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가서 살던지 아주 큰 도시가 아니고는 몇천명 남짓한 한인들의 이민사회에서는 서로 간에 얼굴을 모르고 만난 적이 없어도 그들 사이에 흘러다니는 소문은 무섭도록 빠르다.

처음 목회를 시작하면서 우리 교회의 권사님들은 우리 부부가 너무도 어리버리하게 보여 걱정이 되었던지 우리에게 되도록 빨리 그 동네의 많은 사정들을 알려주고자 애들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조심해야 할 인물들 리스트까지 들려주며 참고가 되도록 일러주는 것이었다.

우리가 부임한지 한달도 안된 어느 주일날, 말로만 조심하라고 들어온 리스트상의 한 여자가 그녀의 남편과 함께 예배를 보러 와서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리스트에 들게 된 스토리는 대강 이러했다. 그녀는 남편이 그 동네 주립 정신과 병원의 의사인 K라고 했다. 그들은 궁핍한 생활이 아니었는데도 그녀는 가끔씩 원인 모를 도벽이 발동하면 몰래 물건을 훔치는데, 그 사실이 발각이 안될 경우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몇번을 걸리는 바람에 그 상점 점원들이 일하는 레지스터 앞에 그녀의 사진을 붙여 놓은 것을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이었다.

또 그녀는 이 동네에 처음 이민 온 사람들을 속여서 금전을 갈취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첫 인상에도 조금 겁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체중은 별로 크지 않은 키에 200파운드는 족히 넘어 보일 정도로 비만이 심한 상태였다. 그녀는 풍기가 있는지 입이 약간 일그러져서 말을 할 때마다 씰룩거렸다.

그렇게 선뜻 가까이 가기엔 좀 꺼려지는 그녀가 그날 예배 후에 나의 앞에 다가와 아주 친절한 태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의 손을 잡으며 ~~어머! 사모님, 참 반갑네요. 내가 들으니 새 목사님 부부가 인천 출신이시라구요? 그런데 알고보니 목사님이 저희 남편의 고등학교 후배시던대요? 그리고 나도 사모님 중학교 선배예요.~~ 라며 반갑게 자기 부부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날 그녀는 나의 귀에 대고 교인들은 처음부터 길을 잘 들여야 한다는 아리송한 충고를 속삭여 주고 돌아갔다. 그리고 난 후 그녀는 자신들이 나가는 성당을 잘 나가고 있는지 교회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와서 우리 부부를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우리 교회의 교인도 아니니 정중하게 거절을했다.

그 통화 후에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녀는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좁은 한인 사회이다 보니 교인들의 입을 통해서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이 성당에서 사목회장 자리를 놓고 교인들과 큰 갈등으로 성당에서 소란을 피우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소문을 들은지 몇 주가 지나지 않아서 그 K 부부는 어느 주일부터 우리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소문의 주인공들이라 해도 교회를 나오는 그들에게 나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시간을 갖고 조심스레 지켜보는 일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 부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교회 일에 아주 열심히 나서서 활동을 했다. 반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교회 밖에서 떠돌던 소문의 이상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K는 성경 공부에 열심을 보이며 많은 은혜를 받는 듯이 보였다. 더구나 남편의 고교 대 선배이니 소홀히 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우리 부부는 그들을 1년 가까이 조심스레 관찰을 하면서 그들이 눈치 채지 않게 조심을 했다. K가 성경 공부에 관심이 많으니 소그룹 성경공부 모임의 리더를 맡겨 보았다. 그들 부부는 그런대로 자기들이 맡은 일에 열심을 보이며 열심히 교인들을 대접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그들이 들리는 소문과 달리 큰 문제는 안 일으키니 우리 부부의 마음문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을 했다. 그렇게 서서히 나와 K의 부인이 어색함에서 벋어나기 시작을 하면서 그녀는 가끔씩 나와의 대화 속에 조금씩 자기 남편의 교회 안에서의 직분에 대하여 말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대화의 내용은 ~~이 동네 어느 교회 목사는 자기 남편이 장로감이라고 늘 말하며 자기 교회에 나오라고 한다느니, 아니면 자기 남편은 당장이라도 어느 교회를 가면 장로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느니~~ 그녀는 기회만 되면 나에게 귀뜸을 해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에 센스가 무디었던 나는 그냥 아무런 반응 없이 무덤덤하게 말없이 받아 넘기곤 했다. 그리고 나보다도 더 고지식한 남편 역시 그들 부부를 교인 이상의 대접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 교회에 나온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가고 그간에 직분자 추천이 몇번 있었지만 남편 선배인 K의 이름은 전혀 거론 되지를 않았다.

K의 부인이 교회 밖에서 사람들에게 떠드는 불만의 소리가 우리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식하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을 직분자로 추천하고, 많이 배우고 존경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자신들을 몰라 본다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회자가 보는 입장은 다른 것이었다.

남편의 고교 선배인 그녀의 남편은 그런대로 문제의 소질이 적었지만, 그는 부인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서서히 자신의 성경 공부 그룹 사람들을 물질로 매수하여 자기 그룹을 형성하여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아이들까지 60여명 되는 대 가족이었던 가정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 교회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여 역대 담임 목사 4명을 쫓아냈던 경력이 있었다. K 부부는 그들과 합세하여 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이 함께 합세를 하니 엄청나게 시끄러운 집단으로 변하여 겁을 주며 다가왔다.

그들은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 K가 앞장을 서서 연회에다가 교회에 재정상의 문제가 있으니 감리사가 나와서 사실 규명을 하라며 서신을 보냈다. 그 서신을 받은 감리사가 나와서 모든 것을 살펴 본 후에 오히려 남편의 정직한 성품을 보고 남편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자 K와 대가족이 합세한 교인들이 모여서 담임 목사를 음해하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서 가까이에 있는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까지 수천통의 메일을 1탄, 2탄으로 발송을 했다.

그 편지의 서문에는 ~~사이비 ㅇㅇㅇ목사 축출위원회~~에서 보낸다고 명시했다. 그 내용은 담임목사의 잘못을 쓴 것이 아니라, 교회의 충성된 제직들의 사생활을 거짓으로 작성해서 담임 목사와 사모가 다니면서 퍼트렸다는 것으로 서로 이간 시키려고 만든 유치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하지 못한 편지를 읽는 사람들이 그들의 속 마음을 못 읽을리가 없었다. 그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들의 태도에 더욱 흥분해서 다시 3탄을 준비를 했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우리 교회에 신앙이 좋은 미국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그분이 그들에게 ~~너희들이 다시 이런 말도 않되는 편지로 우리들을 괴롭힌다면 주립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K와 너희들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그들은 다시는 악성 메일을 보내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악을 도모하는 그들의 음모는 끊이질 않았다.

어느 평일날 아침 나와 남편은 식사를 마친 후에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 통화하는 내용을 들으니 우리 교회의 재정을 보는 C라는 여집사였다.

미모의 C는 교회에서 자기와 같은 성경공부 그룹에 있던 J라는 여집사 때문에 많은 심적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C와 그녀의 미국인 남편은 같은 성경공부 모임에서 자주 만나는 이혼녀로 딸 둘을 힘들게 키우며 사는 J에게 많은 도움과 사랑을 베풀어 주고 있었다. C 부부는 J의 가정에 어려움이 생길 때면 마다 않고 달려가 해결을 해 주고, 아이들도 데려다 봐주고 해서 교인들도 모두 알고 있던 바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가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교인들 사이에 C의 남편과 J 사이의 이상한 소문이 비밀리에 나돌기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그 소문을 들은 우리 부부는 정말 난감할 뿐이었다.

우리가 그들의 불륜의 현장을 목격한 것도 아니고 그들 모두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했다가는 억울함을 당하는 쪽도 생길 것이고, 직접 물어 볼 수도 없고 매주일 교회에서 얼굴을 대하는 그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정말로 근심스러운 문제였다.

나는 고민 중에 조심스럽게 J와 면담을 했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요즘 교회안에서 듣는 소문들에 대해 그녀에게 솔직히 대답해주기를 부탁하면서 물어보았다. 그녀는 C의 남편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절대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부탁을 했다. C의 가정을 위해서 어느 경우건 C의 남편이 J에게 지나친 호의를 보이거나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확실히 단호하게 말해주고 가까이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하지만 그후에 내가 C를 만나 전후 상황을 들었을 때는 문제는 심각한 것이었다. C의 남편이 J에게 꽃이며 많은 선물을 보낸 걸 C가 알아 버렸는데도, 또 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J는 계속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와 마주 앉아 대화하던 C는 격한 감정으로 ~~사모님, J를 교회에서 내쫒아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후에 괴로움과 끓어오르는 분노에 묻혀버린 C는 K의 부인과 한편이 되어 교회를 핍박하기 시작했다.

그들 문제로 더 뒤숭숭해진 교회 분위기 때문에 새벽마다 기도에 힘썼지만 해결의 끈은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한 그녀가 아침 일찍부터 집에 전화를 했으니 우리 부부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C는 전화를 받은 남편에게 자신이 의논을 할일이 있으니, 한 30분 정도 운전을 해야 갈 수 있는 먼 거리에 있는 쉐라톤 호텔 식당으로 혼자서 나오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고 있는 남편은 그녀가 의논을 하고 싶다는 말에는 수긍을 했지만, 호텔 식당으로 혼자 나오라는 말에 좀 머뭇거리며 쉽게 대답을 못하며 난처해 하는 것이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전화기를 받아서 침착하게 ~~집사님, 뭐하러 먼곳에서 만나요? 교회 사무실에서 만나서 얼마든지 의논을 할 수 있는데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하는 나에게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날카롭게 반응을 하며 나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사모님이 왜 교인이 담임목사와 만나서 의논하려는데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에요?~~그녀는 나에게 꼭 목사 혼자 호텔 식당에 와야 한다며 수화기를 꽝하고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성을 잃은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목회자와 교인과의 입장이니 그녀를 만나러 나가기는 나가야 할 것이나 꼭 혼자 오라는 그녀의 거친 말투가 맘에 걸려왔다.

드디어 그녀를 만날 약속 시간이 다가와서 호텔 식당으로 달려 가는 차 안에는 운전을 하는 남편 옆에 내가 긴장한 모습으로 동승을 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쉐라톤 호텔 파킹장에 차를 세우고 기웃기웃 하며 찾아 들어간 넓은 식당의 홀 안에는 몇명 안되는 호텔 투숙객들로 보이는 몇 사람이 벌써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들 틈에 혼자 앉아 있는 동양 여자 C를 단번에 찾아 낼 수가 있었다.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자리에서 용수철 튕기듯이 벌떡 일어나 무엇을 잃어버려 찾고 있는 사람처럼 촛점을 어디에 맞출지 고민하는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그러한 그녀 가까이 다가간 나는 반갑게 그녀를 대하며 조금은 어색하지만 명랑한 목소리를 만들어서 말했다. ~~집사님, 늘 교회일 하느라 애쓰고 수고해도 밥 한 번 못사드렸는데 잘 됐어요. 오늘은 내가 사려고 나왔으니 식사하면서 목사님과 맘 놓고 이야기 해요. 나는 다른 자리에 앉을테니.~~

나의 등장으로 좀 당황해 보이던 C는 금새 체념을 하고 맘을 정리 했는지, 나에게 그냥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제안에 굳이 다른 자리로 갈 일도 없으니 우리는 그녀와 식사를 하며 그녀의 심중을 대화 중에 알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녀는 어떤 의논도 마음의 표현도 특별히 하지 않은 채 식사만 하고 금방 헤어져 돌아왔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우리 부부의 마음은 너무도 쓸쓸하고 슬펐다. 그녀의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 주고 싶어도 우리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녀의 분노에 쌓여있는 이성 잃은 그녀의 얼굴 모습에서 사탄의 간교와 음모가 소름끼치게 느껴져 왔다.

그날 C와의 만남이 특별한 의미도 없이 끝나버리고 하루 하루를 무서운 시험을 당하며, 우는 사자와 같이 덤벼드는 악마의 연단을 가까스로 견디어 나가면서 새벽 제단에 나가 외롭게 울부짖으며 십자가를 붙들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우리 교회의 집사님이 어디서 듣고 왔는지 우리에게 물어 보는 것이었다. ~~사모님! C가 목사님과 호텔에서 만난 일이 있었어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 일을 알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집사는 내 앞에서 한 숨을 푹 쉬면서 ~~어휴, 사모님이 같이 나와서 일이 틀어졌다고 저쪽 사람들이 막 떠들었대요.~~

그녀가 들은대로 전해주는 말에 의하면 그날 C와의 약속 장소인 호텔에 그들 중 한명이 숨어서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일 목사가 C의 말대로 혼자 나와서 같이 밥을 먹고 있을 경우 사진을 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음모는 듣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였다. 식당이란 말을 빼고, 호텔에서 남녀가 둘이 만났다고 하면 그 말을 듣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상상할 것인지 뻔한 일이었다. 속을 들어내 보일 수도 없고, 어떤 설명을 해도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인간의 꾀나 악으로 되지 않는 곳이다. 무슨 일이든 부족하고 연약해도, 모진 풍파 중에도 역경을 묶어서 선하게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인 것이다.

우리에게 겁먹은 표정으로 말해주던 집사님은 내가 같이 동행했던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남편에게 ~~목사님! 이제부터는 어디를 가셔도 사모님이랑 꼭 붙어 다니세요.~~ 하고 한 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당부를 들으면서 오래 전에 K의 부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목사가 교회를 떠나게 할 수 있는 두가지 확실한 것은 재정 문제와 여자 문제지. 흐흐흐~~

! 하나님 아버지! 피할 길을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아멘. 아멘. 할렐루야!