때, ‘미안하다. 사회가 좀 비합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하지?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마’하고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그러기는커녕, 하면 다 되게 마련이라고? 날지 못하는 거위한테 연습 부족을 채근할 인간들같으니라고.”
지은이는 ‘대학을 졸업하면 될 게 없어’, 그래서 ‘누구의 여자친구’라도 되고 싶어 ‘생계보장형 남자친구’를 사귄다. 그러다가 “내가 받고 싶은 걸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눠주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일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았던 그 즈음 거짓말처럼 취직이 된다.
그런데 직장은 ‘봉숭아학당’이다. “팀장님은 휴가, 부장님은 오전 내내 새로 구입하신 핸드폰으로 영화 감상 중이고, 차장님은 학부모회의 간다며 일찌감치 나가셨고, 위원님은 어디서 낮술을 드시는”곳이다. 거기서 문서 여백과 폰트 통일에나 몰두하고, 워크숍이란 회사돈으로 놀러 와 회사돈으로 술 먹기 위한 행사임을 익혀 나간다.
그런 끝에 결국 반란을 꿈꾼다. 사무실에서 개를 키우잔다. 그 명분이란 게 포복절도할 지경이다. 사회성이 좋아 손님에게 꼬리치며 싹싹할 테고, 본능적으로 서열 파악을 하니 팀장을 잘 섬길 거란다. 졸리고 지루한 회의에서 ‘강아지 시집보내기’ 를 안건으로 삼을 수도 있고, 상사에게 혼난 팀장의 화풀이를 대신 받아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한편 본인은 개를 챙겨주느라 근무평점이 올라갈 것이라나.
노조 대의원 회의에서 비정규직 권익보호를 제안했다가 무안을 당하는 물정 모르는 이 젊은이. 오늘날 이십대들이 대의에 시들해진 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전두환에게 짱돌을 던지면 되지만 신자유주의랑은 어떻게 싸워야 되는지’ 물을 정도로 날카롭기도 하다.
책을 읽고나니 미안해졌다. 기자되기를 열망한 지은이가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리하면서도 발랄한 글을 쓰는 이가 들어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는 생각에 절로 부끄러워졌다. 한편 몰염치한 기성세대답게 일찍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살짝, 솔직히.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