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화원이라고 빨간 페인트로 씌여져 있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 갔습니다.

겨울 추위에 꽃들이 옹기종기 무더기로 모여 항아리에 꽂혀 있었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뒷쪽 온실에서 나오셨습니다. 손에 흙을 털어 내시며.

 

"무엇을 드릴까요?"

"장미 4송이를 안개 꽃에 싸 주세요"

 

둔탁하게만 보이던 아저씨의 손은 곧 꿈을 장식하는 마술사가 되어 안개꽃 사이사이에 장미를 보석처럼 박았습니다. 반짝  종이로 싸여진 꽃다발을 받아 가슴에 안았습니다.

 

밖으로 나와 아직 도로 포장이 끝나지  않은 산길을  따라 올라 갔습니다.

 

문뜩 오빠가 군대에 있을 때  쓰셨던 수필이 떠올랐습니다.

 ??< 어머니가 오셨다 . 그렇게 그리워하신다던 내 얼굴을 한번 쳐다 보지도 못하시고 울기만 하신다.

나는 말없이 옆에 서있다 연병장을 한바퀴 돌아왔다.  어머니는 아직도 울고 계신다. 연병장을 한바퀴 더 돌았다.연병장에 뽀얀 먼지가 일기 시작한다. 나는 어머니를 폴싹 안아다가 풀밭에 앉혀 드렸다. 정오의 햇살이 어머니의 등을 만지며 지나간다 >

 

12월답지않게 따뜻한 날씨라 밟는 흙이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산길 옆으로 새 묘를 만들기위해 파놓은 흙더미가 듬성듬성 보였습니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 아버님께서 아끼시는 벽시계가 있었습니다. 일년에 몇번씩 내려서 시계 추를 약

발라 닦으시고 나무는 기름발라 윤을 내신 후 이게 너희 할아버지가 사 주신 것이다, 좋지? 하시며 벽에 다시 거시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시계가 방다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이 나고 추는 잘려져 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계가 어떻게 떨어 졌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아버지는 시계를 싸드시고 수선집을 찾아 나셨습니다.

 

그때 우리 집엔 사촌 동생이 시골 에서 올라 와 있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나를 무척 따랐습니다.

나는 동생을 조용히 불러서 지금 부터 하는 얘기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할 것이다  이 종이에다가

만약에 네가 떨어 뜨렸다면 0 푶를 하고 않했다면 x 푶를 해라.

사촌 동생은 묵묵히 팔을 궤고 내가 준 종이에다 사람 얼굴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발리 답을 적어라. 동생은 여자 얼굴에 파마한 머리를 그리는 척 하면서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려 갔습니다. 그것이 0 푶냐? 그러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늘을 한번 만져 보려고 했는데 그만 떨어 졌다고 했습니다.

 

몇달이  지난  어느 날, 가족이 다 앉은 저녁상에서 어머니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오늘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한마디 해야 겠다고 하셨습니다.동생은 자기 잘못을 언니에게 고백하고 언니는 들은 후 동생을 타이르고 비밀을 지킨 것을 크게 칭찬한다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 오는 저희   밥을 짓기위해 부엌에서 하루를 지나신 어머니의 웃음으로 집안이 환해지는 듯한 저녁이였습니다.

 

우리 육남매는 어머니의 눈물과 어머니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으로 피어나는 웃음으로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촛불처럼 태우며 우리들을 기르셨습니다.

또 미국에 오셔서 외손자 손녀들까지 8년이나 길러 주셨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 제 딸에게 돈을 생일 선물로 보내셨습니다. 딸에게 디즈니  시계를 사서 손목에 채워주며

" 할머니가 사주신 것이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된다." 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 엄마, 나 시가 떠올랐어, 제목은 잊을 수 없는 시간 ( Unforgetable Time)이야"

제 한국어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새각했는지 영어로 덧붙였습니다.

 

<   손목에서 시간이 가고 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시계는 밤이 되면 죽어간다

      째-    깍,   째-   깍,   째-   깍

      그러나 할머니와 함께 있었던 시간은

      영원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째깍 째깍 째깍 ......>

 

비석을 드려다 보았습니다.어머니 이름과 돌아가신 날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5일 전 여기 오셨을때만 해도 어머니가 마지막 분이셨는데 벌써 여러분이 오셔서 같이 하고 계셨습나다. 비석 앞에 꽃다발을 놓았습니다.

 

꽃 네송이....

그것은 우리 식구 4 명이였습니다.

저와 남편, 아들,딸, 이렇게요.

 어머니가 우리들을 꽃으로 남겨 놓으신 것  처럼 장미 4 송이가 어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이제 우리가 꽃이 되어   이 세상을 보석처럼 장식해야 겟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차례가 온 것이지요. 우리들이 아이 들을 꽃으로 피워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꽃으로 남은 아이들이 우리와 같이 지냈던 시간을 잊혀질 수 없는 시간이라고 노래 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순간들을새겨 주어야 겠다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 오는데 어머니의 마음을 닮은  보드라운 바람이  등을 밀며 속삭였습니다 .

 

"어여, 가거라,

가서 아이들을 잘 길러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