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야

혹시 네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도 몰라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예술회관을 찾았다.

물이 잔뜩 오른 봄을 시샘이라도 하는지 바람마저 점점 차가와지는 오늘

강원도는 50센티의 폭설속에 갇혀있다고....

그러나 봄은 벌써 이곳 전시장에 와서

그 화려함을 수놓고 있는 중이네.

그 한켠에 단아하게 앉아 계신 너의 어머님 또한 꽃으로 피고 있었다.

 

몇일 전에 KBS에 소개된 모습을 뵈었다 하니

"글쎄 나를 풍경이라나" 하시길래

"맞아요. 어머님이 바로 풍경 이시지요" 했더니

"그래 나이를 먹으니 할 일이 그림 그리는 것 뿐 할 일이 없네"하시던 어머님

마침 찾아온 조선일보 기자의 요구에 의해

제일 좋아 하는 작품이라며 "배추"앞에 포즈를 취하신 어머님의 모습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꼭 같았다.

 

오늘 아침 우리 순애가 PC방에 데려가 인터넷에 소개된 어머님 글들을 보여주었다며

"나는 그런 세상을 모르고 살았지"라며 회한에 젖던 모습에서

순애야 네가 얼마나 효녀인지 알았지.

나는 우리 엄마에게 한번도 내 글을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 말이다.

 

마침 3기의 김혜경 선배님의 동생이 찾아와 얼마나 놀랍고 반갑던지.

"엉겅퀴꽃" 작품이 좋다고 언니에게 보낸다나...

예전에 내가 너에게 물었지?

엉겅퀴 꽃의 꽃말이 무엇이냐고.내가 산에서 만난 보라색 엉겅퀴 꽃에 한참 빠져 있던 때였는데

이곳에서 또 다시 만나니

이 무슨 행운인가 했다.

같이 간 언니는 꼭 갖고 싶던 "바다"가 이미 예악이 되어있다해서 서운해 하기도 하고.

 

꽃의 향연에 가서

꽃에 취하고 아름다운 인연들을 만나고 참으로 좋았네

우리보다 더 건강하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살아가는 너의 어머님에게 한없는 존경을 보내며

이대로 우리 딸들 곁에서

꿈꾸는 화가가 오래오래 되기를 기원했다. 

 

어머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